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기사모음

영업권 판후 인접한곳서 동일업종 개업 안돼

도일 남건욱 2006. 1. 9. 11:55
영업권 판후 인접한곳서 동일업종 개업 안돼

불황이 장기화되는 탓일까. 상인들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하여 굉장히 민감해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인근에 같은 종류의 영업을 하는 업소가 있을 경우 업소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업소들 간에 특히 발생하기 쉬운 분쟁이 겸업금지 사건이다. 겸업금지란 일정 지역 안에서 자신이 행하는 영업과 동종의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당하자 지난해 2월께 B씨로부터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찌개전문 식당을 인수했다. 당시 인수조건은 인수대금의 지급과 동시에 점포, 상호, 시설 뿐만 아니라 주방장, 메뉴, 단골손님 명단 등 식당과 관련된 일체의 것을 넘겨받는다는 것이었다.

인근에 괜찮게 찌개를 하는 집이라고 소문이 나서인지 식당을 인수하고 얼마간은 장사가 잘 됐다. 한편 A씨에게 식당을 넘긴 B씨는 몇달 후 A씨의 식당에서 7m 정도 떨어진 곳에 삼겹살과 쌈밥을 주 메뉴로 하는 새로운 식당을 창업했는데 이상하게도 B씨의 식당이 문을 연 이후 A씨의 식당은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A씨가 B씨의 식당에 가보니 간판이나 상호는 삼겹살, 쌈밥이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찌개가 주된 메뉴인 것과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인근 단골손님들이 처음에는 A씨의 식당으로 가다가 종전 주인이 근처에 개업했다는 소식을 듣고 B씨의 식당으로 몰린 탓이었다.

위와 같은 사례에 대해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별도의 약정이 없는 경우 영업권을 판 사람은 10년간 특별시·광역시·시·군이나 그에 인접한 곳에서 동일한 업종의 영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상법 제41조 제1항을 적용해 B씨에 대해 영업권을 넘긴지 10년이 되는 2013년 2월께까지 A씨의 식당에서 취급하는 메뉴와 중복되는 메뉴로 음식점을 운영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위 사례의 A씨는 식당을 인수하기 전에 식당에도 가보고 근처의 상권도 분석해 보고 그 집의 주된 메뉴가 그 지역의 상권과 맞아 떨어지는지, 그 집의 단골손님은 얼마나 되는지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금을 주고 위 식당을 인수하게 되었을 것이다.

즉, A씨의 머리 속에는 단순히 식당 건물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영업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 인수대금을 정하고 이를 지급한 후 B씨로부터 식당을 인수했던 것이다.

A씨가 지급한 인수대금 속에는 당연히 영업권에 대한 권리금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B씨가 근처에 다시 식당을 개업해 종전에 취급하던 품목과 같은 품목의 메뉴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경우 A씨에게 넘긴 영업권을 다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만일 A씨가 B씨로부터 식당을 넘겨받으면서 인근에서 같은 종류의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 등을 받아둔 경우라면 위와 같은 분쟁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와 같이 명확하게 동종의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맺은 경우 우리 상법 제41조 제2항은 최장 20년까지 그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업권을 인수하는 사람이라면 명확한 약정을 하는 것이 보다 유리한 것이다.

/법무법인 TLBS 김형률 변호사(02)498-1177

박승덕
파이낸셜뉴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