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광우병’ 세계적 권위자 감베티 교수 한국 소 광우병 없고, 영국 소 수입 안했다면
《"유전자의 '메티오닌-메티오닌(M/M)' 비율이 높게 나온다면 이는 그만큼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릴 '잠재적'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이 병을 일으키는 수많은 요인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인간광우병(vCJD·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피에를루이지 감베티(73)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 의대 교수 겸 '내셔널 프리온 질병 병리 감시센터(NPDPSC)' 소장을 5일 인터뷰했다.
본보는 프리온 연구로 1997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스탠리 프루지너 박사에게 5월 초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프루지너 교수 측은 안식년을 맞아 해외에 체류 중이라며 인간광우병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감베티 교수를 추천했다.
프리온은 포유류 몸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뇌신경계 질병을 일으키는 변형단백질로서, 소에 침투하면 광우병(BSE)을, 양에겐 스크래피를 일으킨다. 인간에게는 CJD 외에도 GSS(Gerstmann-Str¤ussler-Scheinker syndrome) 등 다양한 치명적 질병을 일으킨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어서 걸리는 vCJD(인간광우병)는 세계적으로 100만 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일반 CJD와는 구분된다. 일반 CJD가 주로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것과 달리 vCJD는 20대 후반이 평균 발병 연령이다.》
―M/M 유전자의 비율과 인간광우병 감염 확률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달라. (본보는 한국인 유전자 특성을 연구한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의 논문을 인터뷰에 앞서 감베티 교수에게 보냈다)
"한국인의 유전자 다형성(polymorphism) 조사에서 M/M 분포를 보이는 사람의 비율이 94%로 나타났다면 이는 40~45%인 서구인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이는 '잠재적으로' vCJD 발병 가능성이 높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쉽게 비유하면 어떤 병에 걸린 사람 중에 키가 큰 사람이 유독 많은데, 한국인 중에 장신 비율이 높다면 그만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그런 개념이다. 만약 다른 모든 위험 요인의 조건이 똑같다면 서구인에 비해 감염 확률이 높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vCJD에의 취약성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한국의 소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적이 있는지, 영국산 소를 수입한 적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의 위험 요인은 극도로 적으며 이런 조건에서라면 M/M의 비율은 실제론 (변수로서의) 가치가 없다."
―한 사회의 vCJD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토착 광우병의 발생이다. 엄청난 수의 소가 광우병에 걸린 영국에서는 당시 그런 병이 진행되는지를 몰랐고 많은 사람이 무방비로 노출됐다. 미국의 경우 광우병 소가 나타나기 전부터 진단을 했다. 두 번째 중요한 요인은 광우병이 이미 시작됐지만 나타나지 않았던 시기에 영국산 소의 수입 여부다. 일부 국가에선 광우병 진단이 나온 뒤까지도 불법적 채널을 통해 영국 소를 수입했다. (비유럽 국가 가운데 인간광우병 자체 발병의 대표적 사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발병 메카니즘도 그렇게 생겼다."
―미국도 영국에서 살아있는 소나 고기를 수입한 전력이 있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경우에든 '100%'라거나 '0%'라고는 얘기하지 않겠다. (5월 초에 본보의 질문서를 받고) 질병통제센터(CDC)에 문의했는데 그들은 '노(No)'라고 했다. 아주 적은 분량이 들어왔는데 격리 처리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의 유럽주둔 미군들이 위험 기간에 영국산 고기에 노출됐다. 다만 아직은 전직 군인 가운데 인간광우병 발병 사례는 없다. 그동안 미국에서 발견된 vCJD는 3, 4건인데 '거의 확실히' 모두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에서 감염된 사례다."
