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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도 오피스도 호텔로 변신 중

도일 남건욱 2012. 10. 10. 16:19


쇼핑몰도 오피스도 호텔로 변신 중
수도권에 짓고 있는 호텔만 40여 개…3~4년 후엔 공급과잉 우려도
장원석


서울 명동은 지금 ‘공사중’이다. 폭염과 태풍을 뚫고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인데 대부분 호텔을 짓기 위해서다. 명동은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외국인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찾는 대표 상권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호텔타운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명동에서 20년 째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공은식(59)씨는 “최근 2~3년 사이 주변에 호텔로 바뀐 건물만 7~8개”라며 “1990년대말에 모텔이 급속도로 늘던 때처럼 호텔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공씨 말대로 현재 명동일대에서 사업 승인을 받고 건축이 진행 중인 호텔만 5곳에 달한다. 대표주자는 밀리오레다. 명동의 상징적인 쇼핑몰이었던 밀리오레는 지하에서 2층까지만 쇼핑몰로 유지하고 3층부터 17층까지 호텔로 리모델링 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9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 완공되면 객실 619개를 보유한 대형 비즈니스 호텔로 변신하게 된다. 소유주인 성창F&D가 건물 매각을 위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인데, KB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유력하다. 매각 규모는 약 2500억원. KB자산운용 컨소시엄은 호텔 운영사로 조선호텔을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쇼핑몰인 명동 M플라자도 명동ULM호텔로 변신해 9월 문을 열 예정이다. 315실 규모다.

명동은 호텔타운으로

원래 상가와 주차장으로 쓰이던 명동역 8번 출구 쪽 삼윤빌딩도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9월 말 144실 규모의 삼윤관광호텔로 다시 태어나는데 바로 옆에는 그랜드관광호텔도 들어선다. 이에 질세라 세종호텔은 46년 만에 리모델링에 착수했고 이미 명동에 3개 지점을 낸 중저가 호텔체인 호텔스카이파크는 9월 중 명동센트럴빌딩에 4호점을 낼 계획이다. 9번 출구 앞 주차타워 자리에는 롯데호텔의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이 들어선다. 객실 270개 규모로 2015년 완공 예정이다.

명동뿐만 아니다. 수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맞추기에 호텔 객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수도권 전체가 호텔 짓기에 바쁘다. 올해 상반기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호텔 신·증축 심의에 올라온 안건만 15건. 이 가운데 11건이 승인을 받았다. 매달 2건 꼴이다.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곳만 서울 시내 약 50곳에 달하고 30여개 사업은 최종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광화문 사거리 옛 금강제화 부지에는 지상 26층 규모의 특급호텔이 건립될 예정이고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도 600실 규모로 재건축된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매입한 서울 관훈동 대성산업 본사 부지에 비즈니스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저동과 수표동 등 도심권을 비롯해청담동까지 지역도 다양하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둔 인천도 공항 수요가 폭증하자 호텔 신축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항공의 칼 호텔네트워크는 지난해 말 하얏트호텔 뒤편에 500실 규모의 특급호텔 착공에 들어갔고 에잇 에르메스 컨소시엄도 경정훈련장 인근에 670실 규모의 호텔을 건설한다.인천공항공사 역시 제2여객터미널에 90실 규모의 환승 호텔, 에너지 파크에 대형 호텔 건설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 고양에는 대명레저산업이 수원에는 애경그룹이 특급호텔 건설에 나섰고 판교 신도시에도 2014년 준공 예정으로 16층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도 호텔 건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플랜트사업본부 사옥을 철거하고 260실 규모의 호텔을 짓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을지로3가 장교4지구 터에 430실 규모 호텔 건설 사업도 승인을 마쳤다. SK D&D 역시 서울 수송동에 비즈니스 호텔을 짓는 동시에 신대방동 중외그룹 사옥 터에 지어지는 비즈니스 호텔의 주주로 참여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틈새시장이 아닌 장기적인 수익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라며 “신규 진출을 노리는 업체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텔붐이 일고 있는 데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규제 완화가 큰 역할을 했다.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숙박시설 부족난이 심화되자 업무시설을 숙박시설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용적률을 늘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관광호텔 건립 지원센터를 설립해 민간사업자의 관광호텔 신축을 지원하고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한국전통호텔, 관광호텔업을 위한 관광숙박시설을 건축할 경우 용적률을 최고 20%까지 높여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승인을 받은 여러 사업자들은 이 제도의 혜택을 봤다. 오장동 서울스타호텔 신축안을 가결할 때는 용적률을 600%에
서 720%로 높여줬고, 원남동 율곡로변 일대에 지어질 메이필드 호텔의 용적률도 400%에서 614%로 변경됐다. 인천시 역시 신축 호텔에 한해 일시적으로 용적률을 완화해주기로 했고 경기도는 취·등록세 면제 등의 혜택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관광숙박시설확충을 위한 특별법’도 7월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 숙박산업 활성화방안’를 발표했는데 이 역시 핵심은 용적률의 대폭 완화다. 

서울 시내에서 호텔을 지을 경우 용적률이 400%(일반주거지역)에서 최대 1500%(중심 상업지역)까지 확대된다. 주차장도 종전 134㎡당 1대에서 300㎡당 1대로 완화했고 관광호텔 허가 요건도 20실 이상(종전30실)으로 가볍게 만들었다. 관광숙박 업소의 신축이나 증·개축 등에 필요한 시설·운영자금을 저리로 융자하는 내용도 담겼다.하지만 숙박시설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고 있어 정부가 수급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객실 공급은 2015년에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문광부 측은 객실가동률을 70%로 계산하면 2015년에도 객실은 모자란다며 당분간은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몇 년 뒤 과잉공급에 따른 피해를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반도 긴장 상태 등 관광객이 급감할 다른 요소들이 발생하면 산업자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숙박시설 고민해야

정책 방향이 관광호텔 늘리기에만 집중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여행객의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어떤 나라에서 어떤 형태의 여행객이 늘고 있는지 수요를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 교수는 “자유여행객이 느는 추세라면 호텔도 중요하지만 게스트하우스 등 대체 숙박시설의 비중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며“오피스텔 등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호객행위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있는 만큼 정확한 공급량 파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게스트하우스는 크게 늘었다. 서울에만 100여 곳에 달한다. 주로 북촌 한옥마을, 남산 등 도심 지역과 서교동 등 마포일대에 몰려 있는데 저렴한 가격의 숙박업소를 원하는 자유여행객이 늘면서 현재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빈방이 없을 정도로 성황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새로 짓겠다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코르앰배서더 코리아 그룹 관계자는 “국내 관광산업 구조가 재방문객 유치에 유리한 쇼‘ 핑관광’ 위주임을 감안하면 각 호텔이 얼마나 가격대비 질 높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러한 방문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글로벌 예약망과 마케팅 파워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인터내셔널 체인호텔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호텔들이 이들과의 전쟁을 이겨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