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경제민주화는 성장동력 위축시킬 수도 일자리 정책이 곧 대한민국 경제정책…올 무역은 1조 달러 수성할 듯

도일 남건욱 2012. 9. 27. 22:36

경제민주화는 성장동력 위축시킬 수도

일자리 정책이 곧 대한민국 경제정책…올 무역은 1조 달러 수성할 듯
이필재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사진:오상민 기자


“일자리 정책이 곧 대한민국 경제정책입니다. 경제정책의 최종 목표가 바로 일자리 만들기입니다. 그런데 이 일자리 정책이 100차방정식쯤 됩니다. 무척 풀기 어려운 문제죠.근본적인 대책은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죠. 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가 생겨나 더 이상 일자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홍석우(59) 지식경제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 정책은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파이가 커지면 자연히 일자리는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간에 영역 다툼 문제가 있습니다만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면 이들 세 부문의 고유 영역도 자연히 넓어지게 되죠.”9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서울중앙우체국 청사) 21층에 있는 지경부 장관 집무실에서 그와 만났다.

경제민주화가 화두입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란 시각도 있는데요.
“경제민주화의 시각에서 대기업을 향해 왜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하느냐, 왜 골목 상권까지 넘보느냐고 합니다. 왜 동반성장을 하
지 않느냐는 거죠. 이 문제가 경제민주화의 한 측면인 건 맞습니다만 이런 측면에 너무 집중하면 파이 전체를 키우는 걸 간과하거
나 결과적으로 파이가 크는 걸 저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논의에 매몰되다보면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 등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거죠.”

성장도 중시해야겠지만 이미 저성장이 구조화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 경제가 원천적으로 대외의존형이기때문에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아닙니까? 유럽·미국·중국 등의 경기가 안 좋으면 우리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내년에 성장세를 회복하겠지만 다수의 학자들은 향후 3~4년 간 어려운 상황이 닥칠 거로 내다보고 있습니다.해외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습니다.한편으로는 우리 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겠죠.”

올해 수출 상황이 어떨 거로 보십니까?
“유럽연합(EU)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로 올 들어 8월까지 수출이 1.5% 줄었습니다. 부진하지만 무역 1조 달러 수성은 가능할 거로 봅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는 뭐라고 보나요?
“서비스 산업이 취약합니다. 그래서 성장의 확산이 더딥니다. 서비스 산업도 우리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글·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 교육·법률·의료·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대외적으로 개방하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됩니다. 이들 산업이 성장하려면 관련 규제도 풀어야겠죠. 대형병원 하나만 유치해도 일자리가 수천 개 만들어집니다.”
그는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영국의 멀린그룹이 1990년대 말 환경영향 평가 등 국내의 규제에 막혀 독일로 발길을 돌린 사례를 예시했다. 이 레고랜드의 개장으로 독일에 2만3000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몇 개만 성사시켜도 십여 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업 개방 특히 의료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과거 제조업을 개방할 당시 국내 제조업체뿐 아니라 제조업 정책을 짜는 상공부(지경부의 전신)도 적극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제조업을 개방한 결과 국내 제조업이 위축됐나요? 서비스업 개방도 이런 과정을 밟을 겁니다.”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지 않습니까?
“똑같은 양의 부가가치를 생산한다면 중소기업 쪽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게 사실입니다. 또 상호출자에 제약이 따르는
대기업보다 중견기업이 일자리 창출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대기업이 성장하면 거기에 딸린 협력업체 즉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해외에 있다는 겁니다. 부품 업체와 동반 진출도 하지만 해외생산공장 협력업체의 다수는 현지 기업들입니다.
“그런 면이 있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대기업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들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는 대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 국내에 남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거죠.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면 기업으로 존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겁니다.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테니까요. 이미 대기업들도 오래 전부터 그런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CSR가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 돼버린 시대 아닙니까? 다만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야겠죠. 그렇다고 이윤을 쫓아 해외로 나가는 기업을 정부가 막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 먹고 살 게 없어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떠밀려갔듯이 한계상황에 봉착해 나가는 기업들이 다수입니다. 결국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 스스로 발길을 돌리게 해야죠.”

