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가 가져오는 변화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는 포레스터리서치 임원이 내놓은
책이 [디지털 파괴 (Digital Disruption)](제임스 매퀴비)입니다.
인상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 삼성이 소니를 이긴 것은 디지털 파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제 주장을 주의 깊게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그렇게 말씀드린 것은 삼성의 파괴는 디지털이 아니라
전적으로 공학 기술과 제조 기술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록스와 IBM부터 지금의 삼성과 현대에 이르는 주요 대기업들은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품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계와 장비,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스와 플라스틱 등을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적 자본의
흐름을 조직화한 방식은 매우 전통적이었습니다.
2. 연구 엔지니어 그룹은 새로운 기술과 공정을 연구했고,
제품 엔지니어 그룹은 새로운 기술과 공정을 연구했고,
제품 엔지니어 그룹은 그 기술과 공정을 팩스 기기,
컴퓨터, 텔레비전, 그리고 더 근래 제품으로는 스마트폰 분야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적용했습니다.
그럼에도 신제품이 제조되고, 유통되고, 판매되는 채널과 제휴사들은
이전 제품들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스템은 잘 작동했고, 삼성 같은 기업은 이런 공정을 더욱
정교화하는 한편 직원들을 잘 훈련해 각 제품 사이클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수조 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3. 하지만 그런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해야겠군요.
물론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는 계속 필요하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더 효율적으로 진입할 길도 계속 모색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근본적인 파괴를 감행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의 ‘총체적 제품 경험(total product experience)'을
디지털적으로 혁신하는 것입니다.
4. 물론 삼성은 새로운 TV를, 더 밝고 선명하고 곡선 화면이 매력적인
TV들을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TV를 통해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방식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TV를 만들기만 하고, 그 TV를 통해 무엇을 볼지 걱정하는 일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치부해 버리던 시절은 갔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회사들이 그런 역할을 기꺼이
떠맡겠다고 나서기 때문이지요.
구글을 보십시오.
2014년 5월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선보인 구글의 크롬케스트 동글(dongle)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콘덴츠를 TV화면으로
직접 ‘방송(cast)'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크롬캐스트는 어떤 TV에서든, 삼성이나 LG, 혹은 하이센스
같은 중국산TV든 상관없이 작동합니다.
5. 이것은 디지털 파괴가 제기하는 도전과 기회의 양쪽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첫째,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구글 같은 미국 회사도, TV 한 대
만들지 않고도 소비자들의 TV 경험을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파괴 환경에서, 경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그만큼 디지털 파괴에 필요한 수단들을 구하기가 쉽지 때문이죠.
중요한 디지털 파괴를 이룬 기업들이 대부분 소규모 회사라는 사실도
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기업 내부에 특별 부서를 두고 디지털 파괴와 혁신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6. 예를 들어, LG 같은 대기업의 한 부서가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과 ‘디지털 고객 관계’를 맺어
그들이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LG는 더 나아가 스마트폰으로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는 앱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도록
해줌으로써, 전문 엔지니어가 새로운 스크린을 개발하거나
생산할 필요성을 덜어줄 수도 있습니다.
7. 디지털 파괴의 세계에서는 소비자가 앞으로 무엇을 원할지
미리 파악하고 도와주는 회사만이 그 소비자와 돈독한
디지털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그런 관계가 정착되면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더 잘 파악하고 부응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선순환 고리로 작용해 브라질의 소규모 신생회사든
삼성 같은 거대 제조사든지 간에 회사를 해당 시장 분야의 선두주자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한국 제조업체들이 중국 기업들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디지털 파괴자로
거듭나는 길입니다.
8. 당신의 회사와는 무관해 보이는 기업들 조차 당신 회사의 고객과
관계를 맺고자 애쓰고 있으므로
새로운 경쟁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고객을 잃을 위험성이
높습니다. 이 지점에서 개별 노동자의 새로운 역할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고객옹호자가 돼야 합니다.
기업의 연구, 개발, 제조 기술을 단순히 더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이 나오리라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당신은 더 적극적이어야 하고, 고객의 관점을 대변해야 하고,
얼핏 무관해 보이지만 언제든 경쟁상대로 떠오를 수 있는 다른
업종의 기업들을 미리 파악해서, 그들을 극복할 방안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당신 회사의 고객들이 다음에 무엇을 원할지 파악한 다음,
값싸고 효율적인 디지털 수단과 플랫폼을 이용해
그것을 신속하게 제공할 때 가능해 질 것입니다.
-출처: 제임스 매퀴비, [디지털 파괴자], 문예출판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