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동서양 철학 명저들 간추린 명저

도일 남건욱 2014. 9. 30. 07:28
Business Book | <짧고 깊은 철학 50> - 동서양 철학 명저들 간추린 명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톰 버틀러 보던의 최근작 <짧고 깊은 철학 50>은 철학 세계를 대표하는 지성 50인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미 <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 50>, <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으로 지명도를 갖고 있는 작가이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관심을 둘 때 망설이게 된다. 어떤 책이 대표작인지 그리고 어떤 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읽어야 올바른지를 말이다. 누군가 철학 공부 앞에서 이런 상황을 맞는다면 <짧고 깊은 철학 50>을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은 난해하기 짝이 없는 철학 세계를 소개하는 개론서이자 안내서로 뛰어나다. 책을 손에 넣자마자 일단 속독을 마친 다음에 멀찌감치 보관해 두었다. 

곧 있을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에서 정독하면서 읽으리라는 굳센 각오를 하면서 말이다. 기대한대로 이 책은 장시간의 여행을 지치지 않고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었다.

추천사를 쓴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철학은 비록 먹고 사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의미 있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도전할 만한 주옥 같은 철학서 50권을 중심으로 저자에 대한 개요, 핵심 저서에 대한 소개와 주요 내용 그리고 간추린 평으로 구성돼 있다. 책의 끝 부분에는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읽을 만한 50권도 소개했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에는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아리스 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A.J. 에이어 <언어, 논리, 진리>, 줄리언 바니니 <에코트릭>, 장 보드리아르 <시뮬라시옹>, 시몬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제러미 벤담 <도덕과 입법의 원리> 등이다.

일찍이 <실용주의>라는 책에서 윌리엄 제임스는 “철학은 흔히 하는 말로 밥을 먹여주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영혼에 용기를 불어 넣는다”고 주장했다. 철학은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것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정의롭게 사는 것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근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진리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걸출한 철학자마다 저마다의 잠정적인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서문의 끝자락에서 이 책의 유용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약 여러분이 아직 확고한 인생관을 가지지 못했다면, 이 책에서 인생을 바라보고 나아가 기존의 세계관에 도전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강력한 개념을 발견할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일종의 정치철학서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강조하는 면에서 뛰어난 이론을 제시한다. 모든 인간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굴레에 붙잡혀 있음에도 인간은 행위 능력을 통해서 이런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 

다시말하면 자유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행위를 통해서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 이 냉혹한 사멸의 법칙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때문에 그녀는 “인간은 반드시 죽을 운명이라 해도 죽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기 위해 태어난다”거나 “인간의 본질은 예상치 못한 일을 하는 것이므로, 모든 인간의 탄생에는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수반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해리 프랑크푸르트의 <헛소리에 대하여>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정확하게 집어낸 책이다. 프린스턴대의 도덕철학 교수인 그는 현대사회가 온통 주변의 헛소리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는 헛소리를 다룬 이론에 관심을 갖는다. 여기서 헛소리는 남들에게 허세를 부리고 고의적으로 실질과는 다르게 보이려는 측면은 있지만, 거짓말에는 못미치게 허위로 드러내는 행위를 말한다. 당장 SNS를 방문하거나 각종 미디어에 댓글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왜 이토록 헛 소리가 넘쳐나는 것일까? 우리 대부분이 잘 알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요구 받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우리가 수많은 정치적 사안에 관해 의견을 갖고 있기를 기대하므로 우리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뭐라도 의견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답변이다.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는 실용주의를 일반 대중에게 널리 퍼뜨리는데 기여한 책이다. 그에게 실용주의는 ‘최초의 것, 원리, 범주, 전제된 필연성을 떠나서 최종적인 것, 결실, 결과, 사실을 지향하는 태도’이다. 철학은 ‘각 개인이 우주의 삼라만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방식’을 말한다. 종교 또한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명쾌하게 설명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모든 반대 근거에도 비물질적인 실재에 대한 신앙이나 믿음으로부터 여전히 강력한 혜택을 얻고 싶다면, 그들은 전혀 비이성적이지 않다. 그들은 실용주의적인 것이다.”

철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이거나 철학과 관련해서 무엇을 읽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시간을 투자할 만큼 가치가 있다. 정독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