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농업이 미래 유망산업되려면 - 향토 기업 꾸릴 젊은 농업CEO 키우자

도일 남건욱 2012. 4. 3. 18:51

 

농업이 미래 유망산업되려면 - 향토 기업 꾸릴 젊은 농업CEO 키우자
현지 생산농민과 향토농식품 기업 경영…R&D, 마케팅과 지역일자리 창출
최죠셉 한국농업마케팅연구소 대표

우리나라 농업은 2010년 말 현재 농가인구 세계 12위, 농지면적 세계 24위, 1㏊당 농업생산액 세계 2위, 농림어업총생산 세계 14위다. 지표만 보면 세계적으로 상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우리 농업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나 위치가 이 정도까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2010년 말 발생한 구제역으로 350만 마리 이상의 소와 돼지가 사라지면서 축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신선채소와 과일시장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됐다. 또한 농업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상 기후와 노동력 부족 현상은 한국 농업의 어려움을 가속시키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유통망의 등장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등 빠르게 변하는 식생활의 변화와 소비 동향도 농업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당국은 농림수산식품부를 위시한 산하 기관과 농업 중심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우리나라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FTA에 대응해 안정적 식량 생산기반 유지, 농산물 유통 구조개선, 수출 농업 활성화 등 주요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 또한 향토자원을 이용한 소득 사업을 위해 지역특화품목육성사업이나 향토산업육성사업 등 다양한 지역사업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투입된 예산에 비하면 아직도 이렇다 할 성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농업 관련 전문가들은 농업은 단순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이 아니라 28조원 규모의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초산업일 뿐만 아니라 6차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래 첨단생명산업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필자가 역설하고 싶은 제안은 지역밀착형 농업 기업의 육성이다. 물론 위에 제시한 각각의 부문에서도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만 농산물 유통, 수출 농업 활성화, 지역민 고용 등을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향토기업의 육성이다. 올 3월 2일 ‘새농협 출범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농업도 이제 기업경영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농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2차 산업, 3차 산업, 미래산업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일은 중장기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접근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충분한 사업계획과 준비가 없이는 실패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 스스로 경영적 마인드를 제고하고 역량 있는 농업 경영 CEO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지역만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다.

스탠퍼드 비즈니스스쿨의 짐 콜린스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과 5년에 걸쳐 미국 내 30개 대기업을 심층 분석했는데 연구 목적은 위대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고의 CEO들이 한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 CEO에게 평범한 기업이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5대 요인을 물었을 때 그 CEO는 이렇게 대답했다. “첫째는 사람일 겁니다. 둘째도 사람이지요, 셋째도 아마 사람일 겁니다. 넷째도 역시 사람이고요. 그리고 다섯째도 역시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농업에서 가장 서둘러야 되는 일이 바로 제대로 된 인재를 키우는 일이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에서는 ‘강소농(强小農)’ 육성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제껏 경영 분야 교육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는 50~60대 농민을 환골탈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이 바로 젊은 피의 수혈이다. 필자는 여기서 ‘영파머스(Young Farmers)’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지역의 젊은 농업CEO와 생산자가 함께 주주로 참여하는 법인을 설립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 기존 하드웨어 위주의 농정 사업에서 탈피해 인적자원과 마케팅 중심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농업을 전환해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역 제조 시설과 집단화된 농특산물을 활용해 연구개발(R&D), 바이오, 유통, 가공, 수출, 외식, 관광 분야 등 부가가치 높은 농업 비즈니스 모델을 사업화해야 한다. 더불어 이에 필요한 자금은 농업 정책자금, 그리고 농식품펀드를 통해 유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연하자면, 농촌 지역 활성화의 중심이 되는 향토 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원료로 구입하고 지역 주민을 고용함으로써 지역 내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바로 이러한 지역밀착형 기업 육성이 핵심이며 이 핵심의 중심에는 젊은 농업CEO가 있디.

생산 농민 향토기업 주주로 참여 시키기
태초 이래 인류가 이룬 가장 중요한 혁신은 무엇일까. 100세 장수를 가능케 하는 첨단 의학, 거리의 개념을 깬 제트기,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인 인터넷 등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번영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과 기술을 빠르고 넓게 퍼지게 하는 힘은 바로 ‘경영’이라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19세기 중반에야 등장한 경영의 개념은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인류에게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줬다. 그런데 경영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사람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경영은 인문과학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우리나라 농업에서도 정확한 경영에 대한 개념을 가진 젊은 농업CEO들이 중심에 서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들을 전문 경영인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최신 정보와 전문 지식,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해답이며 이를 위한 경영 분야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선배 농업인이 멘토가 돼 지속적으로 지혜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각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통해 깊이 있는 컨설팅을 제공해야만 이들이 제대로 된 농업 경영 CEO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업인 스스로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소비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니즈를 단순히 찾아내는 정도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 속에 씨앗을 뿌린다는 개념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지역 농업인 주주는 생산을 전담해서 농업 법인에 필요한 농산물을 제공하고 영파머스 CEO와 경영진은 R&D와 마케팅 부문을 강화해서 부가가치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시켜 지역민 고용 증대와 소득을 창출하는 향토 농식품 기업이 진정한 모델이다. 더불어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국내 농식품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산에 기여하는 역량 있는 ‘영파머스’에게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