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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풍수학] ‘팔방미인형’ 건물 피하라

도일 남건욱 2007. 1. 1. 23:19
[CEO 풍수학] ‘팔방미인형’ 건물 피하라
이치에 맞는 경영
경영은 ‘집짓기’…기 쇠퇴기에 새 사업 시작은 곤란

▶명동성당. 종교 건물은 이처럼 홀로 우뚝 서야 하지만 일반 빌딩은 함께 있어야 제값을 받는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세모인 12월을 맞아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물론 집안의 가장들도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미리 설계할 시점을 맞았다.

지난 몇 해 우리가 당한 어려움은 한마디로 순리를 벗어난, 잘못된 개혁 혹은 혁신 바람이 사회를 풍미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풍수학이란 다름 아닌 기의 흐름을 제대로 잡아내는 것을 뜻한다. 봄이면 만물이 발아하고 여름이면 성장한다. 또 가을에는 열매를 맺는다. 이 결실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다.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 온다.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자연의 이 순리를 거역해서는 인간 세상은 물론 만물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고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자연의 이치를 주관하는 것이 바로 기다. 예컨대 사무실의 자리 배치에 있어 사장이 자리할 곳이 있는가 하면, 사원이 있어야 할 곳이 각각 따로 있다. 사원의 자리에 사장 자리를 배치해선 안 되고 그 반대도 역시 사리에 맞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늙은 부모님이 계실 방이 따로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손자들이 기거할 방을 잡아 드리면, 분명 그 어른은 ‘바람’을 피우게 되어 있다. 이는 바로 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최고경영자(집안의 가장이나 자영업자를 포함해서)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 특히 염두에 둬야 할 문제를 풍수의 ‘집짓기’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언제,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지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이는 곧 천·지·인 삼재의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우선 언제는 때를 말한다. 경영의 성과에 따라 자신의 분수에 맞는 건물을 갖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 힘에 겹게 무리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이 ‘언제’라는 때에 걸리게 된다. 때를 아는 데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업의 경영상태와 경기의 흐름이다.

다른 하나는 최고경영자의 기가 발흥기인지 잠복기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아무리 경영상태나 외부적 환경이 좋아도 자신의 기가 잠복기나 쇠퇴기에 들어갔을 때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는 곤란하다. 겨울이 지나야 봄이 오는 이치를 적용해야 한다.

둘째, ‘어디에’란 바로 위치와 땅의 모양새를 뜻한다. 사업장은 우선 고객이 접근하기 쉬운 곳이어야 한다. 대지는 가능한 한 정방형이 좋다. 모서리 땅이나 삼각형 대지는 피해야 한다. 또 물의 흐름을 잘 살펴 좋은 기를 충전하고 누설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요즘 말로 하면 유통의 중심에 설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 ‘어떤 모양’은 외양의 중요함을 말한다. 정면이 어딘지 모르는 팔방미인형의 건물을 구하거나 건축해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변화를 준 자유방임형 건물 역시 주객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다. ‘창조적 경영’이란 말이 최근 화두에 오르듯이 주객이 전도되면 이미 그 장사는 ‘주체적 창조’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주위의 건물들이 칼날처럼 자신의 건물을 향해 달려드는 형세라면 ‘어디에’라는 위치선정 단계에서부터 무조건 피해야 한다. 이상 세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무십전(地無十全)이라고 풍수에서도 완벽한 명당은 없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또한 경륜과 비결인 셈이다.

일찍이 서구사회에 동양의 풍수를 전한 사라 로스바하는 풍수학을 두고 ‘환경심리학’이라고 정의했고 “삶이란 바로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굳이 이런 말을 덧붙이는 것은 아직도 풍수라면 고개를 흔드는 경영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풍수학은 순리를 배우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그 기술이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을 굳이 외면할 까닭이 있겠는가. 다음 회에 그 비유를 좀 더 들어보고자 한다.
최영주 언론인·풍수지리연구가 (sinmun03@hanmail.net [865호] 2006.11.2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