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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돌연변이 원인 밝혔다

도일 남건욱 2009. 9. 1. 18:33

콜레라 돌연변이 원인 밝혔다

서울대 천종식 백신연 김동욱 박사팀

2009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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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들이 주도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콜레라균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알아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천종식 교수와 국제백신연구소 김동욱 박사 연구팀은 31일 “미국 메릴랜드대와 공동으로 콜레라 세균 23종을 분석해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원인이 세균사이에 일어나는 감염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미생물 유전체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라는 점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미국과학원회보(PNAS)�� 8월 31일자 인터넷판에 소개됐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이라는 세균에 감염됐을 때 걸리는 설사병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18시간 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07년에만 53개국에서 17만 명이 콜레라에 감염돼 403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비공식 집계로 해마다 12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 인도 과학자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19세기 이후 최근까지 7차례 유행한 콜레라 세균 유전체 총 23종을 수집해 해독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1899~1923년 진행된 6번째 대유행이 끝나고, 7번째 대유행이 시작한 시점에서 변종 세균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7번째 대유행 기간 동안 발생한 변종 세균 모두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냈다.

천 교수는 “6번째 대유행 때 유행했던 ‘O1 클래식형’을 대신해 7번째 대유행에서는 ‘O1 엘 토르’형이, 1992년 인도 벵갈에서 새로운 변형이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제사회가 콜레라 퇴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새로운 변종 세균의 등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변종 세균이 생기는 이유가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며 “자연계 존재하는 콜레라 세균의 유전자만 수십 만 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강력한 전염성을 지닌 변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병원성 세균의 진화 메커니즘이 규명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변종에 대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백신과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