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브라질 월드컵 제대로 열리려나

도일 남건욱 2014. 5. 10. 13:21
브라질 월드컵 제대로 열리려나
대회 사상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이지만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공사가 많다
PATRICIA REY MALLÉN 기자

개막경기가 열리는 상파울루의 경기장은 원래 지난해 12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축구에 관한 한 브라질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나라다.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축구 기술은 가위 전설적이다.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고, 결승전에 가장 많이 진출했으며, 1930년 월드컵이 처음 개최된 이래 매회 본선에 진출한 유일한 팀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올해 대회의 개최국으로선 월드컵 역사상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

제프 블라터는 세계축구연맹(FIFA) 회장으로서 세계 축구를 이끈다. 그런 그가 자신이 FIFA에 몸 담은 40년 동안 상대한 어떤 주최국보다 브라질이 가장 뒤처진다고 2014년 1월 말했다.

6월 13일 개막식까지 브라질이 필요한 인프라를 완비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 “이제 마지막 단계에 직면했다. 번듯한 행사를 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는 단계다. 원대한 꿈이 지금은 기본조건, 국가 위신의 유지로 쪼그라들었다.” 노바 리마에 있는 푼다상 돔 카브랄 비즈니스 스쿨의 파울루 헤센데 교수가 말했다. 그것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6월 12일~7월 13일 개최되는 2014년 월드컵이 또한 사상 가장 돈을 많이 들인 대회(추정액 110억 달러)로서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14년 월드컵의 브라질 개최는 2007년 결정됐다. 당시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주요 도시에서 폭죽이 터지고, 리우데자네이루의 세계적인 명산 슈가로프 산 바로 옆에 노란색의 대형 축구 유니폼이 휘날렸다. 노란색은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상징색이다. “월드컵 개최는 커다란 과업이며 이제 우리는 막중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당시 대통령이 주최국 확정 축하연설에서 말했다. “우리는 멋진 월드컵을 개최할 것이다.”

곧 쓰러질 듯한 대다수 브라질 경기장의 실태, 심각한 불평등, 만연하는 범죄는 접어두자. 당시는 브라질 경제가 호황을 구가할 때였다. 2010년 성장률이 두 자리 수에 육박했다. 브라질은 세계 7대, 라틴 아메리카 최대 경제국가가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공을 발판 삼아 브라질의 국민 스포츠인 축구를 위해 전력 질주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었다.

다시 2014년 현재를 돌아보자. 브라질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2013년에 간신히 불황을 모면했다.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대규모 항의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축구에 쏟아 붓는 공적자금을 줄이고 건강의료와 교육 예산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2014년 3월 현재 브라질은 경기장과 숙박업소 등의 시설 개선에 이미 7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4년 전 같은 시기 남아공이 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출했던 금액의 4배다. 그리고 40억 달러에 달했던 2010년 대회 총비용의 2배에 육박한다.

2006년 월드컵을 주최했던 독일의 경우엔 투자액이 훨씬 적었다. 시설의 상태가 더 양호하고 금융위기 전 독일 경제가 탄탄했던 덕분이다. 공적자금 16억 달러에 민간 투자자들이 추가로 8억 달러를 보탰다. 브라질 정부의 공식 추산에 따르면 총지출은 FIFA가 기부한 10억 달러를 포함해 11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는 12개 스타디움의 재단장 예산 35억 달러가 포함된다. 3개 스타디움에서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6월 12일 개막경기는 상파울루에 있는 아레나 코린티안스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된다. 원래 지난 12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끝없이 연기되어 이제껏 반정도만 완성된 듯이 보인다. 쿠리치바와 쿠이아바시는 주최 도시로서의 위상을 거의 상실했다. 아레나 다 바이샤다와 아레나 판타나우 스타디움의 공사가 예정보다 턱없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나머지 75억 달러는 여러 도시의 공항 및 지하철 노선 등 56개 인프라 공사에 쓰일 예정이었다. 이중 완공된 프로젝트는 7개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취소됐다. “공사가 늦게 시작됐다. 이제 스타디움을 완공하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의 스포츠 경제전문가 빅터 매더슨이 말했다. “중요했던 공사는 미뤄지고 시급한 공사만 집행된다.”

아마존강의 도시 마나우스로부터 브라질 최대의 메트로폴리스 상파울루에 이르기까지 12개 도시에서 경기가 열린다. 이중 어느 도시에서도 정부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았다. 살바도르 데 바이아에선 지하철 신축 공사가 절반쯤 진행되다가 민간기업으로 넘어갔다. 대회가 끝난 뒤까지도 공사가 완료되지 않을 전망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갈레앙 국제공항에서도 월드컵에 대비해 활주로 신설이 예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2016년 올림픽 대회 개막까지도 완성될지 불분명하다.

이는 2007년의 흥분이나 약속과는 천양지차다. “전 세계가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국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오를란도 시우바 전 체육부 장관이 2011년 폴라 지 상파울루 신문에 썼다. “우리는 사상 최고의 월드컵 개최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이 믿으셔도 좋다.” “이는 오래 전에 식어버린 도취감 단계의 얘기다.” 헤센데 교수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