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넓고 다양한 미국의 속살, 소설로 엿본다

도일 남건욱 2013. 2. 13. 17:17

넓고 다양한 미국의 속살, 소설로 엿본다

『미국을 만든 책 25』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현대인의 삶과 문화적 기반에 미국만큼 짙은 영향을 미친 나라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미국과 미국인 그리고 미국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토마스 C. 포스터의 『미국을 만든 책 25』는 대표적인 소설을 통해 미국과 미국인을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미국은 너무 크고 다양한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의 모든 걸 말해주는 단 한 권의 책을 만나기는 애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 시대를 풍미한 다양한 소설가의 시각과 필력을 통해 미국과 미국인을 이해하는 일은 멋진 일임에 틀림없다.

목차를 펼치자마자 독자들은 익숙하거나 언젠가 읽은 책의 제목을 만나게 된다. 『프랭클린 자서전』 『모히칸족의 최후』 『주홍 글자』 『윌든』 『모비딕』 『허클베리 핀의 모험』 『위대한 개츠비』 『해는 다시 떠오른다』 등이다. 이 책은 현대 미국 소설의 대표작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소설은 사회과학서 못지 않게 시대와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더욱이 재미와 상상력이란 면에서 소설 만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몇 해 전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한적한 해변가를 운전하고 있었다. ‘모비딕’이란 간판과 큼직한 고래 간판에 이끌려 식당에 들린 적이 있다. 허먼 멜빌의 대표작 『모비딕』을 연상케 하는 실내 장식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석유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 고래기름을 원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19세기 미국 문학에서 포경업에 관한 글이 많다. 모비딕은 실존한 하얀 향유 고래의 이름이다. 고래를 잡으러 간 에이허브 선장은 불행히도 모비딕이라는 거대한 고래에게 다리 한쪽을 물어 뜯기고 만다. 이 소설은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한 마리 고래를 찾아 헤매는 선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3년을 찾아 헤맨 끝에 모비딕을 만난 에이허브 선장은 고래 등에 작살을 꽂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와 포경성 피쿼드호 그리고 자만한 추격배들은 모두 전복되고 딱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죽고 만다. 『모비딕』은 유일한 생존자인 이스마엘이 털어놓는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논평이 추가적인 독서에 도움을 준다.

‘고래는 그 자신을 넘어서는 어떤 것을 상징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 투쟁은 동물적이면서 무의미한 행동에 불과하다. 자신보다 훨씬 큰 것을 추구하는 에이허브의 태도, 신성을 향하여 과도하게 손을 내뻗는 그의 자세 등은 독자들에게 멜빌의 신생 국가 미국에서 벌어진 또 다른 노력, 즉 현시된 운명을 연상시킬 것이다.’

코네티컷의 핫포드에는 마크 트웨인이 저택이 잘 보존돼 있다. 살아 생전에 벤처 투자로 큰 돈을 잃고 말았지만 세계 순회 강연으로 일부를 만회한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영원히 살게 된 보기 드문 소설가다. 저택을 개조한 박물관 입구에는 ‘돈이 부족한 것이 세상 죄악의 모든 뿌리이다’라는 그의 말이 큼직하게 새겨져 있었다.

미국인들은 초·중·고교를 통해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을 읽고 성장한다. 저자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란 작품에 대해 “모든 현대 미국 문학은 이 책에서 흘러 나온다”고 극찬했다. 사실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지만 이처럼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이처럼 이미 읽은 책이라도 다시 한번 의미를 새기고 원저를 도전해 보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는 기록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 책은 노예 소유 시대의 미시시피 강에서 한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뗏목에 탄 허클베리 핀과 흑인 짐이 겪은 다양한 경험담을 소개한다. 야바위·사기·폭력의 위협을 경험하면서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다. 진정한 자유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인내와 의지도 필요하다. 

마크 트웨인이 이 소설에서 추구하는 것은 현실 생활에 대한 충실성이다. 또한 이 소설의 기여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투리와 속어를 사용해서도 진지한 글쓰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 책 이전만 하더라도 저급한 코미디·계층·수준은 결코 소설에 등장할 수 없었다. 저자는 이 작품을 이렇게 평가한다.

‘이 작품이 없었더라면 그 후 위대한 책들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풍자와 미국의 소설 대부분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지극히 미국적인 소설로 『위대한 개츠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소란스러운 1920년대 격한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개츠비라는 인물을 통해서 들여다 본 미국 사회는 자본주의의 빛과 그림자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질탕한 파티와 술집, 갱스터, 남녀의 혼외정사, 질투심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작가 F. 스코트 피츠제럴드(1896~1940)의 삶도 작품처럼 극적이었다. 1920년대 소설가로서 성공함으로 상당한 부를 거머쥐었음에도 과시적 소비로 파멸한 이끈 작가의 삶은 작품의 주인공인 개츠비의 인생과 오버랩된다. 미국과 미국인, 미국 문명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현대 문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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