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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대형화·고급화 맞설 차별화 전략 필수 게스트 하우스 붐

도일 남건욱 2013. 5. 22. 17:18


Real Estate - 대형화·고급화 맞설 차별화 전략 필수
게스트 하우스 붐
임대수익률 높지만 부대비용도 만만찮아 … 도시민박업 제도 도입으로 진입 장벽 낮아져


서울 상수동에 사는 박형수(59)씨는 5월에 집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20년 넘게 살아온 집을 새로 단장하는 건 게스트 하우스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225㎡형 방 4개짜리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해 방 8개짜리 게스트 하우스로 꾸밀 계획이다. 

자녀가 모두 결혼한 뒤 남는 방 2개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그는 지난해부터 게스트 하우스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박씨는 “퇴직금으로 덜컥 사업을 하기도 겁나고, 마땅한 기술이 없어 할 수 있는 일도 요식업에 불과했다”며 “원래 살던 집에 방을 늘려 게스트 하우스로 개조하면 수익이 나겠다 싶어 최근 인테리어 공사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가 인테리어와 침대·화장대 등 가구 구입에 쓸 비용은 약 7000만원. 그는 “한 명 당 숙박료가 2~3만원 선인데 방 8개에 30여명의 손님을 받는다고 할 때 만실이 되면 하룻밤에 60만~90만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웃주민들 중에도 지난해부터 집 구조를 바꿔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한 사람이 꽤 많다”고 말했다.

게스트 하우스 1번지 마포구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을 겨냥한 게스트 하우스가 속속 생겨났다. 게스트 하우스는 현지 가이드나 단체 관광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외국인 배낭여행객을 위한 숙소다.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객에게 값비싼 호텔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 관광으로 잘 알려진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숙박시설이지만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알려지기 시작했다. 외국 자유여행을 경험한 젊은 층이 늘면서 국내에도 게스트 하우스의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국내 게스트 하우스 창업 열풍이 처음 분 곳은 제주도다. 이 일대에서만 약 400개의 게스트 하우스가 성업 중이다. 서울 시내에는 올해 3월 기준으로 215개 업소가 게스트 하우스로 등록돼 약 700여개의 객실을 제공한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질적인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업자는 “고시원 방을 외국인 관광객에 빌려주거나 원룸·오피스텔을 임대업으로 신고한 채 간판만 게스트 하우스로 바꾼 곳도 적지않다”며 “신촌역 근처에만 20곳이 넘는 걸로 알고 있고 현재 영업을 준비하는 곳도 10군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스트 하우스가 급증한 주된 이유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부족해져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1100만명으로, 2006년(615만명)의 2배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숙박시설은 아직 부족하다. 

서울시 관광과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1만6000여 실의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의 평균 숙박률은 95%가 넘는다. 결국 시내에서 숙소를 찾지 못한 이들이 경기 수원·인천·의정부 등으로 ‘원정 숙박’을 가자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지정제도(이하 도시민박업)’를 만들었다.

도시민박업이 생기기 전까지 일반주거지역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숙박시설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민박업이 도입되면서 도심에 게스트 하우스를 짓기 편해졌다. 일반주거지역이라도 건축물의 연면적이 230㎡ 미만이면 도시민박업으로 신고하고 영업할 수 있다.

본인의 건물이 아니라도 임차해서 게스트 하우스를 열 수 있다. 관할 구청에 평면도와 신고서를 제출하면 2주 안에 허가를 받고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연면적이 230㎡ 이상이면 정식 숙박업으로 등록해야 하고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내야 한다.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공중위생관리법의 규제를 받고, 소방법 등 관련 법규 적용도 더 엄격해진다.

서울에서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신촌이나 인사동·명동·동대문이 있는 마포구·종로구·중구 등에 게스트 하우스가 많다. 최근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강남구 논현·신사동 일대에도 게스트 하우스가 늘었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잠시 머물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시내에서 게스트 하우스 1번지로 통하는 곳은 신촌~홍대 입구를 잇는 마포구 일대다. 서울 마포구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진 200곳이 채 안됐는데 올 들어선 거의 1주일에 1개 꼴로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연다”며 “지난 연말에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 도입되며 법규 관련 문의를 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합정역 근처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영국인 에밀리 웰치(23)씨는 “두 달 간 동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는 중에 한국에 들렀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최신 시설인 게스트하우스가 많아 여행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홍대, 합정역 근처는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편하고, 유흥이나 먹거리를 즐기기 좋아 여행객 대부분이 이 근처 숙소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임대 운영 때 비싼 보증금 감안해야

게스트 하우스는 대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개조한 것이다. 각 방을 1~2인실에서 8~10인실로 꾸며 투숙객을 받는다. 도미토리로 불리는 공동침실은 방 안에 2층 침대를 3~4개 놓여 있어 좁은 공간이어도 여러 명이 함께 쓸 수 있다. 퍙균 숙박료는 3만~4만원 수준이다. 1~2인실은 하룻밤에 6만~7만원, 도미토리는 2만~3만원이면 잘 수 있다.

