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초전도 현상 이용한 무공해 에너지 핵융합 발전

도일 남건욱 2011. 4. 19. 13:34

초전도 현상 이용한 무공해 에너지 핵융합 발전

[미래 에너지 기획] <1>초전도 자석 ‘토카막’으로 플라스마 가둬

2011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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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급이 7등급으로 상향 조정되고 수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 발전량 중 31.4%가량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어 대안없는 원전 반대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과학자들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의 원전보다 폭발을 방지하고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4세대 원전’을 개발해 2030년경 상용화할 방침이다. 더사이언스는 핵융합 발전과 4세대 원전 기술에 대해 7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미래 에너지 기획 글 싣는 순서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의 모습.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초전도 현상은 절대온도(0K·영하 273.15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 개념은 100년전에 이미 나왔다. 핵융합 발전은 이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 지상에 ‘인공태양’을 만들어 에너지를 얻는 원리다. 대전 핵융합연구소에 있는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이름에서 보듯 초전도 전자석 없이 핵융합 기술은 이뤄질 수 없다.

●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가장 차가운 그릇

KSTAR는 ‘토카막’이라 불리는 도넛 모양의 초전도전자석 안에 수억 도에 달하는 플라스마를 가둔 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온과 전자가 분리된 자유로운 플라스마 상태에서 수소 핵끼리 융합해 헬륨 원자를 만들면서 생기는 에너지 차를 발전에 이용하는 것이다.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담을 그릇을 만들기 위해 저항이 없는 초전도 전자석이 필요하다.

토카막의 원리.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토카막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질을 담는 가장 차가운 그릇’이라고 설명된다. 핵융합연 양형렬 KSTAR운영사업단 장치기술 개발부장은 “플라스마가 형성되는 진공용기 내부의 온도는 3억도, 60cm두께의 진공용기 바깥은 약 5K(영하 268.15도)로 온도차가 급변한다”며 “진공용기를 둘러싼 D자형 초전도 자석의 내부에는 극저온 상태로 만들어주는 액체 헬륨이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D자형 자석 외에도 도넛 모양의 토카막 중심과 외부에 초전도 자석이 그물망처럼 얽혀있다. 이들이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수억 도에 달하는 플라스마를 고정시킨다. 2008년 7월 최초로 생성된 플라스마는 진공용기 내부에 닿는 상태였지만 지난해 11월에는 D자형으로 완전히 고정된 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 가장 안전한 초전도 전자석 원료 ‘니오븀주석’

KSTAR는 세계 최초로 니오븀주석(Nb₃Sn)을 초전도 전자석의 재료로 이용한 핵융합 장치다. 2020년 완공 예정으로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도 니오븀주석이 초전도 전자석의 원료로 쓰일 예정이다.

초전도체가 초전도 성질을 잃고 상전도체가 되는 온도를 임계온도라고 한다. Nb₃Sn의 임계온도는 18K(영하 255.15도)로 기존에 쓰이던 니오븀타이타늄(NbTi)의 임계온도인 10K보다 여유가 있다. 양형렬 부장은 “5K에서 작동해야하는 핵융합장치에 문제가 생겨도 초전도 성질을 잃지 않을 수 있어 더 안전한 원료”라고 말했다. “ITER가 Nb₃Sn를 초전도 전자석 재료로 택한 것도 KSTAR의 안전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그는 덧붙였다.

Nb₃Sn는 700도에 가까운 열처리 등 여러 공정을 거쳐 머리카락처럼 가는 유리선 형태로 가공된다. 이 선들을 전류가 서로 흐르지 않도록 코팅한 뒤 꼬아서 굵은 다발로 만든다. KSTAR의 초전도 자석 안에는 Nb₃Sn 다발 사이로 5K의 액체헬륨이 흐르며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핵융합은 조건이 까다로워 핵분열을 이용해 ‘꺼지지 않는 불’인 원자력 발전과 달리 폭발의 위험이 적다. ITER에서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와 안전한 중수소를 같이 쓰지만 원전에 비하면 방사선량이 ‘0’에 가까운 수준이다.

양형렬 부장은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만으로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며 “핵융합은 바닷물만으로 10만 년 이상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무공해 차세대 대용량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실증로 ITER에서 전기 생산에 성공하면 204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에도 발전용 핵융합 장치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2008년 7월 최초의 플라스마.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지난해 11월 D자형 플라스마 생성 성공.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