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베일 벗다
세계 유일 ‘원형가속기→선형가속기 결합’ KoRIA
2011년 0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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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유일한 대형 실험시설인 중이온가속기(KoRIA) 조감도가 처음 공개됐다. 중이온가속기는 1.08km²(약 32만 평) 용지에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사이클로트론)와 길이 약 700m의 선형가속기, 실험동과 연구동 10여 채 등으로 구성된다.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는 지하 약 10m 깊이에 설치된다.
동아일보가 21일 단독 입수한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원형가속기는 70kW(이온빔의 세기)로 양성자를 가속하며, 선형가속기는 400kW로 우라늄(U) 같은 무거운 이온(중이온)을 가속한다.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가 연결됐다는 점이 KoRIA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런 형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원형가속기에서 생성된 희귀한 동위원소를 선형가속기에서 다시 한 번 충돌시켜 더욱 희귀한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소번호 1번인 수소의 양성자부터 원소번호 92번인 우라늄까지 주기율표의 모든 중이온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점도 KoRIA의 장점이다.
중이온가속기는 세계적으로 건설 경쟁이 치열하다. 가속기가 기초과학 연구의 산실인 만큼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실험시설이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유럽연합 등은 현재 중이온가속기를 앞다퉈 건설하고 있다. 일본에는 입자가속기 양성자가속기 등 가속기가 1500여 기나 있으며 2006년에도 중이온가속기를 완공했다. 가속기는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에 필수적이어서 선진국에는 주요 대학에 하나씩 있을 정도다.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새로운 동위원소를 발견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101개의 노벨 물리학상 중 약 20%가 가속기와 관련이 있다. 일본은 2004년 중이온가속기로 새로운 입자를 발견해 ‘자포니움(Japonium)’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후 원소번호 113번을 달아 주기율표에 새로운 원소로 등록했다. 우리나라도 ‘한국만의 원소’를 발견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기획단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700쪽 분량의 최종보고서를 3월 완료했다. 교과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중이온가속기 건설 사업의 다음 단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는 ‘예비 상세설계’가 진행된다. 당초 교과부는 올해 상세설계(작은 크기로 원형을 만들어 시험하는 것)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전문가들이 보완할 필요성을 제기해 예비 상세설계를 하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6월 초 예비 상세설계 과제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산은 4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완공 시기도 목표보다 2년 늦은 2018년으로 잡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위원들은 ‘상세설계 및 요소 기술 개발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할 때 2016년 완공 목표는 무리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평가위원들의 의견을 받아 들여 중이온가속기 구축 기간을 2년 연장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 중(重)이온가속기 ::
일반적으로 주기율표에서 원소번호 1, 2번인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모든 원소를 이온(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전기를 띤 원자, 예를 들어 양이온 음이온)으로 만들어(중이온) 가속하는 장치를 말한다. KoRIA는 원형가속기에서 수소의 양성자를 가속할 수 있어 원소번호 1번부터 92번인 우라늄까지 모든 종류의 이온을 가속할 수 있다. 가속한 이온을 표적에 충돌시켜 희귀한 동위원소(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원소)를 많이 얻는 게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