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 상상력으로 생명공학 난제 풀었다>
연합뉴스 | 김길원 | 입력 2011.10.20 02:01 | 수정 2011.10.20 09:55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대전
U.C 버클리 이승욱 교수팀 네이처에 '인공 나선구조' 논문
과학계 "질병의 근본 발생원리 밝히는 데 도움"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자연계에서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나선구조를 공학적으로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획기적 신기술이 재미 한인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주인공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생명공학과 이승욱 교수와 정우재 박사.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최고의 과학저널로 꼽히는 '네이처'에 20일(한국시간) 게재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연계에는 현대과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주기적 나선구조들이 존재한다. 이들 나선 구조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지닌 하나의 기본 단위체가 많은 종류의 핵심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게 우리 몸속의 주요 구성 단백질 중 하나인 콜라겐(collagen)이다. 콜라겐은 자기배열 (self-assembly) 방식을 통해 독특한 형태의 나선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되는 생물학적, 기계적, 광학적 성질을 구현해낸다.
예를 들자면 '우물 정(井)' 자와 같이 꺾어지는 콜라겐 구조는 우리 눈 속의 투명하고도 튼튼한 각막 렌즈를 만들어내고, 와인 병따개와 같은 콜라겐 나선형 구조는 여러 미네랄과 함께 우리 몸의 골격이나 치아와 같은 단단한 조직들을 생성한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형성되는지 밝히고, 이를 공학적으로 재현해내는 연구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커피잔 속에 남아 있는 소량의 커피가 계면 현상으로 커피 자국을 만드는 원리를 이용해 난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즉 커피처럼 분자를 포함한 수용액이 표면에서 증발할 때는 표면장력과 마찰력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주기적 계면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수용액 속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용액의 점성이 증가하고, 점성이 증가한 용액은 다시 표면에 달라붙으려 하는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결국 점성과 표면장력이 주기적으로 서로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를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형태의 커피 자국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교수팀은 커피잔의 이런 주기적 계면 작용을 나선구조 연구에 접목시켰다. 연구에는 '박테리오파지'라고 하는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콜라겐과 유사한 표면 나선구조를 지닌 바이러스입자가 기본 단위체로 이용됐다.
그는 "적정농도의 바이러스를 포함한 수용액을 실리콘이나 유리 또는 플라스틱 표면의 계면에서 적정 속도로 뽑아주게 되면, 바이러스 입자가 자기 배열방식을 통해 여러 박막 형태의 나노구조물을 형성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때 박막 형성시간이나 바이러스 입자 농도를 조절하거나, 생체 표면과 유사한 곡면구조를 적용하게 되면 우리가 자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콜라겐(동물)이나 셀룰로스(식물)가 만들어내는 구조체와 유사한 여러 나선구조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선택적 반사와 투과, 산란이 가능한 광학 재료뿐 아니라 우리 몸속의 여러 세포 또는 뼈 조직을 대체할 수도 있는 인공 조직체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번 기술을 이용하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만, 공학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었던 여러 오묘한 나선구조들을 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제껏 자연계에 발견되지 않았던 많은 나선구조도 만들어낼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국 과학재단의 재료공학 단장인 조지프 아카라(Joeseph Akkara) 박사는 "이번 기술이 생명공학에 적용되면 치매(알츠하이머)처럼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현상 때문에 생기는 질병의 근본 발생원리를 밝히는 것은 물론 인간의 생체 조직과 아주 유사한 생체 재생재료를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욱 교수는 고려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이수한 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U.C 버클리에 교수로 부임해 최근 종신교수 직위를 받았다.
bio@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scoopkim
과학계 "질병의 근본 발생원리 밝히는 데 도움"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자연계에서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나선구조를 공학적으로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획기적 신기술이 재미 한인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주인공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생명공학과 이승욱 교수와 정우재 박사.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최고의 과학저널로 꼽히는 '네이처'에 20일(한국시간) 게재된다.
대표적인 게 우리 몸속의 주요 구성 단백질 중 하나인 콜라겐(collagen)이다. 콜라겐은 자기배열 (self-assembly) 방식을 통해 독특한 형태의 나선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되는 생물학적, 기계적, 광학적 성질을 구현해낸다.
예를 들자면 '우물 정(井)' 자와 같이 꺾어지는 콜라겐 구조는 우리 눈 속의 투명하고도 튼튼한 각막 렌즈를 만들어내고, 와인 병따개와 같은 콜라겐 나선형 구조는 여러 미네랄과 함께 우리 몸의 골격이나 치아와 같은 단단한 조직들을 생성한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형성되는지 밝히고, 이를 공학적으로 재현해내는 연구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커피잔 속에 남아 있는 소량의 커피가 계면 현상으로 커피 자국을 만드는 원리를 이용해 난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즉 커피처럼 분자를 포함한 수용액이 표면에서 증발할 때는 표면장력과 마찰력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주기적 계면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수용액 속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용액의 점성이 증가하고, 점성이 증가한 용액은 다시 표면에 달라붙으려 하는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결국 점성과 표면장력이 주기적으로 서로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를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형태의 커피 자국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교수팀은 커피잔의 이런 주기적 계면 작용을 나선구조 연구에 접목시켰다. 연구에는 '박테리오파지'라고 하는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콜라겐과 유사한 표면 나선구조를 지닌 바이러스입자가 기본 단위체로 이용됐다.
그는 "적정농도의 바이러스를 포함한 수용액을 실리콘이나 유리 또는 플라스틱 표면의 계면에서 적정 속도로 뽑아주게 되면, 바이러스 입자가 자기 배열방식을 통해 여러 박막 형태의 나노구조물을 형성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때 박막 형성시간이나 바이러스 입자 농도를 조절하거나, 생체 표면과 유사한 곡면구조를 적용하게 되면 우리가 자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콜라겐(동물)이나 셀룰로스(식물)가 만들어내는 구조체와 유사한 여러 나선구조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선택적 반사와 투과, 산란이 가능한 광학 재료뿐 아니라 우리 몸속의 여러 세포 또는 뼈 조직을 대체할 수도 있는 인공 조직체를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번 기술을 이용하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만, 공학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었던 여러 오묘한 나선구조들을 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제껏 자연계에 발견되지 않았던 많은 나선구조도 만들어낼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국 과학재단의 재료공학 단장인 조지프 아카라(Joeseph Akkara) 박사는 "이번 기술이 생명공학에 적용되면 치매(알츠하이머)처럼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현상 때문에 생기는 질병의 근본 발생원리를 밝히는 것은 물론 인간의 생체 조직과 아주 유사한 생체 재생재료를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욱 교수는 고려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이수한 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U.C 버클리에 교수로 부임해 최근 종신교수 직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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