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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도 성매매는 술·마약과 함께 흥미로운 분석 대상이다. 이 셋은 역사적으로 볼 때 자발적인 공급과 수요가 존재하지만 미풍양속에 반하고 사회적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국가가 규제해왔던 상품이다. 경제 주체의 자발적인 교환의지와 정부 규제가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법학·윤리학과는 다른 관점에서 경제학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면, 노벨상 경제학자인 더글라스 노스는 [사회 현안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그리고 여성 경제학자인 다이안 코일은 [성매매, 마약, 그리고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이들 경제학자들이 부도덕 상품 3종 세트에 대해 내린 결론은 비슷하다. 불법화 명분이 아무리 숭고하고 법 집행 의지가 아무리 강력해도 국가가 쏟아 붓는 자원에 비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거래 의지가 있는 상품을 불법화하고 단속하면 거래량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어도 예산 투입 대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까지 줄이기는 어렵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필자는 10년 전에 ‘불법재의 비극(The Tragedy of Illegal Goods)’이라는 이름으로 경계한 바 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시행했던 금주법은 불법재의 비극의 대표적인 사례다. 1920년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자, 밀주 거래는 적발과 처벌의 위험은 크지만 가격이 치솟으며 ‘고위험-고수익 산업’이 되었다. 이에 지하경제 세계에 밝고 전과 누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폭력의 재능으로 무장한 ‘갱단’들이 산업에 뛰어들며 서로 전쟁을 벌이는 통에 강력 범죄가 늘어났다. 미국 마피아의 8할은 금주법이 키웠다.
상품의 질과 소비 행태도 뜻밖의 변화가 생겼다. 공급자들은 단속에 안 걸리고 이윤을 높이기 위해 부피는 크고 값이 저렴한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를 팔기 시작했다. 소비자 사이에도 단속을 피하려고 독주를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마시는 유행이 번졌다. 그 결과 알코올 중독자는 금주법으로 인해 오히려 증가했다. 더구나 불법 상품은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메탄올과 독성물질로 알코올 도수만 키운 가짜 술이 판쳤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1927년 한 해에만 알코올 중독 사망자가 1만2000명, 오염된 술 때문에 죽거나 실명한 사람의 수는 수천명에 달했다고 한다.
결국 금주법은 예산을 엄청나게 썼으면서 성과는커녕 폭력의 점철, 부정부패, 국민건강 위협 등 수많은 부작용만 낳고 1933년에 막을 내렸다. 금주법을 성매매 금지 특별법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위헌성 여부를 따지겠다면 불법재의 비극이라는 관점에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해당 산업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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