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치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강기자의 과학카페]<56>제론, 줄기세포 임상 1상 진행중 돌연 중단 2011년 11월 28일
|
![]() ![]() 면역거부반응이나 암이 생길 위험 같은 안전성 문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2009년 1월 23일 미국 식약청(FDA)이 바이오벤처인 제론사(Geron)에 척추손상환자를 대상으로 한 배아줄기세포치료 임상을 허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뒤 일부 동물에서 작은 혹이 발견돼 추가 동물실험을 하느라 실제 임상은 작년에야 시작됐다. ‘이제 몇 년 뒤면 의학계 패러다임이 바뀌겠구나!’ 배아줄기세포치료는 안전성이 문제이지 효과는 확실하다고 기자는 믿고 있었다. ●임상 1상 진행하다가 중단 그런데 지난 14일(미국 시간) 제론사는 배아줄기세포 임상을 중단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현재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항암제 임상(2상)에 전념하겠다며 줄기세포 사업 자체를 매각한다고 한다. 직원의 3분의 1이 넘는 66명을 해고할 예정인데 회사는 이번 조치로 연간 비용을 2500만 달러(약 300억 원)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제론사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쏟아 부은 돈은 1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론사가 그동안 배아줄기세포 임상을 하려고 들인 노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기자로서는 어이가 없는 결정이다. 1998년 미국 위스콘신대 제임스 톰슨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했을 때 연구비를 댄 회사가 바로 제론사다. 제론사는 이렇게 만든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치료에 적용하려고 부단히 노력 마침내 2009년 임상허가를 받은 것이다. 당시 이들이 FDA에 제출한 서류의 분량은 2만1000쪽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임상을 하는 혹독한 대가였다. 제론사는 먼저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의 하나인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의 전구체로 분화시켜 척추손상환자에게 주사하는 임상을 하기로 했다. 이 결정에는 같은 실험을 동물을 대상으로 해 성공시킨 미국 캘리포니아대(어바인) 한스 카이어스테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 ![]() 이 회사의 짤막한 발표로는 실상을 알 수 없지만 일단 안전성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줄기세포가 주입된 4명에게서 이렇다 할 증상의 개선이 보이지 않은 것이 회사 경영진을 불안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제론사는 지난 2월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CEO 토머스 오카머가 물러났는데 그 뒤 들어선 경영진이 이런 극단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많은 줄기세포연구자들이 이번 사태를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사실 최근 미국 바이오 업계는 경기 불황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임상 조만간 시작할 듯 이제 인간배아줄기세포로 임상을 하는 곳은 미국의 ACT사 한 곳뿐이다. 이 회사는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색소상피세포로 분화시켜 스타가르트병과 노인성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ACT사와 협력관계인 우리나라의 차바이오&디오스텍사도 노인성황반변성 환자에 대한 식약청의 임상허가가 나는 대로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간다고 한다. 과거 국내 인간복제배아줄기세포 파동 때도 그랬지만 배아줄기세포치료는 일단 효과는 당연할 걸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동물실험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막상 사람에게 적용하자 몇 발자국 내딛지도 못하고 높은 벽에 부딪친 느낌이다. 일부에서는 뒤늦게 전선의 피복 효과를 내는 희소돌기아교세포만으로 척추신경을 살리겠다는 제론사의 시도가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아무튼 이번 발표에 많은 줄기세포연구자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놀라운 항암제가 발견됐다거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내보낸다. 만일 보도대로였다면 인류는 벌써 암을 정복하고 무병장수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들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동물실험의 결과로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은 요원한 상태이거나 그나마 진행돼도 십중팔구는 실패한다. 이런 패턴이 믿었던 배아줄기세포치료에서도 나타났다는 게 충격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부분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분야를 너무 장미빛으로만 바라본 게 아니었을까. 좀 더 겸손하고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번 사태로 배아줄기세포치료라는 꿈까지 사라져서는 안 되겠지만. 강석기 기자 sukki@donga.com |
'생명과학기사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기세포 연구의 현주소 (0) | 2011.12.05 |
---|---|
3D 배양 기술로 뇌하수체 분화 성공 (0) | 2011.12.05 |
뇌 전기자극으로 치매증상 완화 `눈길`. (0) | 2011.11.25 |
생선, 어패류 등 수산물의 원산지를 1시간내 알아낼 수 있는 휴대용 PCR 기계를 개발 (0) | 2011.11.14 |
돼지 췌장 이식…당뇨병 완치 가능성(종합) (0) | 2011.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