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3다(多) 제주의 미래
제주도는 이미 관광의 메카지만 이를 더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해마다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더욱 유치해 올해 6조4000억원의 관광수입을 올린다는 목표다. 새로운 수입원을 찾으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이른바 ‘신 3多(중국인·전기차·녹차)’를 미래 제주 경제의 희망으로 삼은 것이다.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제주의 3다는 돌·바람·여자였다. 제주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3다의 현장을 가봤다.
![]() ![]() |
2월 20일 오전 9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제주도는 찾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과거 제주공항에 내리면 외국의 시골에 온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다르다. 도시화가 착착 진행 중이다. 제주시 곳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15분 정도 교통 체증을 뚫고 나가면 금세 과거의 제주가 나타난다. 이국적인 바다색과 맑은 공기, 산과 해안을 절묘하게 가로지르는 도로를 만난다. 다만 훨씬 더 정돈된 느낌이다. 많은 인공 구조물과 박물관·펜션이 제주도의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달라진 제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중국인 관광객이다. 관광지마다 중국인을 가득 태운 버스가 오간다. 공항·관광지·식당 어디서든 높은 톤의 중국말이 왁자지껄 들린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011년 대비 89% 늘었다. 최근 엔저 영향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 중국인 관광객은 제주 경기에 효자 노릇을 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중국의 투자도 늘었다. 제주도 곳곳에 진행 중인 개발 사업에 중국의 자본이 들어왔다. 콘도나 리조트 회원권을 구매하는 중국인도 많다. 얼마 전 분양한 라온리조트에선 중국인을 상대로만 500억원이 넘는 물량을 분양했다.
중국인이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제주도 중문 해수욕장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요즘은 어딜 가나 중국 사람들로 시끄럽다”며 “이러다 제주가 중국 땅이 될 판”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육지 사람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는 제주도 특유의 문화 탓이 있다. 중국을 상대로 더 큰 비즈니스를 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제주도청 주차장에 들어섰다. 국내 다른 시청·도청과 다른 점 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10여대의 전기차 ‘레이’가 도청 곳곳에 주차돼 있다. 일부는 충전기에서 충전 중이다. 한눈에 봐도 가동 중인 차라는 걸 알 수 있다. 보급만 하고 행사 때만 쓰는 다른 지역의 모습과 다르다. 장철원 스마트그리드과 주무관은 “더 많은 충전소와 더 간편한 충전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도 일을 보는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장 주무관과 함께 전기차 ‘레이’를 타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를 방문했다. 오르막 내내 계기판의 주행가능 거리가 줄어드는 걸 보고 ‘차가 서지는 않을까’ 불안했다. 하지만 내리막 길로 들어서자 자체 충전 시스템을 통해 다시 주행가능 거리가 늘었다. 제주의 도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섞여 있어 전기차의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좋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는 5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가 입주해 있다. 전기차와 관련된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벽 한 켠에 커다란 모니터가 보였다. 도내 전기차를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제주도를 누비는 전기차의 충전·주행 정보를 쌍방향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로 좀 더 효율적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만든다. 또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더 넓은 도시나 국가 단위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잘 다듬으면 제주도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전기차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다. 세계 자동차 브랜드가 제주에서 최신형 전기차를 실험·보급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농작물도 바뀌었다. 감귤 재배 농가는 최근 가격 급락으로 고민이 깊다. 제주는 수년 전부터 감귤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 개발에 힘썼다. 녹차가 그 중 하나다. 한라산을 끼고 이어진 도로 곳곳에서 녹차를 재배하는 ‘다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남 보성이나 경남 하동의 녹차밭과 달리 평평하게 펼쳐진 게 특징이다.
배수가 잘되는 토양 위에서 자란다. 평평한 녹차밭은 자연이 준 선물이다. 기계식 작업을 할 수 있어서다. 멀리 녹차밭의 색이 두 줄 간격으로 다르다. 기계식 농업의 특징이다. 이정대 오설록연구소 책임 연구원은 “기계가 가면서 작업하면서 그 방향으로 눕고, 오면서 작업하면 반대 방향으로 눕기 때문에 색이 달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제주 녹차의 생산량은 보성과 하동보다 적다. 하지만 갈수록 늘고 있다. 각종 세계 녹차품평회에서 상을 타며 품질도 인정 받았다. 세계적으로 녹차 수요가 느는 점도 호재다. 커피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가 새로운 음료를 찾고 있다. 제주도의 녹차도 세계 무대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제주 감귤보다 제주 녹차가 더 유명해지는 날이 멀지 않았다.
제주의 새로운 3다(多)인 중국인·전기차·녹차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위적 노력 못지 않게 자연조건 등 외부 환경이 최상의 비즈니스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제주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제주도의 과제는 여기에 노력을 더해 열매를 맺는 일이다. 자연이 준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제주는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일반경제기사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전기차 중심지로 떠오르는 제주도 (0) | 2013.03.14 |
---|---|
지킬 건 지키고 풀 건 풀자 중국인·중국돈 몰리는 제주의 과제 (0) | 2013.03.14 |
‘자주 마시면 독’ 경고에도 폭풍 성장 유해성 논란 에너지 음료 (0) | 2013.02.28 |
세기의 통화전쟁에 유로존 동상이몽 (0) | 2013.02.27 |
좋은 공약, 애매한 공약, 나쁜 공약 가려라 인수위원회 경제팀의 과제 (0) | 2013.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