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벌게 하라

도일 남건욱 2014. 5. 10. 13:27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벌게 하라
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상장사 임원의 연봉공개를 놓고 말이 많다. 10대 그룹 임원의 연봉이 평사원의 16배를 받는다고 하고, 1인당 평균 3억6000만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일부 재벌 오너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사회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일하는 유능한 CEO와 임원들의 연봉이 도매금으로 같이 비난 받는 듯한 분위기다.

장군의 칼은 지휘하는 칼이지 상대의 목을 베는 칼이 아니다. 장수가 병졸과 마찬가지로 칼을 쓰면 그것은 패한 전쟁이다. 장수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알고 사람을 움직여, 이른바 천지인(天地人)을 읽고 전략을 짜 상대를 무찔러 광활한 영토와 금은 보화를 가져와 국가를 부유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 장수가 병졸과 같이 대접받고 상대의 목을 베러 최전선으로 갈 상황이면 전쟁은 보나 마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3요소가 사람·기술·돈이지만 그 중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사람 중에서는 CEO가 가장 중요하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방향이 조금만 틀어지면 과녁과는 완전히 멀어진다. 화살의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은 기업의 사령탑, CEO다. CEO의 판단이 틀리면 100년 기업도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 현대 기업사회다.

작년에 미국에서 최고 연봉을 받은 사람은 오라클사의 CEO 래리 엘리슨이었다. 811억원, 일당 2억2000만원을 받았다. 장수가 병졸과 비교되는 나라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임원이 사원과 비교되는 나라도 경제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세계 1위의 시가총액을 가진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을 누른 한국 기업의 임원들에게 연봉은 얼마를 주는 것이 답일까?

취업난이 문제인데 애플을 이길 만한 기업 5개만 만들면 한국의 대졸자 구직난은 구인난으로 바뀔 수 있다. 한국 기업 임원의 평균 연봉이 3억6000만원이 아니라 일당 4억짜리 CEO를 만들면 한국은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주고 많이 벌게 해야지 평균에 맞춰 높낮이를 평가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창의와 개척 그리고 도전만이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살아 남는 비결이다. 거기에는 그만큼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합당한 보상이 없으면 인재는 떠나고 기업은 3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추락하면 젊은이도 같이 추락한다. 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늘어나는 것은 커피숍과 노인 요양원뿐이면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

한국이 사랑한 경제학은 ‘규모의 경제학’이다. 과거 한강의 기적은 미국과 일본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추격자의 야성이 만든 기적이다. 365일 3교대의 신화는 바로 생산 규모가 2배가 되면 원가가 33% 하락하는 ‘학습 커브(Learning Curve)’를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등장으로 한국의 원가모델에 치명적인 충격을 줬다는 것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화학산업의 성공 비결이 퇴색되고 있다.

중국이 다가오면서 가져온 중간재의 짧은 호황 다음 한국의 구조적 불황기가 다가 오고 있다. 중국이 산업구조를 바꾸면서 한국의 중간재 강국의 의미는 사라지고 대안으로 떠올라야 할 소프트한 창의 제품과 브랜드 제품은 아직 멀리 있다. 한국의 진정한 위기와 문제는 바로 근력(筋力) 부족이 아니라 염력(念力) 부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