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파트에 인생을 걸다
적은 돈만 투자해 큰 이익을 얻고자하는 대박의 꿈! 하룻밤 사이 남들 한해 연봉에 맞먹는 값이 올라가니 너도나도 미친 듯이 아파트에 목을 맨다. 이렇다보니 10대의 화제는 공부와 대학, 20대는 취직과 군대, 30대는 ‘내집마련’과 ‘아파트’ . 대한민국 서민들에게 아파트 한 채는 생활의 소중한 목표이자 인생의 꿈이다.
2. 아파트의 기원
1962년 서울 마포에 처음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을때 연탄아궁이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연탄보일러가 인체에 해롭다는 이유로 완공뒤에도 10분의 1정도밖에 입주하지 않았다. 이에 주택공사의 한 관계자는 연탄가스가 제일 많이 나온다고 알려진 방에 하룻밤 묵게 하는 이벤트를 벌였을 정도. 이처럼 한국인에게 낯설게 다가왔던 아파트의 역사는 2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시대 때 서민들이 살았던 ‘인슐라’는 1층에 점포, 위층에는 주택이 있는 5층정도의 주상복합아파트. 이후 산업혁명이 절정에 올랐던 19세기 영국에서 도시빈민용 주거로 다시 나타난다.
3. 성냥갑 아파트의 등장
우리나라는 아파트 비중이 절대적.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52.7%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아파트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6.25 전쟁이후, 정부의 최대과제는 폐허가 된 도시를 살리기 위한 신속한 주택공급 정책이었고 한정된 택지에 건설량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속에 고밀개발을 오히려 장려하는 조치를 거듭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건축물을 예술적 가치에서 바라볼 겨를이 없었고 결국 성냥갑같은 아파트들이 빼곡이 들어차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4. 소설속에 투영된 아파트의 진화
대한민국 아파트의 진화는 소설속에 반영되었는데..
▶ 1960년대에는 공업화 정책속에서 추구된 서구식 생활로의 전환이 쉽지않았고
▶ 1970년대는 늘어나는 숫자만큼 부정적 측면 대두했으며
▶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아파트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대상으로 자리잡는다
이창동 작 <녹천에는 똥이 많다>
'아, 드디어 진짜 우리집에 왔네.일주일전 이삿짐을 실은 트럭을 타고 아파트 앞마당에
도착했을 때 그의 아내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정말이지 그들은 너무나 멀고 험한 길을
돌아서 이제 마침내 진짜 우리 집에 도착했던 것이다.'
▶ 이후 1990년대에는 아파트단지의 고밀화, 초고층화 가속화된다.
5. 아파트 개발에 의한 부작용들
아파트가 전국을 휩쓰는 동안 이웃과의 소통역할을 담당하던 마당, 골목등이 우리곁에서 멀어져 갔고 이웃과의 단절도 심각해졌다. 또한 아파트는 사람이 살기 위한 집이 아니라 재산을 불리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이로인해 ‘성냥갑 공화국’ 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는 본질적인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6.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공동주택의 혁명
▶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아파트들
아파트에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07년 8월말, 획일화된 아파트 디자인을 규제하기 위해 '건축심의 개선대책'을 마련했기 때문. 판상형의 아파트에서 탑상형의 아파트로 바뀌어가는 추세속에서 개성있는 아파트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움직임들을 따라가본다.
▶ 아파트의 화두 ‘친환경’
요즘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주택시장의 트랜드는 친환경! 그러나 단순히 주거단지내에 녹지면적을 확대하거나 단지에 실개천을 흐르게 하는등 단편적인 접근에서 그치면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외의 주목할만한 사례가 있다. 바로 프랑스 마른 라 발레 지역에 자리한 신도시 발드 유럽(Val d’Europe).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원주택들이 눈을 사로잡는 이곳은 주거지에 조성한 23개의 인공호수를 통해 환경오염을 막고 있고 인구가 2만여명에 육박하지만 대단지 아파트는 찾아볼 수 없다. 모든 건물은 5층 이내로 규제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네덜란드의 알메러(Almere)는 30년전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신도시. 소득계층에 따라 고급주택가,중산층,서민층주택등 4천여세대를 수용하는 몇 개의 주거지구로 구성했으며 주거지구의 형태와 설계가 다양해 이곳을 찾은 외부인들의 눈을 어지럽힌다.
7. 아파트, 이제 달라져야 한다
아파트만이 대한민국 주택의 전부가 될수는 없다. 이제 아파트를 대체할 또다른 개념의 주거형태가 필요하다. 또한 수명이 다하지 못한 멀쩡한 주택을 부수고 다시 짓는 기형적인 건축개발 관행도 사라져야 할 것이며 복합적인 주거의 수요에 대응하고 친환경적 주거환경의 개발을 가능하게 하려면 현재의 법규와 제도들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