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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안한 中 먹거리 안전

도일 남건욱 2014. 5. 10. 12:52

여전히 불안한 中 먹거리 안전
해마다 ‘엄중 처벌’ 외치지만···
홍창표 KOTRA 중국사업단장
비싼 유기농 식품도 가짜 투성이 … ‘식품한류 2.0 시대’ 준비해야


3월 13일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양회에서 다뤄지는 안건을 보면 중국의 당면 현안과 정책방향을 읽을 수 있다.

양회에서 매번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이슈는 크게 경제개혁과 민생 개선 등 두 가지다.

경제개혁 이슈는 경제 체질 개선, 산업 구조조정, 도시화, 환경오염 등이 단골손님이다. 민생 개선 현안은 식품안전 강화, 보장성 주택 건설 등이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양회가 폐막되면 중국 언론은 양회에서 중점 논의된 10대 안건을 선정 발표한다. 올해 선정된 첫 번째 이슈는 먹거리 안전이다. 지난해와 동일한 이슈다. 이번 양회에서 ‘먹거리 안전’이 논의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最嚴(가장 엄중)’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들은 ‘가장 엄중한 감독, 가장 엄중한 처벌, 가장 엄중한 문책’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식품안전 위반 기업인 지난해보다 늘어

해가 바뀔 때마다 식품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지만 불행히도 크게 나아지는 것은 없는 듯하다. 지난해 유해식품과 모조약품 판매혐의로 붙잡힌 기업인은 1만540명에 이른다. 직전 해와 비교해 30%나 증가한 수치다. 근절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 국민들은 좌절하고 분노한다.

최근 중국에서 친환경 유기농 식품 바람이 유행처럼 번졌다. 지속적으로 식품불안이 대두되자 생겨난 현상이다. 그러나 유기농 제품 역시 최근 각종 문제가 불거져 소비자의 불신이 팽배하다. 2011년 말 산둥성 지난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고가의 유기농 채소가 실제로는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해 재배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초 구이저우 지방 마오타이술의 원료 역시 가짜 유기농 원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농 제품의 원가는 일반 제품보다 20~30% 정도 높으나, 실제 판매가는 몇 배 부풀 려서 판매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 역시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처럼 식품불안은 고질적 사회병폐로 고착되는 느낌이다. 특히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지자 전국인민대표인 저우산훙 완순그룹 회장은 유해식품 근절을 위한 식품안전 전담부처 신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관련 법규의 개정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4월 1일부터는 개정된 ‘유기농제품인증관리방법’이 시행된다. 유기농제품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철저한 인증과 관리감독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를 반영, 개정한 것이다. 새로운 식품안전법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은 기존의 식품안전법에 대해 사회 각계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지난해 10월 국무원에 개정안을 보고했다. 식품 안전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식품안전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면 서 관련 규정도 보다 다양화되고 엄격해진 모습이다.

요즘 중국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식품을 믿고 사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 과일을 살 때도 지나치게 선명하거나 빛깔 좋은 것은 오히려 외면할 정도다. 식품 브랜드 인지도 역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잘 아는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구매를 주저한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믿을 만한 제품인지, 안전성에 대한 염려 때문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 소비자가 보다 엄격한 식품안전법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유해식품 생산 및 유통업자에 대한 처벌 역시 크게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직 최종 확정안이 공포되기 전이다. 하지만 앞으로 식품안전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거 담당자까지 추적해 책임을 지우는 소급제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 생산 및 취급업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유아 분유, 유제품, 육류제품, 주류 등 식품 안전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중점 시행하고,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식품기업은 품질 담당 고위 관리자를 지정하고 식재료 출처 등 식품안전과 관련된 사항을 해당 관리자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생산에서부터 제품출하 검사, 최종 판매처 등에 대해서도 품질안전 담당자 책임 하에 이뤄지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비싸지만 안전하다고 알려진 수입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중국의 식품수입은 매년 15%씩 증가하는 추세다. 2012년 중국의 식품 수입액은 630억 위안에 달했다. 미국 식품공업협회는 2018년 중국이 세계 최대의 수입식품 소비국으로 부상할 것이며 수입 식품시장 규모가 48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수입식품은 고급 수퍼마켓이나 백화점 전문 코너에서 주로 판매했다. 최근에는 수입식품 전문점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수요 증가에 대응한 발 빠른 움직임이다. 대형 온라인 종합쇼핑몰도 수입식품 판매에 뛰어 들었다. 이들은 일반 마켓이나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각종 할인 이벤트를 곁들이면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온라인 쇼핑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국영 중량그룹 산하의 식품전문 쇼핑몰 워마이 사이트의 경우 카테고리별 매출에서 수입식품이 2위를 차지했다. 아마존차이나 사이트는 수입식품이 식품 카테고리 중 1위를 차지하고 식품 판매 상위 20위 이내에 수입식품이 8개나포함됐다. 주요 온라인 사이트인 이하오디엔 사이트의 상품 카테고리 분류에는 ‘수입식품, 수입우유’가 첫 번째에 명시돼 있다. 클릭하면 13개 품목, 1만8000여 종의 제품이 펼쳐지며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요즘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식품은 신선 우유다.2008년 멜라민 분유사태 이후 중국에서는 수입 유제품 붐이 일어났다. 오디엔 등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은 수입우유 메뉴를 별도로 두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 유통되는 한국 우유로는 빙그레·연세우유·서울우유 등이 있다.

한국의 대 중국 농수산물 수출 꾸준히 늘어

최근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를 통해 중국에서 ‘치맥(치킨+맥주)’열풍이 불고 있다. 한류 드라마에 등장하거나 언급되는 식품이나 먹거리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중산층 소비자의 구매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일본 식품은 원전사태 이후 시장 입지가 약화된 때문이다.

중국 전역에 부는 한류 영향으로 한국 식품은 한·중 수교 이래 최대 호기를 맞있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의 대 중국 농수산물 수출 증가율이 연 평균 28%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2020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한국의 최대 농수산물 수출대상국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대장금 열풍으로 식‘ 품한류 1.0’ 시대가 열렸다면 최근 한류 드라마 덕에 ‘식품한류 2.0’ 시대가 개막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중국 소비자의 소비패턴은 기존의 양적 소비에서 질적 소비(친환경, 웰빙, 유기농 식품)로 전환되는 추세다. 중국 기업인들은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은 유통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우리 기업들도 주요 거점별 온·오프라인 유통망 진출을 확대하는 한편 식품 품목군도 다양화하고 고급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가진 입지적인 이점을 살려 동남부 연해지역뿐만 아니라 중서부 내륙지역 진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