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PC 같은차,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시대 연다

도일 남건욱 2013. 5. 22. 17:20


PC 같은차,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시대 연다
김성호 파워프라자 대표
이창균 이코노미스트 기자
전기차 ‘예쁘자나S4’ 상용화 구상 … 중소·벤처기업 도전할 만해


1993년 설립된 파워프라자는 산업용 파워서플라이(전력 공급장치)를 주로 만든다. 직류(DC)-직류(DC) 컨버터와 교류(AC)-직류(DC) 컨버터 등 표준화된 700여종의 제품을 개발·생산한다. 최근엔 이들 부품을 공급 받는 회사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관심 많은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이 회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2006년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울 목표로 만들기 시작한 전기차가 입소문이 나면서다. 4월 7일 폐막한 서울모터쇼에서 ‘예쁘자나S4’를 선보였는데 벌써 네 번째 전기차다. 자체 기술로 실험적 시도를 했다.

서울 가산동 대륭테크노타운에서 4월 말 만난 김성호 파워프라자 대표는 예쁘자나S4와 모터쇼 이야기를 쉴 틈 없이 이어갔다. “디자인을 개선하고 색상을 입혔더니 관람객이 더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몇 년 전보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국내에서 자동차는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만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다. 기술·인프라 등 진입장벽이 높은데다 사실상 독과점 구조여서다. 전기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대표 생각은 다르다. 그는 “전기차야말로 도전·실험 정신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이 시도할 만한 미래 기술의 집약체”라고 강조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이었다. 전기차 관련 매출은 아직 없다. 지금까지 수십 억원을 전기차 개발에 투자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차량 자체의 가격대가 높은 데다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해서다. 현대자동차는 ‘블루온’을 시범 생산한 데 이어 2015년 하반기 준중형급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지만 아직까진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한다. 기아자동차도 2011년 전기차 ‘레이’를 출시했지만 주로 정부나 공공기관에 시범용으로 보급 중이다. 섣불리 전기차 제작에 뛰어들었다가 망한 중소기업도 속출했다. 

업계 일각에선 “초기 단계라 성능이 약한 전기차를 기존 자동차의 대용이 아닌 세컨드 카로 봐야 한다”며 “경·소형 전기차 보급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업뿐아니라 전기차 전문 중소·중견기업 양성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파워프라자는 최근 경·소형 전기차 제작에 속도를 냈다. 중소기업 눈으로 본 전기차의 미래와 국내외 시장 동향은 어떨까.

전기차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하청받는 업체는 큰 틀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부속 아이템을 만든다. 산업 구조상 경기가 나빠지고 위에서 흔들리면 (중소기업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업을 키울 차세대 아이템으로 전기차 부품을 생각한 이유다. 누가 시키는 대로만 만들 게 아니라 우리만의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전기차 부품은 시스템과 유기체다. 누군가 ‘이것만 만들라’고 해서 그것만 하면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격이다. 

개조부터 했다. 개조해서 테스트를 했다. 해보니 아이폰처럼 부품을 시스템에 최적화하는 게 중요했다. 마티즈에 들어가는 부품과 쏘나타에 들어가는 부품이 다르지 않나. 우리 시스템에 최적화한 부품을 개발해야겠단 차원에서 전기차의 소형화 경향을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예쁘자나를 만들었다. 만들고 홍보가 많이 됐다. 우리 기술로 만든 충전기 등의 부품을 알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예쁘자나S4는 뭐가 다른가.

“가장 큰 특징은 카본-화이버(Carbon-Fiber) 소재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항공기나 우주선 제작에 쓰이는 초경량·고강도 소재다. 자동차에서 이걸 쓰는 경우는 F1(포뮬러원) 경주용 차량 제작 때뿐이다. 카본 금형을 원피스(One-Pieces)로 파낸 우리 차를 본 업계 사람들이 ‘이거 만든 사람 제대로 미쳤다’고 했다(웃음). 차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느냐는 거였다. 

그만큼 독창적인 시도다. 차량 구조도 단순화했다. 플로어(Floor)·루프(Roof)·도어(Door)·후드(Hood) 4개 구조만으로 설계한 일체형 차체다. 제작 공정도 단순하지만 차체의 비틀림이나 강성도 하나의 형태로 잡아 충돌·주행 때 전달되는 충격을 분산시킨다. 38kWh 배터리로 500km까지 달릴 수 있다. 80V로 다른 전기차보다 저전압 시스템을 채택해 운전자 안전을 고려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전기차와 다른 점이 많은데.

“전기차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일반 완성차처럼 많은 투자비용이 들지 않고 넓은 시설·부지도 필요하지 않다. 이를 감안해 소규모 제작자도 매뉴얼·부품을 받아 손쉽게 조립할 수 있게 설계했다. 카본-화이버 소재는 국내 카본 업체인 한국화이바에 맡겨 제작했다. 카본 소재를 선택한 것도 대기업은 하기 힘든 시도였다. 

일반 전기차는 프레임이 너무 많다. 그러면 무거워진다. 배터리도 무겁고 모터도 무겁고 그러면 전부 값이 오른다. 악순환이다. 우리가 만드는 차체는 무조건 작아야 한다고 봤다. 배터리와 모터가 모두 작아야 충전도 쉽고 비용도 절감된다. 카본 자체는 비싸지만 카본을 써서 다른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상용화가 목표일 텐데.

“원래는 아니었는데 여러 차례 모터쇼에 출품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전기차 사업에 관심이 많은 환경부와 제주도에서 차를 보더니 시범차 용도로 몇 대 지원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협력사인 한국화이바에서도 관심이 많다. 최근 일반 소비자도 회사 홈페이지에서 예쁘자나 상용화 여부를 많이 묻는다. 2~3년 후 상용화를 목표로 우선 올해 안에 몇 대 만들 생각이다. 애초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

전기차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나.

“일반 완성차에 비해 높지 않다. 전기차 부품은 일반 자동차 부품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파워프라자도 아직 안 망하고 잘 만들고 있지 않나. 하지만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또 잘 안 되는 게 전기차다. 그리 간단한 상품이 아니다. 다만 다른 각도에서 봐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사업자로서 미래차(Future Car)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뭔지, 전기차의 정체성과 시스템은 뭔지 꾸준히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을 어떻게 보나.

“현대·기아자동차가 어려워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전기차도 예외는 아니다. 차에 대해서 벤처기업이 어떤 시도를 해보려 해도 (현대자동차그룹의) 협조부터 받아야 한다. 독창적인 시스템이 나오기 어렵다. 전기차는 미래 산업인데 이러면 나라 전체로도 손해가 아닐까. 

정부도 전기차를 미래의 차로 보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끄럼 방지 제동 장치(ABS)나 타이어 공기압 측정 장치(TPMS) 같은 부품이 꼭 전기차에도 필요할까. 오히려 전기차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전까지 규정을 들이대면 그냥 현대차만 해야 된다. 정부차원에서 전기차만을 위한 규정을 새로 정립했으면 한다.”

향후 시장 전망은?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올해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아이로드(i-ROAD)’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치 자전거처럼 도심 근거리 이동에 최적화한 전기차다. 출시되면 아마 1000만원 미만의 가격일 것이다.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중소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차가 작은 만큼 급속 충전이 상대적으로 쉬워 소비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런 퍼스널 모빌리티가 미래 전기차 시장의 대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정부에서도 관심이 있는 걸로 안다. 그에 맞게 예쁘자나S4의 후속 상품을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