한때 산업공동화를 우려했었는데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늘리는 이들 유턴 기업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고 보는데요.
“해외 생산기지와의 임금격차가 줄어든 반면 생산성은 여전히 국내가 높기 때문이죠.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계기로 작용한 측면도 있고요. 그런데 국내로 재이전하려면 코스트가 듭니다. 그 비용을 정부가 덜어준다면 유턴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연내에 유턴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성과공유제는 기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나요?
“4월에 성과공유 확인제를 만들었습니다.45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연내 이 확인제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성과공유제가 거둔 성과의 인상적인 사례가 뭔가요?
“철강 절단용 칼을 만드는 대원인물이라는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이 회사가 포스코와 손잡고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이 칼을 국산화했는데 그 덕에 성능은 두 배로 좋아졌고 원가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죠.대원인물은 3년간 이 칼을 포스코에 공급키로 해 연간 매출이 약 20%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포스코 역시 약 5억 원의 원가절감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말 그대로 윈윈 게임을 한 거죠.”그는 2008년 3월부터 2년 동안 중소기업청장을 지냈다. 최장수 청장 기록이다. 그러나 중기청을 부로 승격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동반성장이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큰 틀의 업무는 지경부가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계 안의 일은 중기청이 하고요. 중소기업들이 어려우니까 중기 정책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중기청이 힘이 약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지경부 장관을 중기청장 출신 중에서 시키면 되겠군요. 중소기업 업무에 대한 코스워크를 시키는 거죠.
“임명권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 같군요. 그런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중소기업에 대해 더 고민하겠죠.”

외국계인 코스트코가 의무휴일을 무시하고 영업을 했습니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나요?
“코스트코는 규정을 위반했으니 과태료 부과 등 법적인 징계에 들어갈 겁니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는 시행한 지 얼마 안 돼 효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홍 장관은 관가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통한다. 기자와 교환한 그의 명함엔 휴대전화번호가 인쇄돼 있었다. 과천 관가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당초 직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벨이 울릴 것”이라며 말렸다고 한다. 이 휴대전화로 그는 재래시장에서 명함을 건넨 상인 등으로부터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문자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러시아·그린란드·카자흐스탄 등 4개국을 순방하고 돌아오던 9월 14일 그는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남겼다.“대통령께서는 친구처럼 가까워진 카자흐대통령과 격의없는 만찬을 하고 계십니다.… 저는 직원들과 와인으로 마무리. 안주로 생라면을 부수고 있는 중. 집 떠난 지 일주일이 되니 한식이 먹고 싶네요~”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을 모두 직접 쓰나요? 페이스북 관리에 하루에 얼마나 시간을 씁니까?
“150% 제가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글을 잘 안 올려요. 장관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한가하게 페북질이나 한다는 소리가 들려서죠. 주로 행사장에서 다른 행사장으로 이동할 때 차에서 글을 올립니다. 5분도 안 걸리고요. 시간이 아니라 열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소감을 올리다 보니 마니아들도 있어요. 이런 분들에게 정책을 홍보하는 데는 페이스북이 효과적이죠. 부수적이지만 저로서는 정책을 복습하는 효과도 있고요. 정책일기라고 할까요?”

지식경제부 직원들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메일을 띄운다. 일요일 밤 9시 이후에쓴다고 했다. 일요일이었던 16일 밤 11시 55분 4개국 순방에서 돌아와 보낸 메일에 이런대목이 있었다.

“지구온난화, 극지 방문 등의 의미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 특별수행원으로 함께 간 허영만 화백이 캐리커처를 그려줬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김대기 정책실장이 말하자 캐리커처는 내면을 그리는 것이라며 소신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허 화백이 일갈^^ 전 마음에 듭니다. 지식경제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 마음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다음 날 그는 페이스북에 이 캐리커처를 올려놓았다. 이 캐리커처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입술은 싱크로율이 100%, 전체적인 모습도 딱! 장관님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