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이 펴낸 엣세이 집에서
흥미로운 대목을 몇 부분 뽑아 보았습니다. 1. 톨스토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세 가지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그게 바로 세상을 사는 이유라는 것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길은 소박하다. 사랑은 꼭 거창하고 거대한 데에 있는 것은 아니다. 2. 김수환 추기경은 ...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추기경님께서 노점상에 대해 이렇게 각별한 사랑을 지니고 계신 줄 알지 못했다.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 추기경님께서 평소 이런 말씀을 하신 줄도 선종 이후에 알았다. 3. 쌀에 아무리 불행과 고통이라는 돌이 많아도 행복과 기쁨이라는 쌀보다 더 많을 수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맛있게 쌀밥을 먹을 때 실은 쌀에 원래 있었던 돌과 함께 먹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살아가다 보면 내 인생이라는 쌀에 고통이라는 돌이 더 많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일부터 집을 나서서 다른 사람의 삶을 보러 갈 때가 있다. 시장이나 병원이나 화장장을 가보면 다른 사람의 삶의 고통이 그대로 다 들여다보인다. 4. 내가 쓴 동화 중에 (선인장 이야기)가 있다. 이 동화는 아들 선인장이 아버지 선인장의 충고를 듣지 않다가 결국 죽음이 이르게 되는 이야기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다. 아들 선인장은 사막에서 태어난 자신을 원망한다.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시투성이인 자신이 싫기도 하지만 마냥 대리쪼이기만 하는 뜨거운 햇볕이 너무 싫었다. 무엇보다도 목이 말라 견딜 수 없었다. 밤이 되어 햇볕이 사그라 들어도 목마름은 여전히 그래도 였다. “아들아, 네가 사막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단다. 좀 참아라. 가시에도 꽃이 핀단다.”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해도 그는 어떻게 하면 태양을 사라지게 하고 시원한 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리던 비가 사막에 퍼붓기 시작한다. 아들 선인장을 뛸 뜻이 기뻐하면서 마음껏 물을 먹는다. 더 이상 목마름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도록 온몸을 빗물로 가득 채운다. 그때 아버지 선인장이 아들 선인장에게 말한다. “아들아, 그렇게 한꺼번에 배불리 먹지 말아라. 아무리 목이 말라도 욕심내지 말고 적당히 알맞게 먹어라. 그렇지 않으면 넌 목숨을 잃게 된다.” 아버지가 진정 걱정 어린 충고를 해도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온몸을 빗물로 가득 채운다. 그때 비가 그치고 바람이 분다. 아들 선인장은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뿌리채 쓰러져 사막을 나는 배고픈 새들의 먹이가 되고 만다. 5. 언젠가 사막에 관한 책을 읽다가 선인장들이 비가 오면 빗물을 너무 많이 들이켜 끝내는 제 몸무게를 이기 못하고 쓰러져 새나 짐승들의 먹이가 된다는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과욕을 목숨까지도 잃게 한다는 삶의 교훈이 담긴 이야기다. -출처: 정호승,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해냄, p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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