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기업 흥망성쇠의 비밀

도일 남건욱 2014. 7. 3. 13:26

Business Book | <기업의 시대> - 기업 흥망성쇠의 비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몇 해 전 중국의 CCTV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대국굴기’가 인기를 끌었다.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영국·독일·일본·미국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국가들이 대국으로 어떻게 올라서게 되었으며, 어떻게 몰락했는지 흥미진지 하게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프로그램 내용은 나중에 책으로 출간돼서도 인기를 끌었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도 몇 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정도가 되었으며, 프로그램 수준도 상당하다. 이번에 CCTV 다큐제작팀이 만든 ‘기업의 시대’는 ‘대국굴기’을 제작한 팀이 다시 모여 2년 간 전 세계의 대표적인 기업 50군데와 경제·경영계 인사 120여명을 인터뷰해서 만든 10부작 작품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기업의 시대>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책으로 재정리해서 펴낸 것이다. 이런 책은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쉽게 메시지를 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인터뷰 가운데서 핵심을 담은 문장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미와 교훈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독자들은 이 책에 담긴 저명 인사들의 사진과 목록을 접할 것이다. 2년에 걸쳐 6개 제작팀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알아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기업의 의미, 중요성, 미래 그리고 흥망성쇠의 비밀이다. 저자들은 “이 작품은 기업의 운명과 미래를 다각도로 심도 있게 분석한 다큐멘터리”라고 말한다. 

10개 장 가운데 1장 ‘세상을 바꿔온 힘, 기업’은 서론 격에 해당한다. 그 다음 2장 ‘무한한 시장을 향한 대장정’부터 7장 ‘일본 성장의 비밀, 기업문화’는 시간 순서로 기업들의 부침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3개 장인 ‘생존을 위한 숙명’, ‘혁신과 신흥시장 국가 중국의 야심’ 그리고 ‘국경 없는 세계, 새로운 기업의 시대’는 결론 부분으로 기업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2009년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 인구의 81%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계 경제력의 90%를 형성하는 주체가 기업이다. 현대 주식회사의 원형은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초에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그 뿌리를 추적해 가다 보면 고대 로마 시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상업조직은 동업자들의 공동출자와 관리자의 선출을 통한 경영이었다.

그런데 기업은 아무 곳에서나 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소유권을 확실히 규정한 곳에서만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왜, 로마에서 기업의 초기 모습이 출현했을까라는 질문에 미국 법률학자 버드젤 주니어는 이렇게 답한다.

“로마법에서 인간은 재산권을 가질 수 있으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소송을 제기 당할 수 있는 모든 개체를 의미했다. 제소와 피소가 특별한 권리로 인식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모두 있었다.” 칭화대학의 첸잉이 교수는 “재산권이 분명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면 계약을 불가능했을 것이고 기업도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한다. 한걸음 나아가 그는 “기업의 세 가지 특징은 유한책임제, 투자와 권익의 자유로운 양도, 법인의 지위이다. 이 세 가지는 기업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라고 말한다.

한편 노동운동의 성장사나 각종 환경이나 건강 혹은 안전 규제들이 발전한 역사를 추적해 보면 기업이 이익을 위해 무한한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에 대해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클리츠는 “기업은 때때로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업들이 타인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부를 창출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한다.

저자들은 세상에는 언행이 완전히 일치하는 가장도 없고 절대 권력자도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자 역시 권력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계속 이루어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도가 생기면 그걸 활용해 또 다른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런 과정에서 규제는 계속 누적되는데 이런 규제가 또 다른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영원한 제도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면서 경제 권력에 대한 견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자들은 영국의 시인 토머스 엘리엇의 ‘모든 탐색이 끝나면 모든 것이 처음 알았던 때로 돌아간다. 그는 지금도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는 문장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