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중·고 1만1000여 곳에 배포되는 ‘아하경제’ 홈페이지. |
청와대가 “새로운 국민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고 홍보했던 ‘드림코리아(www.dreamkorea.org)’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그런데 언제, 왜 사이트가 폐쇄됐는지 제대로 답하는 공무원이 없다. 심지어 국정과제 추진 현황을 관리하는 국무총리실은 이 과제에 대해 “조기 완료했다”며 ‘우수’로 평가했다.
반면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평가를 받은 ‘아하경제’는 예산 낭비 논란에도 계속 발행되고 있다. 아하경제는 초·중·고등학교 1만1000여 곳에 무료 배포되는 경제교육용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올해에만 정부 예산 100억원이 지원된다. 문제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이 신문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건 모두 정부 예산이 어떻게 낭비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드림코리아 ‘일회성 이벤트’에 그쳐
‘드림코리아’가 처음 선보인 것은 2008년 10월이다. 당시 ‘드림코리아’를 추진했던 문화관광부와 미래기획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홍보했다.
“정부는 국민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활발히 하고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국가 미래 관련 정책 등 다양한 정책에 대한 소중한 자료가 많이 생성되기를 바라며….”
이 사이트는 네티즌이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방식을 취했다. 당시 청와대는 “공유와 개방의 웹 2.0 시대를 맞아 국민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국가 정책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억원을 들여 포털 등에 홍보했지만 참여는 미미했다. 읽을거리도 볼거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어떤 곳도 ‘반짝 홍보’ 이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드림코리아는 처음에는 문광부가 담당 부처였다. 이후 미래기획위원회로 넘어갔고, 다시 두 달 만에 녹색성장위원회로 이관됐다. 지난해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정무위원회)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권택기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녹색위에서도 사이트 관련 업무는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며 “관련 예산이 얼마고 운영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어떤 부처에서도 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거창하게 시작한 드림코리아는 일회성 이벤트 이후 정부의 방치 속에 폐쇄됐다. 녹색위 측은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 언제 폐쇄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를 위탁 관리했던 민간업체 관계자 역시 “전임자가 퇴사해 회사 내에 드림코리아와 관련된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사이트를 구축하고 홍보하는 데 2억5000만원의 예산이 쓰였다. 이후 운영·유지·관리 비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하경제’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 신문은 한국경제교육협회가 발행한다. 이 협회는 2008년 말 설립돼 이듬해 5월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제교육 주관기관으로 지정됐다. 초대 회장은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현재는 이석채 KT 회장이 맡고 있다. 초대 고문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다. 이 협회에 기획재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올해 100억6000만원이다. 이 중 72억원이 매주 24~32면을 발행하는 아하경제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신문은 전국 초·중·고에 ‘경제 교육용’으로 무료 배포된다.
지난해 11월 국회예산정책처는 ‘2011년도 정부 성과계획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아하경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사실은 뒤늦게 밝혀졌다. 예산정책처는 “(아하경제가) 주요 일간지 언론매체에서 발행하고 있는 어린이 경제신문과 성격이나 내용이 유사해 왜 정부가 나서서 그러한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단법인에 불과한 경제교육협회 차원에서 그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어떻게 교육을 시키고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교육효과 면이나 사업성과 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을 만드는 데 2009년 6억4500만원, 2010년 65억원, 올해 72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본지 취재 결과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아하경제’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단 한 차례도 자체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자체 조사한 적은 없고 협회 측에서 리서치 조사를 의뢰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경제교육협회는 지난해 10월 리서치 회사인 D사에 의뢰해 아하경제 인지·만족도 조사를 했다. 이 리서치 결과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본지가 입수한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학생 2599명, 교사 617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아하경제 인지도는 36.9%였다. 초등학생이 55%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생(32%), 중학생(26%) 순이었다. 아하경제를 활용해 경제수업을 받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 100명 중 16명에 불과했다. 반면 교사들의 인지도는 높게 나타났다. 교사 응답자 617명 중 78%가 인지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교사 중 아하경제를 수업에 활용하는 비율은 47.6%라고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교사와 학생 간 아하경제 인지도는 40%포인트, 활용여부는 31%포인트, 향후 이용의향은 30%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교사는 아하경제를 잘 알고 수업에 활용하는데, 배우는 학생은 잘 모르고 활용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리서치 회사 관계자는 “교사 설문은 경제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만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처 “아하경제 재검토하라”
하지만 일선에 있는 교사들의 평가는 설문조사와 달랐다. 본지가 초·중·고 10여 곳의 경제담당 교사를 취재한 결과 대부분 아하경제를 알고 있지만 수업에 적극 활용한다는 곳은 드물었다. 심지어 협회와 자매결연을 해 학생 1인당 1부씩 아하경제가 배포되는 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 D중학교의 경제담당 교사는 “학교에 30부 정도 들어오는데 3학년 교실에만 스크랩해 놓는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경제수업에 활용할 만큼 경제 콘텐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아 교실에 비치해 놓고 학생들에게 안내만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T초등학교 경제교육 담당 교사는 “수업에 활용하려면 선생님들이 아하경제 내용을 다시 가공해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활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 K고등학교의 교사는 “콘텐트 수준이 낮고 일반 신문에 비해 내용도 부실하다”며 “다른 학교에서도 수업용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예산이 100억원이나 지원되는지 몰랐다”고 했다. 광주 J고 교사는 “부교재 정도로 활용하는데 학생들 관심은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서울 D초등학교 교사는 “수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학습지나 수업지도안 형태라면 몰라도 신문 형태로 나오는 아하경제를 수업에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아하경제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홍보팀 김종욱 과장은 “흡족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경제교육의 싹을 틔운다는 의미로 봐달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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