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경영? 이제 레알 마드리드처럼!능력 있는 메이저 클럽만 생존 …

도일 남건욱 2009. 3. 8. 12:39
경영? 이제 레알 마드리드처럼!
능력 있는 메이저 클럽만 생존 …‘관리의 레알’이란 별칭도
스페인 1등 프로 축구클럽의 성공 비결
채인택 중앙일보 기자·ciimccp@joongang.co.kr
세계 프로축구 클럽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버는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가 성공을 거둔 것은 소수 정예 수퍼스타를 영입하면서도 전체 비용을 통제하고 구단의 인기를 부동산 개발로 연결한 덕분이다.
지난해 스페인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을 거두었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소속의 ‘레알 마드리드’ 클럽은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은 명문팀이다. 스포츠에서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려주는 팀이기도 하다. 최근 입수한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축구 클럽은 2007~2008 시즌 3억6580만 유로(약 6600억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세계 프로축구 클럽 가운데 1위다. 딜로이트 스포츠 비즈니스 그룹이 만든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축구 머니 리그’라는 이름의 보고서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는 방송 중계권료로 1억3580만 유로를 벌었다. 방송 중계권료는 레알 마드리드 수입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광고 스폰서로 나선 기업의 협찬과 입장료 수입이 다음을 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적인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같은 기간 3억2480만 유로의 수입으로 2위에 올랐다. 그 뒤를 스페인 FC 바르셀로나(3억880만 유로)가 이었다. 1~3위는 전 해와 순위 변동이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자리를 지킨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를 꺾겠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꿈이 꺾인 것이기도 하다.

영국 BBC방송은 “금융위기에 따른 파운드값 하락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레알 마드리드를 누르고 1위로 도약하는 길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4위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2억9530만 유로)이 차지했다. 5~10위권에는 첼시(2억6890만 유로), 아스널(2억6440만 유로), 리버풀(2억1090만 유로), AC밀란(2억950만 유로), AS로마(1억7540만 유로), 인터 밀란(1억7290만 유로)이 들었다. 상위 20개 구단의 수입은 전년도보다 6% 늘었다.

이 보고서는 표지 바로 뒷장에 의미 있는 한마디를 붙였다. ‘축구 산업의 독특한 본성 덕분에 능력 있는 메이저 클럽은 경기침체에 비교적 잘 버틴다’라는 내용이다.

갈락티코 전술로 부흥

그렇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갈락티코 전술’로 상징되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전임 회장(2000~2006 재임)이 뿌린 부흥의 씨앗이 있다. 페레스가 회장으로 재직하던 2000~2006년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프로 축구팀의 자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사용한 갈락티코 전술은 무엇인가? 우선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들어보자.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후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축구에선 전설이 된 세계 최고 스타 선수들의 이름이다. 아울러 세계 최고의 스타 축구클럽을 위해 뛴 선수들의 명단이기도 하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 붐을 전 세계에서 불러일으킨 주인공들이다. 이 주인공을 불러들인 이가 페레스 회장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2000년 3870만 파운드를 들여 피구를 FC 바르셀로나에서, 2001년 4400만 파운드를 들여 지단을 유벤투스에서, 2002년 2600만 파운드를 들여 호나우두를 인터밀란에서, 2003년 2500만 달러를 들여 베컴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004년 800만 파운드와 안토니오 누녜스 선수를 주고 마이클 오언을 리버풀 FC에서 각각 데려왔다.

시즌마다 ‘악’ 소리가 날 정도의 최고 선수를 최소 한 명은 영입해온 것이다. 이들 초대형 스타를 스포츠 분야에선 ‘갈락티코’라고 부른다. 스페인어로 ‘수퍼스타’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동시에 이들 스타를 대거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를 부르는 별명이 됐다. 이와 함께 거액을 들여 이러한 수퍼스타를 영입함으로써 전력을 강화하고, 자국은 물론 전 세계의 축구팬과 미디어의 이목을 집중시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는 수입 증대를 이뤘고, 그 이름을 전 세계에 확고하게 새겼다. 2000년 회장 자리를 놓고 전임 로렌조 산츠 회장과 경쟁하던 페레스는 피구를 영입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1998년과 2000년 유럽 컵에서 우승함으로써 세계적인 팀이 됐지만 장사는 그럭저럭이었다.

빚은 늘어갔고 이자 부담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페레스는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회장 자리에 올랐다. 피구의 이적료는 당시 세계 기록이다. 페레스는 이듬해 지단을 데려오면서 이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웠다. 지단 영입에 들인 4400만 파운드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이 전술은 젊은 축구팬을 이 팀의 열혈 팬으로 만들었다.

 

2003년 페레스 회장은 팀에 이미 우측 공격수인 피구가 합류해 있는데도 같은 우측 공격수인 베컴을 데려왔다. 베컴의 잘생긴 용모와 아시아 지역,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를 염두에 둔 영입이라는 평가다. 베컴은 너무 잘생겨서 데려왔고, 같은 해 FC 바르셀로나로 간 호나우지뉴는 인물이 떨어져 영입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베컴이 합류한 다음인 그해 여름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아시아 지역과 미국 투어를 했다. 베컴을 데려온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투어는 상업적으로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베컴의 영입이 팀의 전력 강화에 도움을 주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를 두고 ‘레알 마드리드의 디즈니랜드화’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페레스 회장은 경영관리에도 강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은 그를 “주먹구구식이던 클럽의 관리를 현대화한 인물”로 꼽았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2006년 6월 8일 펴낸 ‘할라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클럽을 세기의 팀으로 관리하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페레스는 매니징 팀을 프로화했다.

이들에게 마케팅 전략을 세우게 하고, 이미지 관리와 브랜드 관리를 맡겼다. 이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의 브랜드와 선수들의 가치, 그리고 매출을 끝없이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몸값의 전체 한계를 정해 소수의 세계 정상급 선수에게 거액을 지급하면서도 팀 전체 비용은 철저히 통제하는 전략을 썼다.

하버드가 인정한 관리 능력

최고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무한경쟁 속에서도 전체 재정적으로는 무리를 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수에 집중한 것이다. ‘관리의 레알’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페레스는 특히 클럽의 재정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그는 2001년 마드리드 시내에 있던 연습구장인 치우다드 데포르티바의 일부를 시 당국에 팔았으며, 나머지는 4개 기업에 나눠 매각했다.

이를 팔고 받은 돈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2억7000만 유로에 이르는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빚을 갚아 가벼워진 몸을 바탕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영입하는 한편 시 외곽에 거대한 연습구장을 지을 수 있었다. 단순한 연습구장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이 결합된 복합 부동산 시설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새롭게 연습구장을 지으면 주변에 상권이 형성되므로 마드리드시가 그 지역에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부동산 값이 오르면 구단은 이를 팔아 차액을 챙기고, 다른 곳에 또 다른 연습구장을 지었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브랜드, 그리고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보고 싶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경으로 연쇄 반응식 부동산 사업을 펼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