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잡스와 오랫동안 일을 함께 해 온 광고인
켄 시걸의 글을 읽다 보면 멋진 대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기업이든 인생이든 지향점과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어떤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1999년부터 2년 넘게 법무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정부의 조사로 조직이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 회사의 마케팅 목록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의 방향도
명확하지 않았다.
법무장관 재닛 리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당시 최고운영책임자인 밥 허볼드는
조직을 진정시키고 모두를 하나로 결속시키기 위한
단합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는 MS의 법률고문과 홍보팀장을 포함해
홍보부의 유력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2. 한 임원이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저 사람들은 우리가 나쁜 짓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긍정적인 부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가치를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회의실 내부에 공명하기를
기다리는 듯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더니 홍보팀 인사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어디에 적혀 있나요?
누구 아는 사람 있나요?”
즉 마이크로소프트의 진화를 위해서는 회사의 가치를
세상에 공표해야 했다.
하지만 MS 임원인 그녀 자신마저 회사의 가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느 누구의 컴퓨터에도 숨겨진 마법의
문서 같은 것은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치는 여태껏 한 번도 성문화된 것이
없었다.
3. 즉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가치와 지향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체적 연구 활동에 1년 반이 걸렸다.
법무부의 소송 때문이든 아니면 초점을 유지하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무능 탓이든 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시기를 계기로 한층 성숙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델 같은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자기 존재를 규정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는 사실을
접할 때마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이런 혼돈은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심해진다.
사람들이 단순해지는 법을 점점 망각해가는 탓이다.
(=>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기업이 자신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 가를 규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가
흔들리면 어려움을 맞게 됩니다.)
-켄 시걸, (미친 듯이 심플), 문학동네, pp.142-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