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기사모음

Health - 더 늦으면 백약이 무효

도일 남건욱 2013. 11. 16. 09:56


Health - 더 늦으면 백약이 무효
항생제 남용 부작용
크리스 웰러 뉴스위크 기자
약제 내성 있는 치명적 박테리아 3종 ‘공중보건 우선 위협’ 대상으로 분류

1. 약제 내성 임균 2.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3.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4. 항생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위협의 수준을 시급(urgent)·심각(serious)·주의요망(concerning)의 세 단계로 분류했다. 항생제 남용은 약제 내성 박테리아의 증가를 초래했다. CDC는 12종 이상의 내성 박테리아를 위험 리스트에 올리고 그 중 3종을 ‘공중보건 우선 위협(immediate public health threats)’ 대상으로 분류해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이 3종은 생명에 위협적인 설사를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과 혈류 감염을 일으키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성감염증의 주요 원인균인 약제 내성 임균이다. 이들은 각기 항생제에 내성을 키우게 된 위협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이 박테리아는 생명에 위협적인 설사를 일으키며 미국에서 매년 10억 달러의 의료비용을 발생시킨다. 최근에 항생제를 투여 받았거나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이 이 박테리아에 가장 취약하다. 매년 1만4000명의 미국인이 이 박테리아로 사망한다. 더 강력하고 내성이 더 강한 종류가 나타난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사망률이 400% 증가했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CDC 보고서에 따르면 CRE는 현재 사용 가능한 거의 모든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 CRE로 혈류 감염을 일으킨 환자 중 50%가 사망한다. 미국에서 매년 600명이 이 세균으로 사망하며 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감염된다.

약제 내성 임균: 임질을 일으키는 이 박테리아는 꾸준히 내성을 키워 왔다. 성관계로 감염되는 임질은 요도나 자궁경관·인두·직장 등에 염증과 고름을 유발할 수 있다. 과거엔 페니실린으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내성이 강한 종류가 나타나 갈수록 힘을 키워간다. CDC는 이 박테리아가 확산될 경우 “미국에서 10년 동안 골반내염증(불임의 주요 원인) 사례가 7만5000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 3종은 ‘시급한 위협’군으로, 그밖에 11종의 박테리아와 1종의 곰팡이균은 ‘심각한 위협’군으로, 3종의 박테리아(연쇄상구균 2종과 포도상구균 1종)는 ‘주의요망’군으로 분류됐다.

“미국이 항생제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생산적인 사전 조치를 취하기에 너무 늦지는 않았다”고 톰 프리던 CDC 소장은 말했다. “하지만 즉시 몇 단계의 조치가 필요하다. 주의를 기울여 즉각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생명을 위협하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약이 없어질지 모른다.”

갈수록 내성 강해져

박테리아성 질환의 치료에 항생제가 우선적으로 쓰이다 보니 과거에 항생제에 취약했던 박테리아들이 갈수록 내성을 키워간다. 박테리아의 내성 획득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첫째, 항생제를 투여 받은 사람의 내장 속에서 내성박테리아가 생겨나는 경우다. 유익한 박테리아는 죽고 내성이 강한 박테리아만 살아남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항생제를 투여 받은 사람이 병원에 입원할 경우 그 사람의 몸 속에 생긴 내성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성 질환은 면역체계가 약해진 환자들 사이에서 훨씬 더 쉽게 확산된다. 일반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교류를 통해 확산된다.

둘째, 동물이 항생제를 투여 받을 때에도 내장 속에서 사람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 동물들이 도살되면 몸 속에 있던 박테리아가 육류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살균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사람이 그 고기를 먹을 때 육류에 남아 있는 박테리아가 사람에게 옮겨진다. 또 동물의 배설물이 포함된 비료의 경우엔 그 비료를 사용하는 사람과 접촉함으로써 박테리아에 감염될 수 있다. 동물의 몸 속에 있던 박테리아가 고기나 배설물 속에 남아 있다가 사람에게 옮겨진다는 말이다.

CDC는 이 보고서가 일반 대중에게 내성 박테리아 방지법을 교육하는 용도로도 쓰이게 된다는 점을 감안해 작성시 몇 가지 사항을 고려했다. 내성 박테리아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적 영향, 현재 얼마나 자주 발견되며 앞으로 어느 정도 확산될지, 얼마나 쉽게 확산되는지 등을 내용에 포함시켰다. 또 현재 내성박테리아가 약제에 어느 정도 반응하는지, 예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설명했다. 

예방 차원에서는 이런 강력한 박테리아의 생성을 막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항생제 사용을 피하는 방법을 들었다. 보고서는 “지금 항생제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미래에 효과를 유지할 항생제의 수는 더 적어진다”고 밝혔다. 따라서 세계 각지의 보건 전문가들 중엔 책임감 있는 항생제 사용 원칙(‘항생제 책무관리’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을 채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항생제 책무 관리에는 의사가 환자 개개인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책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또 약제 사용의 적절한 시기와 올바른 투여량,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대책 등도 고려돼야 한다. 효과적인 항생제 책무 관리는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며 병원을 더 안전하고 감염에 덜 취약한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효과적인 항생제 책무 관리를 위해서는 이 밖에도 규칙적인 손 씻기와 음식물의 안전한 관리, 예방접종의 적기 실시, 각급 병원의 감염 예방 계획, 항생제 개발과 약제 내성 실험의 활성화 등이 요구된다. 또 미국 감염병학회의 헬렌 부처 이사에 따르면 항생제 개발을 원하는 회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항생제를 신속하게 승인하고 규제할 수 있도록 더 큰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병원과 양노원은 항생제 사용 수칙을 따라야 한다. “우리는 항생제가 꼭 필요한 환자에 한해 적절한 종류와 시기, 투여량을 고려해 사용되기를 원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투여해야

CDC의 안전대책에는 환자의 책임도 명시돼 있다.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목적이 무엇이며 어떤 위험부담이 따르는지 물어봐야 한다. 환자가 적절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위협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CDC 의료 품질향상 분과의 부책임자 마이클 벨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제넘는 기분이 들더라도 이런 질문은 꼭 필요하다. 의사에게 이렇게 물어봐라. ‘우리 어머니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 계획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