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까지의 막대한 노동과 자본투자를 통한 요소투입형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혁신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하는 중대한 변곡점 앞에 서있다. 개도국형 양적성장에서 선진국형 질적성장으로 전환하는 성장통에 직면한 것이다.
성장통을 극복하고 선진국형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4가지 조건이 중요하다. 첫째, 혁신을 이끌어낼 일정 수준의 과학·기술 인프라를 갖추었는지, 둘째, 혁신능력을 갖춘 인재가 충분히 존재하는지, 셋째, 시장에서 혁신이 작동할 정도로 충분히 경쟁적인지, 마지막으로 혁신을 할 수 있는 토종 기업 혹은 기업군이 얼마나 있는지가 그것이다.
현재 중국 IT산업 분야가 혁신주도형 성장으로 이끄는 선도그룹 역할을 하고 있다. IT분야에서 혁신 토종기업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IT산업이 조립부품수가 적고, 표준화된 부품이 많으며, 블랙박스 식의 독자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현장의 암묵지(暗默知,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가 크게 필요하지 않아 기술의 도약이 가능하며, 대만의 산업협력을 받을 수 있는 기준에 많이 부합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컴퓨터 부문에서는 작년 휴렛팩커드·델을 밀어내고 정상에 우뚝 선 레노버,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2012년부터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하이얼,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삼성·LG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는 BOE,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올해 1분기 중국 시장점유율 11%로 애플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한 샤오미 등이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미국 월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공개(IPO)가 예상되는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6억명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텅쉰,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우는 바이두는 한국을 넘어 이미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14억명의 인구를 배경으로 한 막대한 소비시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앞서 언급한 여러 조건과 결합돼 중국 IT산업의 발전속도는 한층 가속화 될 것이다.
중국 IT산업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토종기업의 등장은 한·중·일 분업구조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R&D 혁신과 생산성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중국 토종기업의 등장은 중국이 궁극적으로 제조업과 조립완성품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IT 산업의 토종혁신 기업들이 IT산업 내뿐만 아니라타 산업으로 확산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IT산업 내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 조립 완성품 분야의 경쟁력이 유지되도록 R&D 차별화와 생산성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우리 조립 완성품 분야는 일본의 부품·소재·장비를 공급받아 경쟁력을 키우며 발전했다.
중국이 조립 완성품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갈 때 우리도 일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품·소재·장비 산업을 강력히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IT분야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혁신과 융합이 촉진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규제개혁이 상시로 이루어져야 한다. 승천하는 거대한 용(龍)의 등에 올라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