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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지금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주에도 서해에서 4척이 단속됐다. 우리 수역에서 바다 밑 치어(稚魚)까지 훑는 중국 어선들이 그물 무게를 이기지 못해 뒤집어지는 사고도 흔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중국을 마구 비난하는 것은 좀 어색하다. 돌아보면 우리도 부끄러운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일본 어민들은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이곤 했다. 한국의 ‘고데구리(소형 기선저인망과 변형 기선권현망)’ 어선들이 홋카이도(北海道)와 시마네(島根) 부근에 몰려가 바다 밑을 싹 긁었기 때문이다.
이런 살풍경이 사라진 것은 한·일어업협정 이후다. 우리는 6조원을 들여 어선을 줄이고, ‘기르는 어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인물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다. 어민들은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그에게 몰표를 주었다. 하지만 강경책이 돌아왔다. 노 대통령은 고데구리 조업을 뿌리 뽑고, 촘촘한 그물망을 만드는 회사까지 영업정지시켰다. 연안에는 인공 어초(魚礁)를 집중 투하했다. 어민들의 반발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서서히 치어 생존율이 높아지고 어족자원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8일 경남 남해군 앞바다엔 기적이 일어났다. 육지에 가까운 정치망에 45㎏짜리 대형 참치가 걸린 것이다. 바다의 최종 포식자인 대형 참치가 정치망에 걸려든 것은 25년 만의 일이다. 그런 대물이 접근해올 만큼 우리 연근해 어장이 거의 완벽히 복원된 것이다.
중국 어선의 흉포화에 우리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다. 초강수의 유혹이 커지고 있다. 총기를 사용하고, 게 한 마리에 수천만원씩 물리는 러시아·브라질의 징벌적 벌금이 대안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중국 스스로 깨닫는 게 최선이다. 중국도 연근해 어업을 확대하지 않는 ‘제로 성장’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연안에 물고기 씨가 말라버린 지 오래다. 바다 오염보다 남획(濫獲)이 주범이다. 세계 최대인 30만 척의 어선을 대폭 감척하고, 그물코를 엄격히 제한하지 않는 한 약탈적 조업은 사라지기 어렵다. 요즘 신토불이 바람으로 중국도 춘절(설) 때면 서해에서 나는 생선이 금값이 된다. 이대로 가면 서해는 계속 피바다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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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이 우리 남해군 정치망에 대형 참치가 걸리는 광경을 보았으면 한다. 그 참치가 많은 것을 말해줄 것이다. 땅과 마찬가지로, 바다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중국에도 긴 안목으로 어민들을 보듬는 노 대통령 같은 지도자가 나왔으면 싶다. 참고로, 요즘 한·일 간 불법조업 시비는 거의 사라졌다. 4년 전 남해에서 일본 해상보안청이 항로분석을 잘못해 우리 어선을 붙잡았다가 “미안하다”며 돌려보낸 일이 기억에 남는다. 서해의 비극과 딴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