―하지만 vCJD의 잠복기가 10~40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미국에서 vCJD 환자가 여러 명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 가능하다. 다만 'vCJD의 잠복기는 10년 전후'라고 정정해주고 싶다. 학설이 조금씩 변하는데 6~12년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잠복기를 거쳐 미래에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최대한 경계하고 감시하는 이유다. 현재 미국 소에서 광우병이 발병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항상 경계해야한다. 인간광우병만이 문제가 아니다. (프리온이 사슴 등에 침투해 발생하는) 크로닉웨이스팅병(CWD)도 매우 걱정스런 문제다. 많은 사냥꾼들이 사냥해서 잡은걸 먹는다. 이 질병이 (소의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처럼) '인간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소 1억 마리 가운데 0.1%만 샘플 조사한다고 들었다. 검역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숫자 자체는 맞다. 나는 미국 농무장관에게 '조사를 그렇게 적은 수로 국한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수차례 말했다. 0.1% 샘플 조사는 결코 이상적인 것이 아니다. 다만 보충설명을 하자면 과거엔 한두 해 동안 지금보다 10배가량 높은 비율로 조사했다. 미국 내에선 지금까지 총 3건의 BSE가 발견됐는데 1건은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였다. 캐나다 수입 소는 추적 조사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인들은 소의 내장을 즐겨 먹는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내장을 섭취하면 vCJD에 걸릴 위험성이 있는가.
"물론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위험하다. 특히 위험한 건 햄버거 등에 쓰이는 잘게 간 고기다. 프리온에 오염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위는 척수다. 중추신경 조직은 오염 가능성이 다른 부위에 비해 놀랄 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BSE 프리온이 신경 시스템 밖으로 나가는 일은 매우 적다. 따라서 내장을 먹어서 감염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0%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감베티 교수는 이 대목에서 "위험 부위를 말할 때 도축장의 육가공 공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미국과 유럽의 도축장들에서 소의 몸체를 이등분할 때 척추를 자르는 방식을 썼다. 이 과정에서 척수 조각이 사방에 흩뿌려져 간 고기에 섞여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에선 소의 몸체를 자를 때 척추가 잘리지 않도록 한쪽은 척추가 포함되고 한쪽은 아예 포함되지 않게 한다. 하지만 절대 위험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우너 소 동영상에서도 보듯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규칙은 지켜지고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본다. 규칙을 지키지 않고 속여서 얻게 되는 인센티브가 적기 때문에 위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것이다."
―광우병 위험을 따질 때 30개월이란 기준은 어느 정도 절대성을 갖는가.
"30개월이란 기준은 일종의 자의적인 분류다. 30개월 이상 된 광우병 감염 소의 어떤 신체 부위가 프리온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몇%라면 20개월 미만에선 그보다 매우 낮아진다는 식의 개념이다. 소의 신체 내에서 천천히 변화가 진행되므로 일정한 월령에서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소를 원료로 한 화장품 등으로도 vCJD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 물론 나는 절대적으로 없다고, 0%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0.00…1%다. 신호등을 건너다 차에 치일 가능성이 0%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불행히도 우리 삶에서 어떤 일을 하든 어느 정도의 위험에는 노출된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런데 화장품을 먹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피부에 바르는 걸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피부를 통해 감염되려면 상처가 있어야 한다. 단지 바르기만 하고 상처가 없다면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여기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 소의 일정한 부위가 화장품 원료로 사용됐는데 그 부위에 프리온이 들어 있었을 가능성, 그리고 그것을 상처가 있는 피부에 사용해서 감염될 가능성이란…."
감베티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한림대 김용선 교수를 잘 안다. 그는 우리 연구소에 온 바 있으며 그의 제자들이 현재도 우리 팀에서 프리온 연구를 하고 있다. 김 교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더없이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내 지식이) 아름다운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감베티 교수 약력
이탈리아 출신. 73세
1959년 이탈리아 볼로냐대 의학박사
1969~197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신경·병리학 교수
1977년~현재 미 클리블랜드 소재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대 교수
1997년~현재 미 '내셔널 프리온 질병 병리감시센터' 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