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Sports - 올해도 뜨거운 세기의 라이벌 대결

도일 남건욱 2013. 11. 16. 09:58


Sports - 올해도 뜨거운 세기의 라이벌 대결
프로축구 별들의 전쟁
존 월터스 뉴스위크 기자
스페인 프로축구 양대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소속의 두 스트라이커 호날두와 메시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왼쪽)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지난 2년 사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 표지에 르브론 제임스가 6번 등장했다. 그 기간 동안 4회 이상 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프로농구 팀 마이애미 히트의 포워드 킹 제임스(르브론 제임스의 별명)는 현재 미국 스포츠계에서 최고 인기 선수이며 페이스북 팔로워가 1400만명에 달한다.

스페인 프로축구 팀 레알 마드리드의 포워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6200만명이다. 한 번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에 오른 적이 없다. 페이튼 매닝은 이번 프로 미식축구(NFL) 시즌 첫 사분기에 16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인 그는 그 항목에서 리그 단일시즌 최고기록을 돌파할 기세다. 6년 동안 깨지지 않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FC 바르셀로나의 포워드 리오넬 메시는 지난해 불과 69경기에서 91골을 넣었다. 세계 축구계에서 40년 동안 깨지지 않던 기네스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인들은 전성기 때 마이클 조던이 일대일 대결에서 킹 제임스를 이길 수 있느냐 같은 편협하고 시답잖은 논란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그 사이 대서양 건너편 이베리아 반도에서 세계 스포츠계 최대의 라이벌 전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판타지 리그와 직장 스포츠 토토에 정신이 팔려 그것도 모른다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

메시는 지난 4년간 해마다 발롱도르상을 수상했다. 매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그중 3년 동안은 투표과정에서 호날두가 2위에 올랐다. 2008년 호날두가 발롱도르 상을 받을 때는 메시가 2위였다. 메시는 17세 때 ‘바르사(바르셀로나의 약칭)’ 선수로 데뷔했다. 그 카탈루냐 구단 소속으로 388경기에 출전해 324득점을 올렸다. 25세 생일이 되기도 전에 이미 구단 역대 최다득점 기록을 수립했다.

호날두가 2003년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선수로 첫 선을 보일 때 그보다 불과 한 살 더 많았다. 531경기에서 335골을 기록했다. 2009년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 뒤로 208 경기에서 무려 212 골을 넣었다.

두 선수의 배경을 좀 더 소개한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170㎝의 왜소한 드리블 천재다(미국 프로농구 LA 레이커스 팀의 가드 스티브 내시를 생각하면 된다). 11세 때 FC 바르셀로나 입단 테스트를 받았는데 팀 관계자를 크게 감탄시켰다. 사춘기도 안 된 그 신동에게 그 자리에서 당장 입단계약을 제의할 정도였다. 준비된 종이가 없었던 탓에 냅킨에 계약서를 작성해 서명했다고 한다. 그뒤로 메시는 줄곧 바르사 소속으로 뛰었으며 17세에 예비 과정을 모두 마치고 그 일류 구단에 정식 입단했다.

호날두는 조각 같은 외모에 185㎝의 환상적인 체격을 지녔다. 모로코 앞바다의 포르투갈령 마데이라 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5세 때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진단을 받았다. 2010년 연예정보지 베니티 페어 표지에 실린 그의 상반신 노출 사진을 본(그리고 감상한) 여성은 모두 아이러니로 여길 듯하다. 수술을 받아 증상을 치료했다. 

호날두는 18세가 되던 2003년 맨유와 계약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스포츠 클럽이었다. 그에게는 즉시 등 번호 7번이 주어졌다. 시카고 불스가 마이클 조던이 사용하던 등 번호 23번을 내준 격이었다. 앞서 그 등 번호를 사용한 선수는 조지 베스트와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맨유는 세계에서 가장 값나가는 클럽이었다. 지금은 그 타이틀을 레알 마드리드에게 빼앗겼다. 2009년 1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당시 기록적인 이적료를 맨유에 지불하고 호날두를 영입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8월 그 기록을 다시 깼다. 또 다른 잉글랜드 구단 토트넘 핫스퍼에 1억3100만 달러의 이적료를 주고 웨일스 출신 포워드 가레스 베일을 영입했다. 스페인의 ‘조지 스타인브레너(전 뉴욕 양키스 구단주)’라 부를 만하다.

스타일 면에서 두 라이벌에게는 과거 미국 프로농구의 전설적인 라이벌 매직 존슨(LA 레이커스)과 래리 버드(보스턴 셀틱스) 같은 역학관계가 작용한다. 메시는 뛰어난 발 재간으로 수비수들을 교묘하게 따돌리거나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한다. 그는 공을 배급하면서 득점도 가능한 완벽한 포인트가드인 셈이다. 호날두는 공격형 샤크네이도(상어+어뢰)다. 

종종 하늘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헤딩으로 골 망을 흔드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오른발도 마찬가지로 치명적이다. 유럽에선 메시와 호날두의 인기가 록 가수 보노보다 더 높다. 어느 포워드가 더 뛰어난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다. 호날두가 지난해 5월 그 문제에 관해 언급했다. 세후 연봉 소득이 2100만 달러에 달하는 선수다운 반응이었다. “페라리와 포르셰는 엔진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안 된다.”

절대지존 놓고 갑론을박

아, 말이 나온 김에 스페인의 세금 문제도 짚고 넘어가자. 그 빚더미에 올라앉고 실업이 만연한 나라의 세율은 52%에 달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에게 지급하는 액수보다 호날두의 서비스에 대해 나라에 내는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참고로 메시가 받는 세전 소득은 1500만 달러다. 필시 호날두의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편이 낫지 싶다.

메시-호날두의 관계에서 무엇보다 팬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점은 바르사-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의식이다. 두 팀의 경쟁관계는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의 다른 어떤 두 프로 구단보다 더 유명하다. 이들 구단은 매년 최소 2회 이상 맞닥뜨린다(스페인 리그 라 리가에서). 매 경기가 엘 클라시코(고전)로 불린다. 과장이라고? 메시와 호날두가 그라운드에 나설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