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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의 현장경매 노하우 ⑦] 발품 판 만큼 성공 확률 높아져

도일 남건욱 2006. 8. 8. 23:08
[윤재호의 현장경매 노하우 ⑦] 발품 판 만큼 성공 확률 높아져
챔피언 홍수환, 전봇대 뒤에 숨어 손님 수 세기도
지난 글에 이어 최모씨의 상가 낙찰 얘기를 계속 더 해보자. 그가 경매로 매입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상가와 연관된 세입자 분석은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2002년 건물 준공과 함께 입주한 세입자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5000만원의 보증금과 100만원의 월세를 주고 영업하고 있었다. 세입자는 전세권 설정도 하지 않았고, 최초 근저당권 설정 이후에 들어온 후순위 세입자였다. 자연히 대항력이 없는 상태였다.

이 물건에 입찰 결정하기 전 최씨가 세입자 탐문을 할 때 그 세입자는 재계약에 뜻이 있다고 밝혔다. 상가 경매에서 가장 속 편한 것이 바로 전 상가 세입자와의 재계약이다. 장사가 잘되는 상권에서 영업하는 세입자는 새로운 낙찰자와 재계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통상적으로 생각한다.


이 물건의 새 주인이 된 최씨는 기존 세입자와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50만원에 상가임대차 재계약을 했다. 2년 임차기간이 종료되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00만원으로 새 계약을 한다는 약속까지 했다. 골치아픈 명도 과정이 필요 없었다.

이는 서울의 알짜 상권에 있는 상가를 경매로 잡은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대형 주상복합건물 내 1층에 위치한 점포이고, 유동인구 확보가 손쉬운 노른자위 점포를 감정가의 절반값 이하에 매입한 것이어서다.

최씨에게 아파트나 토지는 관심 밖이다. 오로지 상가 경매물건에만 관심을 갖는다. 내가 아무리 우량 물건을 추천해도 그는 시큰둥해한다. 중심상가 경매에만 재미를 붙인 몇 안 되는 전문가이며 투자자다.

투자 또는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상가를 찾는 사람들 중 비싼 분양가의 상가분양 현장만을 쫓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마치 꼭 사야 할 것을 정하지 않은 채 드넓은 할인매장을 찾은 사람이 혼란에 빠지는 것 같은 모습처럼 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량 상가 경매물건을 추천하면 대개 회의적으로 보고 지레 포기한다. 상가 경매는 함정이 많고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열린 마음으로 입지와 상권 분석을 사전에 철저히 한다면 돈 되는 상가 경매물건은 많다고 나는 장담할 수 있다.

특히 중심상가 경매물건은 도심 중심가에 속해 있기 때문에 큰 경험과 노하우가 없어도 경매지식에 대한 기본만 확실하게 갖추고 있으면, 투자자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종목 중 하나다.

중심상가 경매 투자의 핵심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집객력)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아야 하고, 입지가 양호한 곳이어야 한다. 그런 곳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현장으로 달려가서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몇 명인지를 조사해야 한다.

또 그 입지와 유사한 상가의 임대료와 매매가를 조사해야 한다. 또 투자 전에 투자수익률을 계산한 후 은행 금리의 몇 배에 해당하는 수익률이 계산되어야만 한다. 그런 다음에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모든 중심상가 경매물건이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쫓아다니다 보면 알짜 상가를 만날 기회는 적지 않다.

초보 경매 투자자가 중심상가 경매물건을 고를 때는 이렇게 하자. 감정가가 비싼 1층의 대형 점포보다는 입지가 무난한 곳의 1층 소형 점포 또는 2~3층의 점포를 고르는 게 낫다. 낙찰받은 다음에 세를 놓을 목적이라면, 상가 주변의 번화도와 고객을 끌어들일 위치 등을 감안해 대형 매장 내 소형 점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요즘 많이 경매에 나오는 중심상가 중에는 노후 상가의 일부 층을 개조해 영업하다 과다한 대출 때문에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가 있다. 서울 동대문, 남대문 일대 중심상가에 많이 있다.

아무리 위치가 좋다 해도 영업력이 떨어지는 상가를 재단장했다고 하면 일단 영업부진을 겪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상권과 입지분석을 사전에 철저히 한 후에 입찰을 결정해야 한다.

상가 투자자들이 나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경매물건을 잘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비법’을 찾기보다 ‘기본’을 지키면 된다고 항상 얘기한다.

