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경제기사모음

10명 중 8명 ‘세금 너무 무겁다’

도일 남건욱 2008. 5. 21. 19:03
10명 중 8명 ‘세금 너무 무겁다’
가업승계 실태 조사해 보니…
중소기업연구원 1879개 업체 CEO 설문 … 사업용 재산 우대정책 필요

▶지난해 ‘중소기업을 빛낸 얼굴들’에 선정된 모범 중소기업인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 진입이 예측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중소기업 대표자들의 고령화 역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5~10년 이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문제가 기업 경영의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가업승계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적 시사점 도출을 위해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대상은 1879개 업체로 업력 30년 이상, 업력 20년이면서 55세 이상 된 중소기업 CEO였다. 창업자(58%), 창업 2세(35%)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희망 은퇴 연령은 66세 이상이 62%로 나타나 고령화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경제 성장 및 의료 수준 향상에 따라 희망 은퇴 연령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업승계 관련 제도가 원활하지 못함에도 응답자의 87.1%가 가업승계 의향을 보였다. 이와 같은 높은 가업승계 의향은 우리나라 특유의 현상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가부장적 유교 문화와 불완전한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경제적 요인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산 부족해 세금 내기 어려워 49%

후계자 승계계획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19.5%가 현재 승계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응답했으나, 44.6%는 별다른 후계자 양성계획이 없다고 응답해 승계를 앞둔 승계 예비자의 80%가 적절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수년 내에 승계 관련 경영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가업승계의 주된 장애 요인으로는 응답자의 78.2%가 승계 관련 과중한 조세부담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후계자의 불확실한 경영 역량(41%), 영위 사업의 사업수익성 약화(35.8%)를 들고 있다.

역시 승계관련 조세부담을 승계의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 대부분은 상속과세가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했다.

부과된 상속세 및 증여세를 납부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현금 등 납부에 필요한 기타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48.6%)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중소기업인의 재산 대부분이 사업 자산으로 형성돼 있어 현금 유동성이 상당히 낮은(rich assets poor cash)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업 부담 상속세율 프랑스의 6배

상속을 앞두고 있는 해당 기업이 상속세 납부 후 퇴출되는 경우와 상속세 유예 후 기업 운영을 지속하는 경우 예상되는 법인세 및 갑근세 세수도 비교 분석했다.

2007년 12월 31일 개정한 상속·증여세법 내용을 반영해 국세청 지분평가 방법을 원용해 추정한 결과, 약 5년이 경과되면 법인세 및 갑근세로 충당되는 세수가 납부 예정 상속세 규모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가 사업 관련 유동성 또는 자산에서 납부돼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한다면, 장기 세수 손실 가능성을 감안할 때 상속세를 통한 단기 세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속세 추정에 활용된 기업 중 표준기업을 선정해 주요 국가의 상속세 규모와 비교한 결과 한국 표준기업의 예상되는 상속세액이 독일의 4배, 프랑스의 6배를 상회하고 있으며 주요 국가에 비해 상속세 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평가됐다. <표 참조>

실태조사 결과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승계 친화적인 조세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속세가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부채가 발생하거나 사업을 매각하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곤란하다. 법·제도적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가업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승계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마련해 편법 상속 요인을 줄여주는 환경이 조속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세법 개정은 중소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획기적으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 중소기업의 실제 만족도는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정 세법에 따르면 상속재산이 10억~20억원인 기업은 상속세 경감률이 30%에 가깝지만, 상속재산이 30억~150억원인 기업은 경감률이 20%대에서 점차 줄어 300억원을 초과하면 10%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 제고, 고용안정 등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고 가업승계 제도의 실질적 가치가 큰 중견기업의 경우 세 부담 완화 측면에서 실효성이 미흡하므로, 이를 보완해 기업의 영속성을 지원하고 경제의 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여러 세대에 걸친 승계를 통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업용 재산이 기업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최대한 사업용 재산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적에 초점을 두고 상속세제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상속세 제도의 개선 방향은 상속 재산에 대해 사업용 재산과 비사업용 재산을 구분해 기업용 재산에 대해 우대 과세하는 방안과 기업의 존속 및 성장을 담보로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일본·독일·프랑스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기업재산에 대한 상속세 부담이 과중한 현실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

일본은 중소기업의 승계를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는 세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고, 독일은 고용·성장 등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에 10년에 걸쳐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감면하는 법률안을 심의 중이다.

가업승계 제도에 대한 주요 경쟁국의 추세에 대응하는 정책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부디 활발히 논의 중인 상속세제 개편이 명문 장수 기업을 길러내는 명품 세법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