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기사모음

유전유전자 가위로 혈우병 고친다

도일 남건욱 2011. 12. 27. 09:42

유전자 가위로 혈우병 고친다

서울대 김진수 교수팀, 뒤집어진 혈우병 유전자 교정기술 개발

2011년 12월 19일

이메일 프린트 오류신고 RSS주소복사

국내 연구진이 상처가 나면 피가 잘 멈추지 않는 희귀질환 혈우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서울대 화학부 김진수 교수팀은 뒤집어진 혈우병 유전자를 다시 뒤집어 정상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인간 유전자의 일부를 원하는 대로 자르고 붙이는 등 조작을 통해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와 똑같이 만드는 것이다.

국민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A형 혈우병은 주로 피를 멈추게 하는 11개 인자 중 8번 인자의 유전자 일부가 뒤집어져서 생긴다. 현재 혈우병 치료제는 8번 인자를 보충할 뿐 실질적인 치료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연구팀은 8번 혈액응고인자에 ‘유전자가위’라는 인공 효소를 이용해 유전자 일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정상 유전자의 일부를 뒤집어 혈우병 환자의 유전자와 같도록 만드는데 성공한 만큼, 이미 유전자가 뒤집힌 혈우병 환자에게 적용하면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올해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해, 유전자 일부를 잘라 중간 부분을 뒤집거나 없애거나, 중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원하는 유전자에 인위적인 돌연변이는 물론 이미 일어난 변이를 원상복구 할 수도 있다.

현재 연구팀은 14만 개나 되는 긴 염기쌍을 한 번에 뒤집는 데 성공했다. 아직 성공률은 약 0.3%에 불과하지만 치료 가능성을 보인 만큼 앞으로 성공률을 높여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혈우병뿐 아니라 방사능에 노출돼 걸린 암이나 지중해빈혈증과 같이 유전자의 일부가 뒤집어져 발생하는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혈우병이나 암 같은 질환이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발병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유전자를 바로 잡아서 치료하려는 시도는 드물었다”며 “유전자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줄기세포 기술과 합쳐 신개념의 세포치료제도 개발할 계획이다. 환자의 몸에서 추출한 체세포를 역분화시켜 줄기세포로 만들고 유전자가위로 잘못된 유전자를 교정한 다음,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에게 다시 이식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지 ‘지놈 리서치’ 19일자에 실렸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관련 기사
유전자 가위로 에이즈 자른다 2010.01.05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뜯어고친다? 2011.02.09
당뇨-혈우병 부작용 없이 치료 2002.01.08
혈우병 10여명 에이즈 감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