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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감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눈길 박근혜 주요 경제 공약 살펴보니

도일 남건욱 2012. 12. 27. 14:57

가계빚 감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눈길

박근혜 주요 경제 공약 살펴보니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공약 실현에 135조원 필요…재벌 개혁의 폭과 속도 주목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를 치르면서 다양한 경제 공약을 내놨다. 이 공약들을 살펴보면 향후 5년 간 ‘근혜노믹스’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국민들이 5년 동안 챙겨두고 감시해야 할 목록이기도 하다. 분야별로 무게중심은 다르지만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역시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핵심 키워드였다. 야당이 꺼냈어야 할 이슈를 박 당선인이 먼저 주장하면서 선거전을 유리하게 이끌고 간 측면도 있었다. 

박 당선인은 TV토론 등에서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범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도 담겼다. 사면권 행사도 엄격히 제한한다.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금융·보험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의결권을 현재 15%에서 5%로 축소하기로 했다.

고용률 70% 달성 목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는 시간을 끌면 대기업의 반발 때문에 어려워진다”며 빠른 제도 개혁을 주장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과 박 당선인은 이미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폭과 범위를 놓고 대립한 적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를 내버려둔 채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것은 정책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저성장으로 기업이 움츠러드는데 추가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면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로 재벌 문제가 해소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물 경제로 들어오면 일자리와 가계부채 해결이 급하다. 선거 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현재 64.5%인 15~64세 고용률을 5년 안에 EU 목표와 동일한 수준인 70%대로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동안 일자리를 150만개 이상 만들어야 가능한 수치다. 주 내용은 ‘늘·지·오’로 요약할 수 있는데 좋은 일자리는 늘리고 지금의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우선 박 당선인은 ‘ 스펙초월 청년취업센터’를 설립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스펙이 아닌 능력 위주의 채용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지방대 출신의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한다. 학력에 따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직무능력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경찰·소방·복지 등 공공 부문 일자리는 늘린다.

정년은 60세로 늘어난다. 단, 기업의 부담을 감안해 임금피크제와 연계한다. 정년을 늘리는 대신 정년에 가까워질수록 임금을 덜 받는 개념이다. 일자리 나눔형 근로시간 단축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평균 근로시간을 줄여 청년층 일자리 창출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우선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약 34만명)는 2015년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실직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도 공약에 담겼다.

가계부채는 국민행복기금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잉여이익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고유계정 차입, 신용회복기금재원 등으로 1조8000억원을 마련해 이를 바탕으로 18조원 규모의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한다는 내용이다. 이 기금을 통해 일반채무자의 경우 50%, 기초수급자는 채무의 70%까지 감면해주기로 했다. 

다중채무자의 경우 1인당 1000만원에 한해 고금리 대출(20% 이상)을 저금리 장기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안도 내놨다. 또 대부업자가 부당한 금리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업을 금융감독원의 공적 감독대상에 편입시키기로 했다. 개인의 빚을 정부가 갚아주면 선량한 나머지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어 고민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부동산 공약은 일단 참신함이 돋보인다. 박 당선인이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 주인이 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충당하고 세입자는 이자만 부담하는 방식이다. 철도 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시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임대주택을 보급한다는 행복주택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깡통 주택’ 소유자의 경우 지분의 일부를 공공기관에 판 뒤 임대료를 내고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부유주택 지분매각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밖에 주택연금 가입조건은 현행 60세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올해말로 종료하기로 했던 취득세 1%포인트 감면 혜택도 연장할 계획이다. 보금자리 주택을 임대형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민간 분양 활성화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 규모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0~2세 유아 보육료는 국가가 지원하고 양육수당도 올린다. 3~5세 어린이집 보육료도 증액한다. 다자녀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셋째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박 당선인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내용이다. 

만 18세 이하 자녀를 둔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자녀장려세제를 실시한다. 고등학교는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교육을 추진하고 대학등록금은 소득과 연계한 반값등록금을 실시한다. 소득 하위 1·2분위 대학생은 등록금의 100%, 3·4분위는 75%, 5·6분위는 50%, 7·8분위는 25%의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및 장애인연금은 기초연금으로 바꾼다.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할 계획인데 제도가 시작되면 현재의 급여수준보다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일자리를 연간 5만개 이상 신규 창출하는 내용도 담겼다. 4대 중증질환(암·심혈관·뇌혈관·희귀 난치성병)은 100%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하고 본인부담 의료비 상한제는 현행 3단계에서 소득수준에 따라 10단계로 나눠 혜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공약 실현할 재원마련이 과제

공약 실현에 약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게 새누리당의 추산이다. 박 당선인은 비과세·감면 정책을 정비하고 중복·유사예산을 통폐합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탈세, 세금 체납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걷지 못한 세금만 제대로 받아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소요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견해도 많다. 

걷지 못한 세금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다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남은 카드는 ‘증세’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12월 21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대선 복지공약을 실천하고 민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자예산안도 편성할 수 있다”며 “국채발행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가 늘더라도 필요한 공약 실천에는 돈을 쓰겠다는 의미다. 집권 초기부터 민생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