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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의료계가 얻을 것과 잃을 것

도일 남건욱 2006. 2. 3. 13:07
'한·미 FTA' 의료계가 얻을 것과 잃을 것
협상 본격 개시…영리병원등 의료산업화 급물살
 
김상기기자  bus19@ehealt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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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됐다.
 
한국과 미국 양국은  3일 새벽 5시(한국시간)를 기해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후 이를 기점으로 오
는 5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한미 FTA 협상 결과가 국내 전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는 예측불허다.
 
특히 의료등 서비스 분야도 협상 테이블에 놓이기 때문에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한미 FTA와 의료산업화 정책= 미국이 과연 FTA 협상 테이블에서 의료 분야에 어느 정도의 시장개방을 요구할 지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미국내 의료기관의 한국시장 진출과 의사면허에 대해 한미 양국간 상호 인정 등이 주요한 쟁점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에서 이런 사안들이 합의될 경우 미국의 대형병원이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개설되고, 우리나라 의사는 물론 미국 의사도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양국에서 개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일단 미국에 의료시장을 개방할 경우 생산증가 및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외교통상부 주최로 열린 한미FTA 공청회에서 대외경제연구원(KIEP) 이준규 미주팀장이 발표한 '한미 FTA의 효과: 서비스부문'이란 발제자료에 따르면 한미FTA로 인해 교육·의료, 사회보장 등은 5~7% 정도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 분문에서도 단기적으로 건설, 숙박·음식, 교육·의료, 사회보장 부문에서 일자리 창출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의료시장 개방으로 인해 국내 의료계가 잃을 것도 많다.
 
무엇보다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의 수준이 미국과 비교할 때 비교열위에 놓여 있기 때문에 미국 의료기관이 진출할 경우 급속히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LG경제연구원 하태정 연구원은 '서비스산업의 글로벌화와 기업의 대응'이란 보고서를 통해  "서비스산업의 개방화와 그에 따른 글로벌 경쟁상황은 아직은 생산성 및 대외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서비스산업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예상되는 파급효과로는 의료, 법률, 교육 등 주요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글로벌 서비스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이들 영역에서의 국내 서비스 기반이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의 국내 의료환경을 살펴볼 때 미국내 의료기관이 진출하더라도 크게 경쟁력을 갖기란 힘들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이나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이 선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미국 의료기관이 국내에 진출해서 얻은 수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영리법인 병원 설립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는 최근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들어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 병원계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영리법인 병원 허용이나 외부자본 유치 등 의료산업화 정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가진 신년연설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산업적 육성과 시장개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대학교육과 의료서비스는 고급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산업적 측면을 외면할 수는 없으며, 일자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개방하고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며 "우리도 대학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서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는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 등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민간의료보험 도입도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은 의료수가 체계 아래서는 미국 의료기관이 진출하더라도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판단 아래  당연히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어찌보면 최근 1~2년간 정부가 주도해온 의료산업화 정책은 한미 FTA 협상을 염두에 두고 추진돼 왔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 미국, 높은 수준의 개방 요구할 것= 과연 미국이 한국 의료시장에 욕심을 낼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가 입수한 '2005년 미국 국가수출전략 연례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내 범정부차원의 수출촉진대책기구인 '무역진흥조정위원회(TPCC)'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 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중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 7개국을 주요 시장(Spotlight Markets)으로 지정하고, 향후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통상 압력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특히 7대 주요시장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북아 액션플랜을 위한 전진기지로 중요한 곳이라는 시각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성장 잠재력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하고, 동북아 액션플랜과 관련 초기 단계에서 건강용품, 미용용품, 의료기기, 교육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미국의 수출진흥정책이 추진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무역협회는 "이러한 산업분야에 주력한다는 것은 미 상무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산업분야가 무엇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한미FTA 협상에서 어떠한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인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측은 의료와 교육 등 서비스산업 분야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미국내 주요 네트워크형 병원체인들인 수년 전부터 국내 의료기관과 접촉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FTA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의료기관이 한국 의료시장에 물밀듯이 밀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병원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이미 미국의 일부 병원체인 전문업체들이 1~2년 전 국내 의료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시장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의료시장 개방과 이에 따른 영리병원 허용시 외국의 거대 의료자본이 국내 의료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 보건의료계 촉각 곤두세워= 본격적인 한미FTA 협상을 앞두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보건의료 및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의료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미 FTA에서 거론되는 영리병원 허용 및 의료개방 정책은 의료비 폭등을 불러일으키고 실제로 얻을 것은 전혀 없는 최악의 조치"라며 "의료비 폭등으로 인해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영리병원 허용, 의약품가격 결정권 포기를 추진하는 한미 FTA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병원계는 한미FTA 협상에 따른 의료시장 개방 문제를 놓고 기대반 우려반이다.
 
의료시장 개방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보다 앞서 병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의료시장 개방이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면 차라리 병원경영을 속박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 해외병원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한미FTA 협상이 국내 의료시장에 '트로이의 목마'를 들여올지, 혹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골드 러시'를 불러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한미FTA 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달궈질 것임은 분명하다. 
 
2006/02/03 07:2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