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참으로 내공이 있는 작가가 쓴 책이다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장류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탈리계 연구자로 시카고대학교 교수로 있는 분이 쓴 ‘영장류 게임’이란 책도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영장류의 행동 연구를 인간 사회에 적용한 경우인데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오늘은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지배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 있어 매우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지배와 종속의 문제는 우리의 일상적 삶의 많은 측면에 깃들어 있다. 또한 이것은 인간 이외의 영장류들에게도 타당한 말이다. 2. 결혼관계에서 치명적인 것은 누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가를 둘러싼 분쟁이며, 나아가 이런 분쟁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와 분열이다. 3. 지배관계가 불명확한 연인이나 부부도 한동안 관계를 지속할지 모르며 어쩌면 영원히 그렇게 지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불안전한 것이다. 4. 아이들은 두 살만 되어도 다른 친구들을 지배하려 들면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기 시작한다. 아이들 사이의 지배관계는 누가 어른 혹은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을 끌 것인지, 누가 장난감이나 다른 소중한 자원을 얻을 것인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은 처음 친구를 사귈 때부터 그들 사이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싸운다. 5.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지배 관계는 중요하면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다. 연인 또는 부부간의 관계 중에서 가장 안정된 형태는, 처음부터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분명한 경우일 것이다. 이런 관계에서 지배적인 쪽은 저녁때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것인지 부터 다가오는 여름에 어디로 휴가를 떠날 것인지까지 대부분의 결정을 내리는 반면에, 종속적인 쪽은 이런 결정에 따르며 상대를 지원한다. 6. 결혼한 사람들이 영원히 식지 않은 뜨거운 사랑만 고집하기보다 안정된 부부 관계를 바탕으로 내 집 마련과 자녀 양육 같은 공동의 일을 도모하고 가사에 대한 걱정 없이 경력 쌓기에 집중하기를 더 원한다면, 상대의 도전을 허용치 않는 비대칭적인 지배 관계가 아마도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안정된 결혼의 비밀은, 결국 부부 중 한 사람이 대가를 훨씬 더 많이 치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7. 이런 불균형적 관계가 내포하는 한 가지 문제점은, 자녀들이 성인이 되고 부부가 목표로 삼은 사회 경력도 어느 정도 이루었으며 주택 융자금도 다 갚고 난 뒤에 원래의 안정적 관계가 그 존재의 이유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지배적인 족 또는 양쪽 모두는 상대에게 흥미를 잃고 다른 짝을 찾기 시작할지 모른다. 그 밖에도 이런 관계에서는 지배적인 쪽이 독재자처럼 권력을 남용할 위험이 있다. 8. 종속적인 쪽이 결정권을 포기한 대가로 안정된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편익과 지원 등도, 지배적인 쪽이 어느 정도 관대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지배 스타일을 사용해야 의미 있는 것이다. 9. 반면에 지배적인 쪽에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종속의 비용을 급상승시킴으로써 안정된 관계의 편익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종속적인 쪽으로 하여금 관계를 이탈하게끔 만들 수 있다. 10.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 여름 밤의 꿈’에서 라이샌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정한 사랑의 길은 결코 평범하지 않더이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에 빠져 단순한 사업적 관계 이상의 것을 원하게 되면, 그 둘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특히 두 사람의 개성이 강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상황에서 둘 중 어느 누구도 종속적인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면, 이해의 갈등이 생겨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위협받게 될 것이다. -출처: 다리오 마에스트리피에리(최호영 역), (영장류 게임), 책읽는수요일, pp.6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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