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드립니다.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연령차별’(에이지즘, ageism)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일할지, 언제 은퇴해야 할지,
후반전 인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등에 대한 생각과 선택이 연령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1. "걸핏하면 우리에게 ‘그래서 은퇴는 언제 하실
거예요?‘하고 묻는 사람들에 관해 글을
써보는 게 어때?“라는 제안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2. 첫 인터뷰 대상은 산타페에 사는 여른여덟 살의 민속
예술가 마샤 무스(Marcia Muth)였다.
마샤가 사는 작은 토담집 베란다에서 그녀가 수집한
휠켑에 들러싸인 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악 CD를 주렁주렁 매단 나무 한 그루가 그들을
만들어주었다. 마샤 무스는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에서
조부모의 손에 자랐다.
3. 조부모에게 마샤는 ‘실망스러운’ 존재였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셰익스피어를 좋아하고
시를 사랑했어요. 그러나 두 분에게는 상점을 갖게 해줄 수 있는
일만이 진정한 일이었죠.“
마샤는 법률 전문 사서, 시인, 출판인이 되었고,
50대에는 성공한 민속화가와 교사가 되었다.
벽에는 마샤의 말이 인용된 신문기사가 붙어 있었다.
“당신은 너무 늙지도 너무 늦지도 않았다.”
그녀가 엘더호스텔(Elderhostel, 대학에서 중년 및 노년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단기 집중 강좌를 운영하는
국제 비영리단체)에서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다.
4. 마샤 무스는 10년 동안 ‘몰래’ 그림을 그렸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쑥스러워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 화가가 마샤의 집에 들렀다가
허둥지둥 붓을 숨기는 그녀를 보고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교습을 받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그리세요.”
5. 마샤는 그렇게 했고, 그것은 그녀의 삶의 방식이 되었다.
또 그러한 삶의 방식을 중년에 깨닫게 된 것에 감사했다.
마샤는 만성기관지염 때문에 몇 년 일찍 교사 일을
그만두고 산소통을 달고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산소통이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해지는 않았어요.
그게 중요해요.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바뀌지는 않아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에 흥미를 갖게 되죠.“
6. 마샤와 그녀의 파트너는 예전에 비해 외출이 줄었고
전보다 천천히 움직인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능력이 무르익음에
따라 그림 실력이 날로 좋아졌다.
마샤는 내게 이렇게 조언했다.
“노년을 겁내지 말아요.
다가올 노년을 불안해하지 않도록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당신 인생도, 그만큼 멋진
인생이 될 거예요.
살아보니 70대보다 80대인 지금이 훨씬 더 즐거워요.“
80대 삶이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니,
사실 그때까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7. 솔직히 말하면 수명이 매년 조금씩 줄어든 것에
겁먹지 않은 것도 아니다.
산소통에 매여 옴짝달싹 못하는 삶이 개인이 성장에
이바지하고 즐거움을 안겨주는 깊은 샘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기쁨에 찬 그런 명쾌한 이해가 ‘시간은 짧고 그래서
풍미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깨닫는 데 뿌리박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8. 옛 가락을 새롭게 접한 그날 이후로
나는 이번 여정을 계속 이어갔다.
소아과 의사부터 공원 경비원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나이 지긋한 미국인들이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운전대와 책상, 띠톱과 텔레비전 카메라 이면에
있는 자신들의 일에 대해,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자신들의 삶에 대해.
9. 정말 놀라운 일은 80대, 90대에 직면할 것으로
어림짐작했던 상황과 내가 맞닥뜨린 현실은 전혀 달랐다.
나이 들어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 고령자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거대한 집단을
대표한다는 사실이다.
-출처: 애슈턴 애플화이트,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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