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료가 싸다고? 구매력평가지수 적용하면 미국보다 비싸 2009년 0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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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기료는 세계에서 매우 싸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일 한 매체는 한국전력공사가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국내외 전기료를 비교해 한국 전기요금을 100으로 볼 때 미국 110, 프랑스 148, 일본 170, 영국 179 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기료가 정말 싼 걸까. 인터넷에서 전기료가 비싸다는 불만을 많이 봤던 기자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인 한국과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중학생 A와 대학생 B가 100미터 달려 초등학생은 14초, 고등학생은 12초가 나왔다. 이때 고등학생 B의 운동능력이 초등학생 A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초등학생 A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의 기록으로 비교해야 둘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각 나라의 물가를 비교할 때 주로 사용되는 값은 환율이다. 앞에서 제시한 한전 자료도 환율을 이용해 비교된 값이다. 하지만 이것은 각 나라의 상황이나 생활수준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단순한 값의 비교다. 그래서 전기료와 같은 값을 국가 간에 비교할 때 각 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사용되는 다른 변수를 찾기 시작했다. 생활수준 고려해 구매력평가지수나 빅맥지수 활용 가장 적합한 기관으로 통계청을 생각했으나 통계청 물가통계국 담당자로부터 “이전 시점과의 변동률을 비교할 뿐 값 자체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통계 전문가는 어떨까. 한국통계학회 학술이사인 김태윤 계명대 통계학과 교수는 “환율에 대한 대안으로 해당국의 물가가 연동된 구매력평가지수*를 적용하거나 가스료와 같은 다른 에너지원 가격 비교로 보완하기도 한다”며 “전기료를 각 나라 생활수준 관점에서 비교할 때 생활수준 척도로 통용되는 빅맥지수 등을 사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조언을 참고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구매력평가지수(환율)를 이용해 한전이 밝힌 국가별 전기료를 다시 산정했다. 비교 결과 한국 전기요금을 100으로 볼 때 미국은 89로 한국보다 쌌고, 프랑스는 104로 비슷하며, 영국은 111, 일본은 135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한국은 미국보다 2배 이상 비쌌다.
하지만 김 교수는 “구매력평가지수는 경제학 분야에서 나온 값으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추가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한국은행과 여러 기관을 접촉한 끝에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에게서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성 교수는 “각 나라의 국민이 얼마나 부담스럽게 느끼는지를 알려면 소득수준이나 구매력평가지수 같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경제력이 낮은 국가는 소득수준이 낮아 이를 활용해 비교하면 물가가 매우 높게 나타나 국민소득은 나라간 비교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국민소득을 잘못 이용하면 왜곡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 그는 “환율은 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달라지는데 변동폭이 큰 반면 교육비와 같은 비교역대상 품목이 포함된 구매력평가지수는 변동폭이 작아 일시적인 경향을 줄일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구매력평가환율이 좋다. OECD는 이런 점을 감안해 환율과 함께 구매력평가지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구매력평가지수가 유용하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왜 구매력평가지수가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일까. 성 교수는 “구매력평가지수는 선진국은 높고 개발도상국은 낮게 나타나는 상대성 경향이 강하다. 특히 구매력평가지수를 누가 어떻게 계산하는지 정확한 산정 방법이 공개되지 않아 얼마나 정확한가에 대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OECD가 환율과 함께 제시하듯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환경 달라 가격 비교에 한계 전기료 비교에 대해서 성 교수는 “각국마다 생산조건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너무 많아 모든 것을 다 고려해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아 배전망이나 송전망 시설이 적어 미국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석유가 나지 않는 에너지 수입국이라는 다른 변수도 있다”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네덜란드 같은 나라와 비교해야 어디가 더 효율적으로 전기를 서비스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이나 재료비가 다른 상황에서 가격만 비교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클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성 교수는 “국제 비교 대상인 전기료는 국가별로 통제된다”며 “나라별 가격이 생산비보다는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료가 싸다는 이유로 난방을 전기로 해결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생기거나 전기를 낭비하는 행태에 대해서 많은 국민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이 정부와 한전이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기료 비교 결과를 제시하며 전기료 인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까지 동의할 수 있을까. ::구매력평가지수:: 구매력평가지수(환율)는 한 나라의 화폐로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매력평가 가설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2달러에 판매되는 바나나가 한국에서 1600원에 판매된다면 구매력을 기준으로 미국 1달러가 800원의 원화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각 나라에서 팔리는 물건과 서비스 등의 가격을 비교하고 종합해 산출한 값이 구매력평가지수다. 구매력평가지수로 국내 가격이 더 높다면 비슷한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국내 소비자가 외국 소비자보다 더 비싸게 산다는 의미다. 한편 실제 환율이 1달러당 1300원이라면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OECD가 밝힌 한국의 구매력평가환율은 미국 1달러에 2007년 750원, 2008년 760원이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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