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이었던 아벨란제와 블래터 개혁파 요한슨 등장하자 야합 | ||
전세계 축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은 '자기모순'의 극치다. 아벨란제는 96년 말 깜짝선언을 했다. 블래터는 드디어 자신의 정치적 야먕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 같은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레나트 요한슨도 FIFA 회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 그는 아벨란제와 블래터처럼 정치지향적 인물을 싫어했다. 이 때문에 후보 공약으로 'FIFA의 투명성 확보, 민주절차 확립, 결속 강화'라는 세 가지 개혁 사항을 내걸었다. 그는 또 회장으로 당선되면 FIFA 사업국을 철저히 조사해 각종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요한슨의 이 같은 발언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운 인물은 아벨란제. 블래터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던 그는 내심 요한슨을 차기 회장직으로 지지할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아벨란제는 두 후보가 FIFA 회장으로 당선됐을 때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파악한 결과 싫지만 요한슨이 아닌 자신의 적수 블래터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벨란제가 블래터를 지지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아벨란제 못지않게 '비리의 온상'인 블래터가 FIFA를 개혁의 수술대에 올려놓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벨란제는 곧바로 블래터 지원사격에 나섰다. 96년 12월 초, 프랑스 마르세유에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32개국 감독과 FIFA 집행부가 모여 조 추첨을 기다렸다. 이 자리에서 아벨란제는 블래터가 차기 FIFA 회장이 되기에 충분한 자질과 열정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껏 많은 단체에서 사무국장이 회장의 뒤를 승계하는 것이 관례다. FIFA도 예외는 아니다"며 블래터 손을 들어주었다. 아벨란제와 블래터의 경쟁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은 그의 발언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정리 = 김민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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