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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값 거품 논쟁] 현정부 들어 평당 1000만원 넘어

도일 남건욱 2006. 2. 16. 13:41
[아파트 값 거품 논쟁] 현정부 들어 평당 1000만원 넘어
부동산 대책 60여 번 발표… 항생제 같이 내성만 키운 셈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쏟아낸 부동산 대책만 줄잡아 60개가 넘는다. 한 달에 1.6개꼴. 심지어는 한 달에 서너 개씩 부동산 안정 대책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열정’만큼 집값이 안정됐을까? 수치로만 살펴보면 대답은 ‘아니다’쪽에 가깝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13.36%나 뛰었다. 서울 지역 역시 13.79%나 올랐다. 5%를 밑돌고 있는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해 보면 “역시 부동산이다”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3배에 가까운 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임기 2년차인 2004년에는 집값이 다소 안정되는 듯한 기미를 보였다. 전년에 비해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각각 0.05%와 0.19% 상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사정이 달랐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전년보다 11.6%나 올랐다. 서울 지역은 14.44%나 급등했다. 임기 1년차로 다시 ‘되돌이표’를 한 셈이다.

특히 2005년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이 14.44%나 급등한 점은 의미가 다르다. 정부가 “헌법만큼 고치기 어렵다” “더 이상의 부동산 대책은 없다”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외치며 갈 길을 갔기 때문이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집값 잡기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아파트 평당 매매가 월간 추이를 살펴보면 집값 오름세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2003년 2월 서울의 아파트 평당 매매가는 989만원 수준이었다. 참여정부 1년이 지난 2004년 2월에는 1140만원으로 뛰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 평당 매매가 1000만원 시대가 열린 셈이다. 2005년 2월에는 1166만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소폭 오름세에 그쳤다. 그렇지만 2006년 2월에는 1311만원으로 다시 토끼뜀을 했다.

60개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집값은 잡히지 않을까. 우선 너무 많은 처방이 쏟아져 ‘약(부동산 대책)’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는 지적이 높다.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나오지 않고 ‘대증적인 처방’만 쏟아졌다는 얘기다. 이문숙 LMS컨설팅 대표는 “항생제를 너무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겨 약발이 받지 않는다”며 “너무 많은 규제가 터지다 보니 정부의 규제에 둔감해졌고 더 이상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 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이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한 규제에만 머물고 있고 그나마도 근본적인 시각이 잘못돼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는 강남 지역이 국토 면적의 5%에 불과하기 때문에 강남 지역의 집값이 50% 상승하면 전체적으로 집값이 5%의 절반인 2.5%가 뛰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동산 가액으로 따져보면 강남 지역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기 때문에 강남 지역 집값이 50% 상승하면 전체가 25% 뛴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와 25%의 인식차가 시장과 정부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과잉 유동성을 해소해 줄 ‘출구전략’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2003년 대통령자문정책위원회의 의뢰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자문했던 김용창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이 과잉유동성에서 빚어졌는데 이를 해소해 줄 출구전략을 참여정부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문제를 부동산 정책으로만 풀려고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정책 실패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