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Book - 위기의 시대에 희망의 구심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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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기억’이란 제목이 시선을 당긴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희망’이란 단어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은퇴한 지 6년 만에 혼란한 프랑스 정국을 정상화시키고 프랑스 국민에게 위대한 나라 건설의 희망을 던진 샤를 드골의 자서전에 주목할 이유가 있다. 흑백 사진처럼 밋밋한 느낌을 주는 책이지만 드골의 위기 극복기는 희망을 찾는 독자에게 부분적인 답을 줄 수 있다.
드골 자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1936년생의 심상필(전 홍익대 총장) 박사가 역자 후기에 전하는 문장을 먼저 소개한다. “우리가 드골을 회고하는 것은 그의 애국심·충성심 그리고 국가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략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한니발처럼 끈질겼고 나폴레옹보다 멀리 보았다. 그는 철저하게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위민정신을 지닌 인물이었다. 모든 정치적 결정과 행위에 사리사욕이라는 것이 전혀 개입될 일이 없었다.”
드골은 1·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군인 출신이다.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자 런던으로 망명해 대독 항전을 주장하며 자유프랑스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런 전력 탓에 괴뢰정권으로부터 사형을 선고 받았다. 드골은 1944년 프랑스로 돌아와 임시정부의 수반이 됐다. 요직을 거친 다음 1951년 ‘프랑스국민연합’을 결성해 정치가로 활동했다.
그가 은퇴한 시점은 1952년이다. 이후 6년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전쟁회고록’ 집필에 몰두했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식민지인 알제리 문제를 놓고 프랑스 정국은 극도의 혼란을 겪었다. 사태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자 샤를 드골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해 다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다.
조국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시점의 심경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은퇴생활을 하던 중 의무감에서 다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이 국가를 위한 선택된 도구처럼 느껴졌다.’
자서전 전편을 흐르는 배경은 신중함·지혜·결단력·책임감이다. 그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오로지 조국 프랑스의 영광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판단했다. 사적인 욕심은 전혀 개입시키지 않았다. 그의 판단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수렁에 빠진 조국을 구하기 위해 다시 정권을 쥐는 순간이다. 그는 프랑스를 구하는 길은 정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고 믿고 이를 과감하게 실천에 옮겼다. 당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쥔 정치인이라면 타협안을 제시했겠지만 드골은 몇 가지 핵심과제를 명확히 했다.
그는 전권을 부여 받자마자 의회를 해산했다. 새 정부가 새로운 헌법을 제정했다. 새 헌법은 국민투표에 맡겨 결정해야 한다. 자신은 의회로부터 신임투표를 받는다. 내용만으로 혁명적인 조치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시대를 읽고 그 시대의 소명을 과감하게 제시해서 승부를 거는 승부사 기질을 가진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런 결단으로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프랑스의 정치 구조를 개혁할 수 있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국가원수가 실권을 갖고 행정을 주도할 수 있는 골격은 드골이 만들었다.
어느 시대나 권력을 쥔 사람에게 비난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정치를 다시 시작했지만 일부 사람들의 비난은 도를 넘을 정도였다. 이 문제를 대하는 방식은 드골의 인간 됨됨이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재계·언론계·사교계의 어떤 인사들은 공포에서 벗어나자 치아를 드러내고 그악스러운 비방을 계속한다! 한마디로 사회 곳곳에서 저속함이 판을 친다. 그러나 나는 위대한 그 무엇을 위해 일하기로 결심했다.”
드골의 결단 가운데 하나는 오랜 식민 국가인 알제리 독립 문제를 매듭지은 것이다. 프랑스 국내의 과격한 반대를 무릅쓰고 알제리 독립을 허용한 것이다. 정말 많은 사람이 드골이 알제리 반란군을 진압하고 알제리를 계속 식민지로 둘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드골의 상황 판단은 달랐다. 많은 사람이 기존 질서와 사적인 이익에 매몰돼 있었지만 드골은 언덕 넘어 더 위대함과 자연스러움을 주목했다.
무엇보다 알제리 사람들이 프랑스의 지배를 원하지 않았다. 알제리에 주둔한 50만명 규모의 군대를 유지하는 것도 조국 프랑스에 큰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1961년 1월 8일 국민투표에서 총유권자 2100만명 중에서 1550만명이 찬성해 알제리는 독립 국가로 거듭난다.
드골의 우직함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과제는 경제 정상화를 들 수 있다. 지출이 만성적으로 수입을 초과해 프랑스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그는 자크 뤼에프를 위원장으로 지명해 프랑스 경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했다. 훗날 ‘뤼에프 플랜’으로 불리는 경제 정상화 방안이 나왔다.
이 계획안의 핵심은 인플레이션 중지, 프랑화의 가치 안정 그리고 무역 자유화 조치다. 이들 조치는 당시 기준으로 보면 혁명적인 정책이었다. 드골은 스스로 정책에 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드골의 결단과 책임감을 떠올릴때면 기억할 만한 사례다. 보고서처럼 재미는 떨어지지만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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