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어떤 조직들이
우위를 차지할 까? 통상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
이외에 논의가 없었는데 한 연구자는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이 관찰될 것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1.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다양한 조직 유형, 즉 조직군(組織群, organizational population)
간 공생관계를 말하는 ‘조직군 생태계’에도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나온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무수한 보고서에서 흔히 관찰되는 오류 중 하나는
미래의 조직 유형을 한 가지 특정한 형태로 일반화하여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공진화할 미래 조직의 특성을 예측하려면 최근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구글이나 아마존 등 플랫폼 지배 기업과 같은 특정 조직 유형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군이 모인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체 조직군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
#2.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조직군 생태계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공통적 조직 형태로
통일되기보다는 전혀 다른 다양한 종류의 니치(niche)와 자원들을 활용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이질적 조직군들로 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 가지 특정 유형의 조직군이 전체를 지배하기보다는 다양한 유형의
조직군이 상호보완적으로 분업과 협업을 하면서 공존하는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조직군 생태계에는 크게 다음 3가지 유형의 조직군이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할 것이다.
#3.
플랫폼 지배 기업조직군과 기업집단 2.0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조직군은 고객들의 일상생활 전 과정의
관심집중 시간에 대한 접근권을 독과점하는 소수의 ‘플랫폼 지배 기업
(platform-dominant player)’들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다양한 유형의 조직군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고객들의 일상생활 과정의 각 단계에 필요한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려면 고객들의 관심집중 시간에 대한 접근 기반인 ‘플랫폼’이
필요한데, 이런 플랫폼을 지배해 ‘플랫폼 리더십’을 행사하는 기업들이다.
#4.
플랫폼 지배 기업들은 자신이 주도하는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다른 모든 기업이
언제 어떤 가치를 어떤 고객에게 어떻게 제공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체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들 플랫폼 지배 기업들은 더 많고 더 다양한 고객의 일상생활 과정에서
관심집중 시간을 지배하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현재 구글이나 아마존 등
선도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5.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 플랫폼 지배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 형태로 매도되면서 헌재 급속히 해체되거나 약화되고 있는 재벌그룹 같은
‘기업집단(business group)’과 매우 유사한 조직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현재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최고 플랫폼 지배 기업들의 최근
전략적 행동과 경영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력한 본부 중심의 비전과 전략 추구,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광범위한 비관련 사업 분야들로의 인수합병 등을
통한 영역 확대, 그리고 본부에 의한 전체 계열사의 치밀한 통합조정 등 매우
독특한 행태를 보인다. 언뜻 보면 과거 문어발 기업으로 비판받던 우리나라의
재벌그룹들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기업집단의 형태이다.
#6.
플랫폼 멤버 기업조직군
물론 이런 플랫폼 지배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적 플레이어인 것은
맞지만 아무리 강력한 플랫폼 리더십을 가진 기업도 자신이 리드하는 생태계의
수요를 혼자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으므로 다양한 기업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런 기업들을 ‘플랫폼 멤버 기업(platform member)'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플랫폼 지배 기업들이 주도하는 생태계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요소와 상품, 서비스, 사업등을 각기 공급함으로써 일종의 거대한 분업구조를
형성하는 생태계 구성원이다.
#7.
물론 플랫폼 멤버 기업들은 지배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파워나 협상력이 약한
경우가 많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플랫폼 지배 기업이 구축한 생태계의
생존과 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구성요소를 독점하는 멤버 기업들은 오히려
플랫폼 지배 기업 못지않은 영향력과 협상력을 가질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런 요소들을 ‘핵심 가능화 요소(keyenabling component)'라고 부르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구글 생태계와 애플 생태계 양측 모두에 핵심 가능화
요소인 반도체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삼성전자이다.
#8.
독자 기업조직군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의 조직들은 거대 플랫폼 지배 기업들이 주도하는 플랫폼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는 주변부의 ‘독자 기업(stand-alone outsider)’
들이다. 이들 독자 기업에는 2가지 유형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는 플랫폼 지배 기업들과 경쟁하지도 않지만 그들의 빅데이터나 인공지능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플랫폼 지배 기업들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전통 장인 기법으로 명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기 전체 경제에서 소규모의 니치를 점유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독자
기업들이 성장하면 생태계 전체의 역동성이 높아질 것이다.
#9.
여기에 비해 또 다른 유형의 독자 기업은 플랫폼 지배 기업들의 관찰과 감시가
미치지 않는 주변부에서 잠재적으로 플랫폼 지배 기업들의 경쟁력 기반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는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혁신기업들이다.
만일 이들이 성공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조직군 생태계 자체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위력적인 창조적 파괴가 발생하고,
자칫 소수의 플랫폼 지배 기업들의 반영구적 독과점 체제로 굳어질 수도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태계가 바로 이런 기업들 덕분에 역동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3가지 유형의 조직군은 각 조직군 내부에서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같은 생태계에 속한 다른 조직군과는 협력하거나 공생하면서 전체
생태계 수준에서 다른 생태계와 경쟁할 것이다.
-출처: 신동엽 외 6인, [4차 산업혁명, 일과 경영을 바꾸다], 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