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M-102(미 농무부 상품신용보증제도)’를 아시나요?
김민용 리바이벌엔터프라이즈 대표
美 농산물 수입 때 수입대금 이자 1%에 대출 알선 … 중소기업 적극 활용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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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 최대 식량 수출국이다. 밀·옥수수 같은 곡류는 물론 육류 역시 가장 많이 판다. 수출량 기준으로 닭고기는 세계 1위, 소·돼지고기는 2위다. 생산량도 많지만 오래 전부터 다양한 진흥책을 마련해 수출을 장려한 덕이 크다. ‘GSM-102’도 그 중 하나다. 이는 미 농무부(USDA)가 운영하는 일종의 신용보증제도다. 미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해외 업체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농산물의 해외판매를 촉진하고 수출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수출 업체는 대금을 받지 못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수입 업체는 싼 이자로 대금을 빌릴 수 있다. 곡류·과일·육류 등 미국에서 생산하는 거의 모든 농축산물이 대상이다. 이들 농축산물이 90% 이상 함유된 가공품과 와인·물·목재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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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대금 지불을 2년 동안 유예하는 겁니다. 미 농무성의 허가 아래 수입 업체 대신 미국 은행이 수출 업체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2년 뒤에 수입 업체에 대금을 받는 식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연이자율이 약 1%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좋은 제도지만 실제로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GSM-102는 수입 업체나 무역회사가 신청할 수 없다.
일정 매출 이상을 올리는 미국 수출 업체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 김민용(52) 대표가 리바이벌엔터프라이즈(이하 리바이벌, www.revivalenterprise.com)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현지에서 오랫동안 육류 수출 업체를 운영한 덕분에 신청 자격을 얻었다.
국내 수입 업체 A사가 미국 오렌지 10만 달러어치를 수입하면서 GSM-102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한국에 있는 개설은행(Opening Bank)을 찾아 신용 한도를 확인해야 한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국내 10개 은행이 GSM-102 자금 신청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담보력이 모자라면 은행이 신용장(L/C)을 내주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 그런 다음 리바이벌에 물품의 수량과 인도 시기 등을 알려주면 리바이벌이 미 농무성에 GSM-102 자금을 신청한다. 이 때 계약금액의 0.863%(10만 달러라면 863달러)를 미 농무성에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미 농무성이 허가와 함께 GSM-102 등록승인번호를 리바이벌에 알려주면 A사는 이를 통해 개설은행에서 신용장을 만들고 미국 통지은행(Advising Bank)에 송부한다. 신용장을 확인한 통지은행은 수출 업체 B사에 선적량을 할당하고, B사가 선적을 마치면 사흘 안에 B사에 대금을 지급한다.
리바이벌은 중개 역할을 하는 동시에 수출 업체기 때문에 리바이벌에서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기존 거래선이 있다면 공급업체는 A가 따로 고를 수 있다. 상품을 받은 A사가 국내에서 상품을 판매한 뒤 개설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결재하면 개설은행이 통지은행에 상환한다. 대금은 1년 단위로 절반씩 결제하고, 이자는 6개월에 한 번씩 후불로 낸다.
수입 업체 입장에서는 상품을 수입해 판 대금을 최소 1년 동안 보유할 수 있으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렌지를 11만 달러에 판 뒤 은행에 1년 동안 넣어두기만 해도 3~4%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자와 수수료를 제해도 이익금 1만 달러는 남는 셈이다. 판매 대금으로 담보력을 늘린 뒤 다시 GSM-102를 신청해 규모를 점점 늘려갈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일부 가공식품 기업들이 이 자금을 활용해 수년 새 급성장했다.
신청 못하게 막는 은행 태도 바꿔야
“처음 신청 자격을 얻었을 때는 저도 떼돈을 벌 줄 알았습니다(웃음). 그런데 수익이 많지 않더군요. 은행 수수료를 빼면 남는 게 대금의 2%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 농무부가 수수료율을 정해두고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단속합니다. 이 정도면 일반 무역 마진에도 못 미치니 그냥 제가 하던 수출업에 매진하는 게 나을 겁니다. 워낙 소액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국내 중소 수입 업체들이 GSM-102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육류 수입 업체를 운영하던 김 대표는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수출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GSM-102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을 알고 다리를 놓기로 마음먹었다. 2008년 신청 자격을 얻었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실제로 수출 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미국 통지은행들이 난색을 표했습니다. 70여 시중 은행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은 대부분 노(No)였습니다. 모기지도 3%가 넘는데 1%로 뭐가 남느냐는 거지요. 중소기업 대상이다보니 금액이 적은 것도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모르는 기업이 많지만 GSM-102가 활성화되면 한·미 두 나라의 모든 수출입 업체가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설득해 어렵사리 코뱅크(CoBank)와 파트너가 됐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GSM-102를 운영한다. 정부·금융회사 신용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데 한국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우리나라에 배정된 금액은 약 15억 달러(16조4000억원)다.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건당 최소 500만 달러 이상이 돼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거래 단위가 큰 일부 품목 외에는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사료협회나 제분협회 등을 통해 일부 대기업만 집중적으로 GSM-102 자금을 써왔다.
2009년부터 리바이벌이 나서면서 건당 거래금액은 상당히 줄었다. 10만 달러 정도도 가능하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활용할 여지가 크다. 하지만 여전히 GSM-102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답답한 마음에 그는 1년에 4~5번씩 방한해 중소기업을 상대로 설명회에 나섰다. 그러는 사이 ‘교포 사기꾼’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열심히 발로 뛰었지만 그가 국내 수입 업체에 연결한 GSM-102 자금은 지난 4년 동안 1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 농무성는 연간 1억 달러 이상을 유치하도록 요구했지만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은행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우리나라가 1980년부터 GSM-102를 시작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은행 직원이 이 프로그램을 잘 모릅니다. 본점까지 가서 담당자를 찾아야 겨우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알더라도 남는 게 수수료 밖에 없으니 굳이 성가신 일을 안 하려고 합니다. 중소기업이 의지를 가지고 담보를 마련해 가도 담보가치를 낮게 평가해 자사 대출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은행도 있습니다.
친절히 알려줘도 모자란 데 이래서는 안 되겠지요. 정부도 신경을 좀 써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 육성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GSM-102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 1000만~2000만원이 아쉬운 중소기업에 진짜 필요한 자금입니다. 새로운 지원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지원책부터 잘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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