관광객에게는 값싼 방이지만 사업자에게는 수익률이 높은 임대수익형 상품이다. 대표적인 임대수익형 상품인 오피스텔의 경우 투자수익률은 평균 연 5~6%(서울 시내 세전 기준). 은행 예금금리보다는 높지만 세금·중개수수료 등 부가비용을 제하면 수익률은 더 낮아진다. 이에 비해 서울에서 운영 중인 게스트 하우스 수익률은 평균 연 15%선이다. 같은 비용을 투자해 세 배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게스트 하우스는 해당 주택을 사거나 임대해서 운영할 수 있다. 소규모로 게스트 하우스를 창업한 이들이 대개 살던 집을 개조해 손님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지역에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대부분의 창업자는 주택을 임대해야 하는데 서울 마포구의 10억원대 주택의 임대가는 보증금 1~2억원에 월세 300~500만원 수준이다.

4월에 서울 서교동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연 김진하(36) 포춘게스트하우스 사장은 가정집을 임대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창업에 들인 비용은 총 2억원. 그중 임대료가 절반을 차지한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원으로 상가건물 꼭대기층 185㎡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더하니 2억원이 들었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지만 입지 선정에만 2년이 넘게 걸렸다.

김 사장은 “처음 준비할 때만 해도 게스트 하우스는 1억원이면 충분한 소자본 창업에 속했는데 이 일대 임대료가 몇 년 새 엄청나게 올라 이젠 적지 않은 돈이 드는 사업이 됐다”며 “전기세·수도세 등 공과금만 한 달에 80~100만원이 들어 매달 유지비만 200~300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이 심해져 더 좋은 인테리어와 시설을 위해 초기 비용이 늘어난 탓도 크다. 그는 “일반적인 창업과 달리 게스트 하우스는 ‘얇고 오래가는 사업’으로 봐야 한다”며 “단기간 내 고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다른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주변 게스트 하우스 주인들 말이 요즘 북한 문제로 인해 예약 취소율이 높다고 해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은 업종이에요. 초기 투자비용도 큰 편이지만 이러한 변수에 대비해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돈을 갖고 시작해야 위험 부담이 덜하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세탁·조식서비스도 제공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막상 시작하고 보니 ‘수익형 사업’이라기 보단 ‘생계형 사업’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홍보·마케팅 비용도 든다. 게스트 하우스를 해외 인터넷 포탈사이트나 숙박 예약사이트에 등록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인터넷 사이트의 예약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내는 수수료는 평균 숙박료의 10~20% 수준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이러한 사이트에 등록하는 이유는 이외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홍보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최경진(46)씨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입소문을 타고 예약하는 손님이 늘지만 그전까지는 인터넷 사이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집을 다녀간 고객이 예약 사이트에 남기는 후기가 다음 투숙객들에게 중요한 결정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부담돼도 그런 사이트(숙박 예약사이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은 데다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 게스트 하우스 창업 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하기 어려운 홍보·마케팅을 대신해주고,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보내주는 프랜차이즈형 게스트 하우스도 생겨났다. 숙박업체 운영회사인 공간이노베이션은 최근 게스트 하우스 프랜차이즈인 ‘24게스트하우스’를 선보였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이 프랜차이즈는 현재 서울 시내 신촌·이대·고대 등 5개 지점을 냈다.

프랜차이즈 업체도 등장

김보라 공간이노베이션 홍보마케팅 과장은 “게스트 하우스 창업이 수익률이 높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만 숙박업이다 보니 24시간 누군가 상주해야 하고, 마케팅도 쉽지 않다”며 “투자금은 있지만 서비스나 마케팅 측면에서 부족한 개인 투자자에게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수월하게 창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하루 10건 이상 창업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류 열풍으로 비수기임에도 콘서트나 행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찾기 때문에 시장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게스트 하우스 창업자 모임’ 카페 운영자는 “게스트 하우스가 수익성이 좋다고 소문이 나니 너도 나도 창업하고 싶다는 문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며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만큼 일반 사업과 달라 돈만 많이 들인다고 무조건 잘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게스트 하우스도 점차 대형화·고급화 추세다. 돈을 많이 들인 일부만 살아 남고, 소자본 투자자는 도태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객실 가동률이 70%만 넘어도 수익률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부가비용이 많은 만큼 충분히 수익성을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