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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발전해 질병을 퇴치하고 오늘날보다 수명이 훨씬 더 길어진 세상을 상상해보자. 그 때 우리는 온 세계를 여행하고 새 기술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삶을 즐길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제가 한 무더기 나타나게 될 것인가? 미국 시카고트리뷴은 7월 6일자에 초장수 사회를 조망하는 기사를 실었다. 문제의 핵심은 ‘건강 수명’에 있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오늘날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자 76세, 여자 81세다. 이는 100년 전에 비해 30년 늘어난 것이다. 유아 사망률이 낮아지고 냉장고와 항생제가 발전한 덕분이다. 그러나 질병을 추방한다고 해서 그것이 건강한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명이 한없이 늘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포 손상이 축적되면 결국 신체가 무너지게 마련이다.
2009년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실린 한 논문은 2000년 이후 태어난 아기의 절반 정도는 최소 100세까지 살 것으로 추산했다. 과학의 발전을 신뢰하는 일부 전문가는 오늘날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것으로 본다. 100세 장수하는 미국인의 숫자는 향후 40년간 6배로 늘 것으로 인구통계국은 본다.
수명 연장돼도 병마에 시달린다면…
100세 이상 노인이 대거 돌아다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는 그들이 뛰어다니느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제이올스한스키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의학은 가장 중요한 사망 요인인 암·심장병·뇌졸중과의 싸움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일부 생물노화학자는 우려한다. 이 같은 질병을 퇴치해서 10~15년 연장된 수명은 결국 치매, 시력·청력·면역체계의 약화와 싸우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쇠약한 노인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가 지게 되는 부담은 악몽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생물노화학은 이와 다른 미래를 향한 길을 닦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을 죽이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 모든 질병의 배후에 있는 노화 과정을 중단시키거나 되돌리는 것에 관심을 둔다. 이 분야에서 현실주의자로 꼽히는 올스한스키는 향후 10년 내에 노화를 약 7년 늦추는 알약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 60세인 사람이 53세의 건강을 지니게 된다는 말이다. 평균 수명은 남녀 모두 85세 정도가 될 것이며 사람들이 죽기 전에 앓는 기간이 짧아질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사회에 돌아오는 이익을 그는 ‘장수 배당’이라고 이름 붙였다 직장에서 더 늙은 나이까지 오래도록 일할 수 있게 되면서 수입과 저축이 늘고 건강 관 예산에 대한 압력이 줄 것이란 논리다. 이들은 사회의 짐이되는 게 아니라 그 지혜와 경험은 ‘사회의 금광’이 될 것이라고 올 스한스키는 기대했다. 오늘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독특한 유전자를 타고 난 덕분에 100세에도 헬스클럽에서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말이다.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의과대의 노화연구소장 니르 바르질라이의 말이다. 초고령자를 연구하는 그는 “이들도 병이 나기는 하지만 삶의 마지막에 가까워서 비로소 그렇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100세에 죽는 사람에게 마지막 2년간 들어가는 의료비는 70세에 사망하는 사람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관련 유전자를 이용해 노화 관련 만성질병을 예방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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