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파크텔→러브호텔→모텔
‘퇴폐와 불륜’의 상징인 모텔은 한류 열풍에 편승해 다시 변신을 꾀했다. 2011년 기준 서울을 찾은 관광객이 900만 명을 넘었지만 서울 시내에는 관광호텔을 포함 139개 호텔에 객실은 2만4000여 개에 불과했다. 객실 수요에 비해 절반 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때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 관광산업 경쟁력은 139개국 중 32위였다. 문화 자원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숙박시설은 100위 권에 그쳤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숙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서울에서 ‘이노스텔(Innostel)’을 도입했다. 3만~6만원 대의 저렴한 숙박비에도 외국인이 편하게 묶을 수 있는 모텔을 지정해 브랜드화한 것이다.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종업원이 있어야 하고 방을 빌려주는 대실 영업을 금지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우수 숙박시설 지정심사위원회 심사도 통과해야 했다. 그렇게 40개 모텔이 선정돼 1700여 객실을 운영했다. 그러나 일부 업소의 대실 영업이 알려지면서 퇴출당하는 곳이 생기자 숫자는 점점 줄었다. 더구나 ‘세금으로 러브호텔을 지원한다’는 비난까지 일면서 모텔은 다시 위기를 맞는다. 운영자금 저리 융자와 상·하수도 요금 감면과 같은 정책적 지원도 끊겼다. 이노스텔은 2013년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우수 숙박 시설 지정제도 통합에 따라 ‘굿스테이’로 합쳐지면서 사라졌다.
‘부적절한 만남’의 온상지로 여겨졌던 모텔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O2O) 기반의 숙박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2005년 설립된 ‘야놀자’는 국내 숙박산업의 반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텔 정보를 한데 묶어 제공했고, 저렴하고 깨끗한 숙박 시설에 갈증을 느끼던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급성장했다. 이어 2014년 숙박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가 나오면서 숙박 O2O 시장의 양강 체제가 구축된다.
숙박앱 등장 이후 서서히 양지로
숙박앱은 모텔 이용자의 편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숙박앱과 제휴를 맺은 모텔 업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시장 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숙박앱 제휴 업체 업주 159명을 대상으로 ‘숙박앱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3.5%)이 “숙박앱과 제휴 이후 영업과 홍보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숙박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 매출 증대가 됐나’라는 질문에 대해서 모텔 업주의 72.3%는 “도움이 됐다”고 했다.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변한 업주는 8.2%에 그쳤다. 숙박앱을 통한 고객 후기와 평가는 업주들의 변화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업주 4명 가운데 3명(74.8%)은 “고객의 평가를 보고 서비스나 청결도를 개선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12년 동안 모텔을 운영해온 김모(48)씨는 “모텔 자체가 부정적 인식이 너무 강해 하나의 산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노출을 줄이는데 신경 써 왔었다”라며 “처음 숙박앱과 제휴를 맺을 땐 관심이 커질까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숙박업에선 공실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데 숙박앱과 제휴한 이후 오히려 공실률이 줄어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우리 업소를 찾는 고객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서비스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숙박시장 전체 규모도 커졌다. 외국인 관광객은 급증했지만 그들이 묵을 만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관광호텔 특별법’을 시행했다. 2012~2015년 관광호텔 특별법이 적용된 기간 동안 150개의 호텔, 1만7816실이 새로 생겼다. 지난해 관광호텔 특별법이 1년 더 연장되면서 당분간 호텔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호텔 과잉 공급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서울지역 호텔 객실 이용률은 2011년 80.7%에서 지난해 50~55%(추정치)로 떨어지는 추세다. 호텔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숙박 O2O를 만난 모텔시장은 다르다.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숙박앱은 배달앱에 비해 수수료의 기준이 되는 객단가가 높다. 또한 여전히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숙박 업소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긍정적 요인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1300만 명을 넘어 2000만 명 시대를 넘보고 있다. 모텔이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 시설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지만, 호텔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와 시설을 갖춘 모텔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이용률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이용률도 점차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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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