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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간 질병으로 변신 사실상 실패”

도일 남건욱 2008. 6. 12. 13:34
“AI, 인간 질병으로 변신 사실상 실패”
2008년 06월 05일 | 글 |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ㆍsunrise@donga.com |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질병으로 고착화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박승철 회장(삼성의료원 교수)은 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국내외 발생 양상과 우리의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AI는 변종 가능성이 많은 질병”이라면서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새의 질병일 뿐 사람의 질병으로 자리를 굳히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등에서 AI가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가 있다”면서 “위생상태가 극히 좋지 않거나 병이 발견돼도 치료할 여건이 되지 않는 저개발 국가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서울대 수의대 김재홍 교수는 “국내에서 유행한 AI 바이러스인 ‘H5N1’형은 본래 사람에게 감염되기가 매우 어렵다”며 “사람과 동물이 집안에서 구분 없이 생활하는 동남아의 비위생적인 소규모 농장에서 감염자들이 주로 생겼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역수칙에 따라 활동하는 살처분 요원과 중·대농장 관리인들에게서는 감염 사례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AI 바이러스는 기온이 높아지는 이달 경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H5N1’형 바이러스는 섭씨 5도에서는 35일 간 생존하지만 섭씨 25도에서는 7일이면 죽는다.

김 교수는 “닭이나 오리, 계란으로 만든 요리를 먹고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며 “앞으로는 AI가 발생한 뒤 살처분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상시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