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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1인 창조기업 육성 - 10곳 중 6곳 사업 유지기간 2년 이하

도일 남건욱 2012. 11. 16. 11:37

말뿐인 1인 창조기업 육성 - 10곳 중 6곳 사업 유지기간 2년 이하

창조 컨셉트 사라지고 생존율 1~2% 불과…신용불량자 양산 우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1인 창조기업 가장 최근 데이터를 알고 싶은데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만2000개입니다.” “아니오, 가장 최근 숫자요.” “1인 창조기업은 1년에 한 번 외부에 용역을 줘서 실태조사를 하기 때문에 최근 자료는 없습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1인 창조기업은 현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하는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 중 하나다. 

정부는 2009년부터 1인 창조기업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창조기업 육성법이 제정됐고, 올해 1000억원 가량의 정책 전용자금이 지원됐다.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센터는 2010년 18개에서 올해 34개로 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초 1인 창조기업과 관련해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립자)의 탄생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활동인구 100명 중 1명꼴

하지만 ‘창조’에 찍혀야 할 방점이 ‘1인’에 찍히면서 정부가 생존확률이 극히 낮은 부실한 1인 기업만 늘린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 초점을 일자리 늘리기에만 맞췄다는 것이다. 이 정책을 만들 때 참여한 한 대학교수는 “그냥 창조기업 육성이 애초 명칭이었는데, 정책을 강조하기 위해 ‘1인’이 들어갔다”며 “1인은 그냥 상징적인 의미인데, 실제로 한 명이 홀로 창업하는 것으로 오해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인 창조기업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1인이 상시근로자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식서비스업,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자’라고 정의돼 있다. 또한 창업한 1인 창조기업이 창업일이 속하는 달부터 12개월이 되는 달 말일 이전에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

정부가 실적에 급급하면서 1인 창조기업 숫자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으로 1인 창조기업은 26만2000개다.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약 1%가 1인 창조기업이라는 얘기다. 이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중기청에 따르면, 용역을 의뢰 받은 조사전문기관이 전국가구 1757만 가구 중 표본 24만6000 가구를 뽑아 무작위 전화 조사를 했다. 이 중 유효 응답은 8만6000가구였다. 그 결과 1인 창조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곳이 1284개였다. 그래서 나온 ‘추정치’가 26만2000개다. 여기에는 프리랜서, 예비창업자,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사업자 등도 포함돼 있다. 한 통계전문가는 “유효응답 표본이 작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1인 창조기업의 ‘질’이다. 중기청이 1인 창조기업 5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유지 기간 1년 이하가 26.5%, 2년 이하는 25.9%였다. 3년 이하는 12.2%다. 또한 1인 창조기업 10곳 중 6곳이 창업 준비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나홀로 창업은 89%였고 공동창업은 10.2%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절반은 사무실조차 없었다. 또한 거래처가 5곳 이하인 곳이 58%였다. 일부 성공한 1인 창조기업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초 안철수 당시 카이스트 교수는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최근에 정부 이니셔티브 가운데 하나가 1인 창조기업이다. 이것도 사실은 세계적으로 경영학 쪽에서 이미 결론이 내놓은 결과와 반대다. 한 사람이 창업하는 것보다 두 사람 이상 창업할 때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1인 창조기업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것 때문에 실패 확률이 아직 높은 게 사실이다.”

창업 유지에 정책 집중해야

실패확률이 높은 1인 창조기업에 정부가 과도한 창업 지원을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부 지원금을 융자받은 후 매출 저조나 폐업으로 상환을 하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회사에 다니다 1인 기업을 창업한 이창수(가명)씨가 그런 위기에 몰린 예다. 2010년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을 시작한 그는 당시 중소기업청 지원자금 5000만원을 융자받았다. 

금리 3%에, 1년 거치 3년 균등분할 조건이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월 200만원 정도를 갚고 있지만 최근 대부업체에서 3000만원을 더 빌렸다. 매출은 거의 없고 자금은 바닥이 나서다. 이창수씨는 “개발한 제품 금형비와 제작비에만 융자받은 돈을 다 섰는데 판로가 뚫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인 창조기업 창업자 중에 다중 채무자가 많다”고 말했다.

1인 창조기업 육성 성과로 정부가 내세우는 ‘앱창작터(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지원 사업)’만 봐도 1인 창조기업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지난 국정감사 때 중소기업청이 이원욱 민주통합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1년에 6732명이 앱창작터 교육수료를 마쳤지만 오픈마켓에 등록된 경우는 1542건,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211명뿐이었다. 

해외 오픈마켓에 등록된 앱은 96개지만 평균 매출은 1만1800달러였다. 이원욱 의원은 “1인 창조기업 지원정책이 기업의 유지보다는 사업자 등록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사업주의 사업지속기간이 짧은 제도에 대해 1000억원 규모의 전용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폐업 기업에 대한 조사를 해보면 기업을 유지 못 하는 이유와 폐업 후 정부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경우 등 1인 창조기업 정책의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1인 창조기업 창업을 부추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1인 창조기업에 속하는 업종이란 것도 실제로 생존 확률이 매우 희박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국내 1인 창조기업의 연간 평균 매출액은 5730만원. 그나마 수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1인 창조기업 매출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5000만~1억원씩 받은 정부 융자를 상환 기간 내에 갚기 힘들다는 얘기다. 

대다수 벤처 전문가들은 1인 창조기업 성공확률이 1~2%에 불과해 정부 자금이 본격적으로 집행된 2009~2010년 융자를 받은 창업자 중 상환을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정책이 창업 확대보다는 창업 이후 지속적 관리와 창업유지를 위한 다각적인 제도 마련에 맞춰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