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누구나 아는 오픈된 정보다. 누구는 살 때마다 투자에 성공하는데, 누구는 늘 고가에 낙찰받고 투자에 실패해 고민한다. 이게 목하의 경매시장이다. 상가야말로 발품과 입품이 필요한 투자종목이다. 나는 이를 다년간의 현장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1970년대 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씨는 상가 하나를 얻기 위해 며칠간 밤낮을 전봇대 뒤에 숨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점포 안으로 들어갔나” 확인했다는 일화가 있다. 상가 투자 때에는 대상물건을 철저하게 분석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수익률 높은 물건을 잡을 수 있다.

이번에는 ‘집적(集積)상가’에 대해 알아보자. 물론 이를 공부하는 것은 집적상가를 낙찰받아 큰돈을 벌기 위함이다.

먼저 집적상가란 요즘 신문광고에 잘 나오는 테마상가 또는 전문상가를 말한다.

내가 상가 투자 희망자들을 만나보면, 수중에 가진 돈은 많지 않으면서 무조건 상권과 입지여건을 따지면서 알짜상가만 찾는 이가 많다. 눈이 상당히 높다. 시원찮은 상가 매물을 보여주면 면전에서 바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는 게 일반적인 상가 투자자들의 모습이다.

물론 돈이 많다면 얼마든지 좋은 상가는 찾기 쉽겠지만 요즘같이 저금리 상태에서 적은 돈으로 수익이 많이 나오는 알짜상가를 찾기란 몹시 어렵다.

그런데 상가에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이 잘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가 바로 도심 내 집적상가 투자다. 집적상가란 한 종목의 상품들(상가들)이 대단위로 밀집되어 있다 보니 입지가 양호하고, 상가 규모도 큰 편이다. 따라서 초보 투자자들은 큰 고민 없이 집적상가 투자에 나선다.

그러나 잘못 샀다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겉으로는 장점이 많은 듯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사실 곪아가는 상가인 게 바로 이 집적상가이기 때문이다.

요즘 서울 수도권에서 마구잡이로 짓고 있는 것이 바로 집적상가다. 점포 수백 개를 잘라서 일반인에게 분양한다. 계좌당 10평형 안팎의 단위로 투자자에게 소유권을 넘겨주는 등기분양과 보증금을 받고 일정기간 점포 사용권을 주는 임대분양으로 나뉘는데, 통상 한 계좌에 1억원 선이다. 무척 비싸다.

재미있는 건 이 같은 상가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등기분양을 하고 바로 시행사가 ‘달아나는(?)’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상가 살리기를 위한 마케팅 전략도 없이 일단 분양한 후 분양차익을 남기고 떠나버리면 상가를 산 사람들만이 덤터기를 쓰기도 한다.

분양받은 투자자는 상가 공급이 많아 세를 주지도 못하고, 장사가 안되니 창업도 어렵다. 이런 와중에 나중에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게 바로 집적상가다.

따라서 나는 상가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이 집적상가를 한번 노려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물량도 아주 풍부하고 분양가의 절반값 수준에 낙찰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집적상가는 전체 상가 경매물건 중 20~30%를 차지한다.

덩어리가 크고 물량이 풍부해 골라잡을 수도 있다. 호수별로 경매에 나오기도 하고 아예 상가 전체가 경매로 나오기도 한다. 이 중 내가 아는 투자자들이 낙찰받은 사례를 한번 공부를 할 겸 해서 알아보자.

서울중앙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이 물건은 서울 중구 을지로6가 18-185에 있는 밀리오레 지하층에 있는 상가다. 상가 크기는 1.2평이며 12층 전체가 의류점포로 밀집해 있으며, 전체 빌딩 크기는 20층이다.

최초 감정평가액 1억500만원에서 2회 유찰 후 최저 경매가격이 6720만원(감정가의 64%)으로 내려왔다가 투자자 성모씨가 7230만원에 단독 입찰해 사간 사건이다. 이 물건은 동대문 패션의류 상가로, 밤낮으로 젊은 층 고객이 찾아와 불야성을 이루는 대표적인 집적상가다.

전문상가로 이름이 높고 영업력 또한 상당하지만 이 상가가 두 번이나 유찰된 이유는 뭘까?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이들 집단상가 안에 있는 상가를 낙찰받으면 명도(세입자 비우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다.

두 번째는 이 상가에 ‘깍두기(?)’같은 폭력배가 아직도 있어 낙찰받아도 애를 먹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경매 정보를 몰라서 입찰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지레 겁을 먹는다면, 경매시장에서 나오는 우량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영원히 없어진다. 글이 길어지니 성모씨의 집적상가 투자 성공기는 다음에 계속 알아보자. <계속>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metrocst@hanmail.net [849호] 2006.07.3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