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淸·論·濁·論] 도요타의 위기, 일본의 위기

도일 남건욱 2010. 2. 18. 20:13
[淸·論·濁·論] 도요타의 위기, 일본의 위기

도요타 리콜과 JAL 파산으로 상징되는 일본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거의 20여 년 동안 계속돼 온 불황은 일본의 자부심이었던 기업들의 문제점까지 여과 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나는 일본 위기를 보면서 일본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을 걱정하게 된다.

‘일본병’은 곧바로 ‘한국병’으로도 얼마든지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맨슈어 올슨 교수는 『국가의 흥망성쇠』라는 명저에서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역사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 전체의 변화에서 찾아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메시지는 “민주주의 정치체제 아래서 이익집단 조직에 자유화가 부여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로 많은 종류의, 그리고 힘이 강한 이익집단이 발생하게 되고 다양하고 강력한 이익집단의 등장은 각종 사회체제를 경직화해 경제의 원활한 순환을 저해하고 결국 경제성장에 부(負)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본 위기의 근원은 무엇인가?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이익집단들의 질서나 굴레로부터 진정한 탈출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고도 성장기에 만들어진 정치가·행정관료·노조 등 각종 사업자 단체의 이익이 얽히고설킨 관계망을 스스로 해체할 수 없다는 점이 일본 위기의 본질이다.

얼마 전 서울에 들렀던 일본 히토쓰바시대의 후카오 교지 교수는 흥미로운 사례를 든다. 일본 국내 경제에서 80%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인 서비스업은 1970년대 이후 2006년까지 생산성 증가가 거의 미미할 정도라고 한다. 같은 기간 제조업 생산성이 세 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한 분야가 고생산성을 올리고 다른 분야가 구조적인 저생산성에 시달리게 되면 고생산성으로 거둔 자원을 저생산성 분야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비스 분야는 국제 경쟁으로부터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 만들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후카오 교수는 “에너지 분야를 제외한 서비스 분야에서는 여전히 규제가 강하고 건설, 수송,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는 15년간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른 한 가지 흥미로운 사례는 일본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제도 때문에 임시직 근로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최근의 품질 저하는 일본 기업들이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기에 불가능한 현상이 낳은 결과임을 강조한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부터 관 주도의 체제로부터 과감하게 스스로를 건설적으로 파괴하는 전략을 사용했어야 했다. 올슨 교수는 “정부가 항상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여건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만약 정부가 계속 특정 이익집단을 대신해 경제에 개입하게 되면 경제정책에 의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는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고도 성장기에 적합한 질서를 우리 스스로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무늬만 개혁이라고 외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척하지는 않는가? 일본에 비해 한국이 크게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역사의 물줄기가 거대 정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때가 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