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전문가 불신 심각 … 난세에 익명성 기댄 독설 지적도
2008년 경제전망은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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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경제 분야 사건 중 하나는 ‘경방고수’의 등장이다. 경방고수는 ‘경제토론방에서 활약하는 경제 고수’를 줄인 말이다. 미네르바를 비롯해 내공 있는 경제 지식으로 무장한 재야 고수가 인터넷을 달궜다.
지난 7월 ‘부동산 폭락론’을 제시하고, 최근 『공황전야』라는 책을 통해 미네르바와 같은 ‘3월 위기설’을 제기한 서지우씨(필명 SDE), 조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명사십리’ 등이 대표적이다.
김광수 소장(김광수경제연구소)이나 최용식 소장(21세기 경제학연구소), 윤채현 소장(한국시장경제연구소) 등 ‘제3의 경제연구소’도 이름을 날렸다. 반면 제도권 경제 전문가 집단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지난해는 물론, 올 상반기 내놨던 전망과 예측이 거의 빗나갔기 때문이다(표 참조). 전망은 그렇다 치고,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진단도 시원치 않았다. 경제학과 교수들은 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역할을 재야 고수와 인터넷 논객이 대신했다. 특히 미네르바는 정확한 환율 예측과 전문 지식을 녹인 시니컬한 정부 비판으로 네티즌들로부터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칭까지 받았다.
실제로 경제 전문가 집단은 아무 것도 맞히지 못했다. 동시에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주가 전망만 봐도 그렇다. 연간 주가 전망은 경제 전망과 기업 실적, 전반적인 경기 상황, 세계 경제 흐름이 담긴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본지가 국내 10개 증권사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08년 주가지수 전망과 6월에 발표한 하반기 전망을 분석했다.
저점, 고점으로 나눠 총 18회 전망한 셈인데 이 중 실제 코스피 지수의 저점, 고점과 50포인트 이내로 차이 나는 전망치는 한 건도 없었다. 결국 정답률 0%라는 얘기다.
증권사 주가 전망 적중률 0%
증권사들은 3월까지도 올해 주가지수를 1900대로 예상했다. 3분기에 들어서서도 1000대가 깨질 거라고 예측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10월 각 증권사의 월간 전망은 1390~1620이었다. 하지만 실제 10월 코스피 지수는 938~1439였다. 또 12월 초 재야 고수들이 비관적인 분위기를 형성하자 몇몇 전문가는 코스피 지수가 70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장은 사흘 동안 1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9월 연말 코스닥 지수를 600대로 예상했지만 현재 코스닥 지수는 30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도권에 속한 경제 전문가들은 ‘한계’를 얘기한다. 재야 고수와는 처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익명성에서 차이가 있다.
또 극단적 전망, 독설과 대중적 글쓰기 면에서도 입장 차이가 크다. 또 불안한 경제상황에선 ‘회의론자’가 주목 받는 점도 ‘경방고수’의 부상을 부추겼다. 제도권의 한계로 개인적 의견을 자유롭게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달라질 것은 없다. 당장 제도권의 한계가 사라질 리 없기 때문이다. 내년 제2, 제3의 미네르바 탄생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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